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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걸 Apr 09. 2024

수학강사의 내신대비기간

온몸의 세포에서 좌절과 분노가 끓어오른다



-3 + 3/7을 계산하고 있는 학생을 바라보며 온몸의 세포가 좌절과 분노가 끌어 오른다.
정수와 유리수의 덧셈과 뺄셈 방법을 흰 바둑돌, 엘리베이터의 예에서 이젠 게임을 예시로 들어가며 설명까지 해봤자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양의 집단과 음의 집단이 게임에서 싸우고 있어. 양의 집단은 게임에서 만들어지는 병사 같은 거야. 그런데 양의 집단 병사와 음의 집단 병사가 1명씩 만나서 싸우면 서로 죽게 되어있거든~
그런데 병사를 만들어내면 양의 집단 병사 수는 더 늘어나고 음의 집단 병사들도 음의 집단 안에서 만들어내면 계속 늘어나겠지?
그걸 이용해서 우리 다시 생각해 보자~~
(+3)+(+5) =는 양의 집단 3명의 병사에 양의 집단 병사 5명이 더 만들어진 경우야. 그러면 총 양의 집단 병사 8명이 되지?
(-3) + (-5) =는 음의 집단 3명의 병사에 음의 집단 병사 5명이 더 만들어져서 총 음의 병사 8명이 된 상황이야.
그런데 전투가 시작되었어.
(+3) + (-5) = 양의 병사 3명과 음의 병사 5명이 만나 싸울 거야. 그러면 한 명씩 싸우면서 서로 죽고 음의 병사 2명이 남는단다.

이걸 토대로 유리수의 덧셈에선 같은 부호의 덧셈은 공통 부호에 절댓값을 더하고
부호가 다른 덧셈에선 절대감이 큰 부호를 따르고 절댓값의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빼야만 하지.

-3에 3/7을 더하려면 -3과 3/7중 -3이 절댓값이 크니 부호는 음수를 따르고 3에서 3/7을 빼야 해.

이럴 수가. 이 학생은 분수의 사칙연산이 아직도 헷갈려서 자연수에서 분수를 어떻게 빼야 하는지 모른다. 중1 학생에서 분수의 덧셈 뺄셈을 다시 가르친다. 통분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러다 나의 멘탈은 탈탈 털린다. 수업이 끝나고 온몸이 기진맥진해지고 여러 번 설명해 주고 알려주는데 왜 매번 방법을 잊어버리는 걸까? 고민에 빠진다. 수학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수업 시간을 어떻게든 넘기기만 하려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이해가 도대체 되지 않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단순 개념에선 이해해도 조금만 문제가 어려워지면 머리로 이해하고 생각해서 식으로 전개해 보려는 두뇌활동을 멈춰버리는 학생들을 보며 수학강사라는 업을 해 나가는 내가 부족한 건지 어깨가 숙여진다.
나의 저 바닥에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감사일기를 쓰고 긍정 확언을 하고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려보지만 현실의 일들은 나의 정신력보다 강하게 폭탄이 펑펑 터진다.

김주환의 <내면 소통>이란 책에선 세 가지 마음 근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두 ‘나(I)’에 대 관한 것이기에 세 가지 범주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자기 조절력이다. 자기조절력이야말로 모든 마음 근력의 핵심이다. 자기조절력이 타인에게 투사된 것이 대인관계력이고, 사물에 투자된 것이 자기동기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 근력이 약한 사람은 자기와의 소통을 부정적으로 하기 쉽다.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나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관점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면이 분노와 증오로 가득하게 되어 결국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스스로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즐거워하는 사람은 행복해지게 마련이다. 세 가지 범주와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나를 둘러싼 세상과 나의 삶이 달라진다. p72

나를 사랑할 줄 할고 자부심을 느끼며 타인과 내 일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나에게 올해는 나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이런 간절한 마음이 있어서인지 난 더 진진하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다니고 있다. 특히, 부정적 감정이 강해 혼자 골방에서 찌질하게 보낸 엄청난 시간을 돌아보면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명상을 하고 자연에 감사하고 주변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현재는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나의 내면은 충만하지 못한 관계로 내신기간의 내적 갈등은 감정의 파도가 폭풍으로 변해버리길 여러 차례 한다.

학생들 중 수업 시간에 일찍 보내달라고 조르거나 수학 공부하기 싫다고 징징거리며 투덜거리는 학생들이 있다. 수학은 누가 만들었는지. 수학은 정말 하기 싫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나까지 힘이 빠지게 만드는 그 말을 들을 때 아이들이야 공부가 힘드니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은 들지만 그 말과 행동이 습관이 되고 부정적 감정으로 내재화될까 봐 걱정이 든다. 그래서 어떻게든 수학에 대한 필요성과 어려운 만큼 보람된 공부라는 걸 여러 차례 이야기하지만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유발하기 힘들 때가 많다. 그래도 나는 계속 학생들을 만날 것이고 나의 에너지로 학생들에게 좋은 관계를 만들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자기 동기력과 자기 조절력 그리고 대인관계력을 높이는 내면소통을 잘 알려주고 학습에 동기유발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자신의 의지와 계획을 가지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학생들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강사로 성장하길 바라보는 힘든 내신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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