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사업할 생각 없어요?
사업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하시나요?
종종 스타트업을 다니는데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듣는 질문이다. 나는 현재 사업에 대한 욕심이 1도 없다. 원래 사업에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스타트업에 다닌 경험이 이러한 생각으로 만든 것이다. 친구들이랑 수다 떨다가 예전에 대화하다가 무심코 던졌던 아이디어가 누군가 실현시켜서 나오고, 돈을 잘 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 그때 내가 그 아이디어로 사업을 했었어야 했는데...', '내가 이거보다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라는 농담을 던지곤 했다.
그럼 비슷한 경험을 한번 해볼까?
사업할 자금과 용기가 없던 나는 좋은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에 나를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스타트업에 일하기 시작했다. 무급은 물론 수입이 0였지만, 그때 당시 나는 우리의 작은 이 제품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업무에 몰두했다. 세상에 없던 제품이기에 신선했고, 기존 시장에 있던 제품보다 더 전문성이 높았고, 제품 목업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을 들였다. 투자자들의 반응도 좋았고, 정부지원 사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기에 꽤 괜찮은 사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개발을 거듭할수록 문제점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괜찮은 사업일지 모르겠으나 직접 사용해 보면 불편함이 드러나고, 오류도 생각보다 많이 났다. 불안했다. 그렇지만 이미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어쩌면 조금은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문제를 깨달았을 땐 지금까지 해왔던 게 아까워서 손을 놓기가 어려웠다. 나는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완전 처음이 아닌 그래도 성공 경험이 있는 회사로 가보기로 했다.
문제점을 알고도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은 그때의 나만 그랬던 것일까? 나는 5개의 꽤나 유망한 스타트업을 다녔지만 지금까지 소식이 들려오는 회사는 단 2곳뿐이다. 내가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꽤나 부정적이다. 일을 잘한다고 사업을 다 잘하는 것이 아니고, 나 챙기기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굉장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팀장으로 책임지는 것과 CEO로써 책임지는 것은 다르다. 팀장은 일을 수행하게끔 어디까지나 도움을 주는 입장이고, 스타트업 초기 CEO는 투자를 받아 큰돈을 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사업이나 스타트업을 시작하려고 하세요?
누군가 나에게 아이디어도 많은데 스타트업이나 사업을 직접 할 생각이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경제가 정말 어려워져서 내가 설 곳이 없기 전까지는 NO라고 답할 것 같다. 혹시나 누군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고 싶어 나의 참견이 필요하다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5년 정도를 올인할 만한 돈과 시간의 여유가 많은가? 그 아이디어로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력이 있는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다른 좋은 기회가 오면 방향을 틀어잡을 수 있는 빠른 판단력이 있는가? 서비스나 제품을 왜 써야 하는지 설명(설득)하기가 쉬운가? 소비자의 사용과 접근이 정말 귀찮은 사람이 이용해도 쉬운가? 소비자가 진짜 너무 필요로 하는가? 사교성이 너무 좋아서 도와줄 사람이 많은가? 이 중 하나라도 YES에 해당된다면 나는 그럼 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도 해당이 안 되고 아이디어만 넘쳐 난다면 나는 조금 걱정스러울 것 같다.
어디까지나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아니 꽤나 많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그래도 꽤나 돈을 버신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개인의 스토리는 다 다르지만 큰 맥락은 같았다. 그분들은 실패를 허투루 흘려내지 않았고 그 힘든 시간들을 견디고, 회고하며 발전했기에 그 자리에 위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