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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링크 Jul 02. 2023

어디 회사 다녀요?

전 유명하지 않은 스타트업에 다닙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어른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어디 다니니? 무슨 일 하니? 초반에 그런 질문을 받을 때 적잖은 당황을 하곤 했다. 'ㅇㅇ기업에서 ㅇㅇ팀에 있어요'와 같이 한 번만에 듣고 아는 대기업과는 다르게 설명이 장황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익숙하지 않은 네임벨류와 대부분 새로운 사업인 경우가 많아 업무에 대한 설명을 했을 때 사업에 대한 그들의 편견과 판단이 섞인 되물음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업무에 설명을 했는데 사업에 궁금해했고, 나는 ceo처럼 우리 회사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그 짧은 2분가량의 설명을 듣고 우리 회사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고 평가를 내리는 답을 주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 물음은 '돈은 제대로 받고 다니니?' 그럴 때면 나는 그 회사의 CEO가 아닌데 마치 내가 그 회사를 운영하는 듯한 상처를 받았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을 뿐이다.


물론 회사가 성장하고 커지게 되면 나도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경력 초반에는 잘 성장하는 회사에서는 착각을 하곤 했다. '이번에 내가 한 일이 잘 풀렸어', '우리 팀 진짜 잘해'라고... 그렇지만 회사가 조금이라도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틀어지기 시작하면 '왜 그럴까?', '왜 그렇게 밖에 생각을 못하는 거지?', '일을 왜 저렇게 처리하는 거야?', '왜 이번 성과에 나는 이 정도 영향을 끼친 거 같은데 똑같은 월급이지?'라는 생각이 휘몰아쳐 회사를 동반자로 여기며 답답해했다. 불타는 애사심과 열정이 가득했던 어린 나의 착각으로부터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다. 결국 실망감과 함께 퇴사를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같은 방향을 향해서 열심히 한 팀이 되어 일하고, 성과를 낸 만큼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스타트업을 선택했었으니까. 그렇게 퇴사하고 나니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그래도 꽤 유명하고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 전 회사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미동 없는 보상에 대한 실망감이 생각을 바꿔놓았다. 그렇게 여러 곳에 면접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일하면 숨 막힐 것 같다.' '나 여기서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물론 나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지금도 돈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곳에서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하게 된다면 병원비나 시X비용이 더 들 거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나는 뭘 하는 사람이지?


나는 디자이너지만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유 없는 디자인을 하지 않는다. 스토리의 힘을 믿으며, 스토리가 잘 전달된다면 그 디자인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평가를 하거나 설명을 할 때 '별로', '그냥'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나의 가치관 때문에 안 풀리는 경우가 다반사고 결과물보다 과정이 장황할 때가 많다. 쉽지 않다. 그렇지만 분명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겉모습만 카피한 제품들보다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가치관들로 인해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았고, 현재 회사가 유명하던 안유명하던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난 거기서도 월급쟁이에 불과하고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나는 또 다른 곳에서 내 특유의 능력으로 역량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나한테 '어디 회사 다녀요?'에 대한 답은 바뀌지 않겠지만 '무슨 일을 해요?'라고 물어봤을 때 결과물에 대한 프로덕트를 설명하는 게 아닌 내 가치관과 방향을 설명하게 되었다. 그래서 저의 업무는 현재...


사람들이 보다 더 즐겁게 운동할 방안을 연구하고, 우리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디자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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