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재 Jan 14. 2024

너와 함께한 지, 벌써 4개월

박가온 임보일기#6 끊임없는 발견들 

9월 중순에 처음 만났는데 벌써 1월 중순이 되었다. 임보일기를 미뤄둔 3개월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함께하는 삶에 너무 익숙해진 것을 반성하며 다시 이어 보는 가온의 근황.





가온의 아픔 

가온이의 상처는 깨끗하게 다 나았다. 딱지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 남짓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 돋은 살 위로는 털이 나지 않아,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 제법 털이 많이 자라서 상처 부분을 덮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피부병이 있나 봐요?" 하는 질문을 듣곤 한다. 피부병이 아니라, 크게 다쳐서 털이 영영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할 때마다 마음이 따끔따끔하다. 


가온의 핏줄

털이 많이 자랄수록 가온이는 제법 잘생겨져 간다. 처음 구조 됐을 때 모습을 보면 털이 더 자랄 것 같기도 하고, 완성형 모습이 궁금하다. 털이 점점 자랄수록 가온이는 보더콜리를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보더콜리라 하고, 어떤 사람은 시골 바둑이라고 하는 종잡을 수 없는 가온의 외향. 저어기 시골 김제 출신이니 분명 진돗개의 피도 섞였을 것이고, 스파니엘이나 빠삐용을 닮았다는 소리도 종종 듣는다. 그러던 중 반려견 놀이터에서 굉장히 연륜 있어 보이는 타 보더콜리 견주님이 이 친구 보더 피가 많이 섞인 것 같다고, 빙글빙글 서클 도는 게 견종 특징이라고 한마디를 얹어주셨다. 하기사 넘치는 에너지와 말귀 잘 알아듣는 똑똑한 모습까지 합치면.. 우리 가온이, 정말 보더콜리인 걸까..? 뭐 어떤 핏줄이어도 상관은 없지만, 괜스레 너의 엄마 아빠가 궁금하니까. 그 친구들은 또 얼마나 예쁜 녀석들이었을까.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혹은 이미 훌쩍 떠났을까? 


가온의 행복 

가온이는 친구를 여전히 너무나 좋아한다. 그래도 훈련도 열심히 받고, 반려견 놀이터도 종종 다닌 덕인지 조금이나마 예의 있게 인사하는 법을 배웠다. 아직도 매너 있는 강아지가 되려면 멀었지만..! 함께 출근하면 유리창 너머 지나다니는 친구들을 보고 어찌나 애타게 울부짖는지. 사람이랑만 있으면 그렇게 착하고 순한데, 다른 강아지와 있으면 천방지축 응석받이가 되어버린다. 특히 가온이와 놀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쿨한 친구들 앞에서 어찌나 애간장을 녹이는지.. 아직은 사람보다 친구가 더 좋은 나이인 걸까? 몇 번 외박할 때 가온이를 유치원에 맡겼는데, 우리가 없는지도 모르고 신나서 하루종일 뛰어논다. 보내주는 영상들을 보면 정말 핵인싸가 따로 없다. 제일 활기차고 정신없는 녀석, 사람이라면 분명 ENFP 일거야. 그리고 집에 있을 땐 디폴트가 시무룩한 표정. 이 녀석 우리랑 있는 것보다 유치원에서 사는 게 분명 훨씬 더 행복할 거라는 생각에 조금은 섭섭하다.


가온의 훈련

3개월가량 주 1회씩 가온이와 열심히 훈련소를 다니고 있었는데 잠정 중단되었다. 가온이가 뒷발을 저는 현상이 발견되어서. 사실 그전에도 두어 번쯤 왼쪽 뒷발을 땅에 잘 디디지 못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일시적이라 잠깐 쥐가 났나,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왼쪽 뒷발을 안 쓰려고 하는 것이다. 산책을 할 때조차. 무언가 잘못됐다 싶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검사 결과 쉽게 말하자면 무릎에 물이 차있는 상황이라고. 다행히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지만, 추측하기로는 과거당했던 사고의 후유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가온이는 구조 당시 왼쪽 무릎 관절 부분의 타박상이 심해 구부리지도 못했고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만 해도 최대한 앉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었다. 다만 걷는 데는 문제가 없어서 피부만 다친 줄 알았지만 역시 내부에도 무언가 영향이 있었던 모양이다.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라 약을 처방받았고 징후를 살펴보기로 했다. 다행히 어리고 건강해서인지, 약을 먹자 금세 상태가 호전되었다. 약을 일주일 정도 먹다가 중단하고 재발하는지 살펴보기로 했고 아직까지는 다행히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 


한두 번의 치료나 수술로 회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평생 관리하고 안고 가야 하는 지병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털이 나지 않는 분홍빛 피부 외에 그 사고가 가온이에게 남긴 흔적은 없기를 바랐는데, 그럼에도 너무나 건강하고 밝은 가온이가 행운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쉽게만 생각했구나 싶어 안타깝고 착잡하다. 





요망한 강아지 같으니...



귀엽고 건강하면 됐다.


거기다 목욕도 잘해요


유치원 너무 좋아! 엄마 안 왔으면 좋겠다! 


친구 제일 좋아!


순둥이 바보 강아지


후유증이 나타난 왼쪽 뒷다리와 여전히 털이 나지 않는 여기저기


저는 보더콜리일까요? 바둑이일까요?






*임시보호가 더 궁금하다면? 

https://pimfyvirus.com/


매거진의 이전글 강아지 임시보호, 한 달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