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한창 영어 동요를 무한 반복해 듣고 따라 부르던 그 시절,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던 곡이 있습니다. 가사 일부를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Rain, rain, go away.
Come again another day.
비야, 비야, 오지 마.
다음 날 다시 오렴.
밖에 나가서 놀아야 되니, 비가 그만 멈춰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동요예요. 저도 아이와 단둘이 집에서 지지고 볶던 시간을 생각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머릿속이 아찔한데요, 그래서인지 이 동요는 비 예보만 떴다 하면 뇌리에서 자동으로 재생될 정도입니다.
일기 예보: weather forecast
그런 제게 요즘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약간의 여유가 생겨서일까요? 한 청년의 노래가 소나기처럼 강렬하게 제 마음을 적셔버렸어요. 그 청년은 바로 WOODZ란 가수고요, 노래의 제목은 Drowing입니다. 힌번쯤 들어보셨나요?
Drown: 흠뻑 젖게 하다, 잠기게 하다
'drown '이라는 동사가 노래 제목으로 쓰였습니다. 비 오는 날 연인을 떠나보내고, 눈물이 고여 턱 끝까지 잠기는 상황을 노래한 이별곡입니다. 가수의 애절한 보컬과 집중호우처럼 쏟아지는 밴드의 연주가 어찌나 가슴을 부여잡게 하는지요. 여담이지만, 이 가수가 군대를 간 상황에서 곡이 역주행하면서 흥행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자칫 묻힐 수 있었던 명곡인데 뒤늦게라도 인기를 얻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drown이라는 동사에는 무서운 뜻이 포함돼 있어요. 그건 바로 '익사시키다'라는 뜻입니다. 자칫 과거에 사고라던지 수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계실 수 있어서 이 의미는 이 정도로만 알려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이처럼 비(rain)는 눈물이나 슬픔을 상기시켜요. 비가 오면 몸과 마음이 축 처지거나 아려오는 것도 그러한 이유겠지요. 하지만 제가 얼마 전에 읽었던 한 영문 소설에서는 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사시사철을 담은 우리네 인생에서 비는 피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There is always rain. Life can't exist without rain.
항상 비는 내리기 마련이야. 비가 오지 않는 삶은 있을 수 없어.
(출처: The First State of Being)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 명언이 '비'에도 적용되는 게 아닐까요? 비도, 이별도, 슬픔도 우리 마음대로 피해 갈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빗물은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에 머무는 것으로만 그 작용을 멈추지 않습니다. 웅덩이에 고여있다가 수증기(vapor)로 증발하고, 서로 모여 구름(cloud)이 됩니다. 구름 속에서 만난 물방울들은 찬 공기를 만나 응결해 다시 비가 되어 내리죠. 이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물의 순환'입니다.
circulation: 순환
물방울도 뭉쳤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듯이 사람과의 인연도 마찬가지겠지요. 돌고, 돌고.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니까요. 인간사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결국 해당 소설은 과거 내지는 실수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강조하며 이런 메시지를 전합니다.
Let it go.
(의역)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도 외쳤던 문장이죠. Let it go! 자신을 내버려 두라면서요.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것이 아닌 것들을 흘려보내는 법에 많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할 때도 있지만요. 돌고 도는 자연의 섭리를 보면서 마음 수련도 계속해야겠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 전국에 비가 내리고 꽃샘추위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경칩이지만 추위는 아직 물러가지 않았네요. 저는 비가 내리면 기분 좋게 WOODZ의 노래를 들으려 합니다. 생각만 해도 웃음 지어지는 (잘생기고 노래 잘하는) 가수를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빗소리에 침잠하지 마시고, 상쾌한 경험을 통해 기분전환 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