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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Sep 29. 2024

나의 추구미(美)

현혹되지 않는 아름다움

건너 아는 지인이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소식을 듣고 예상 밖의 말을 전해왔다.


브런치는 돈이 안돼.



본인은 (실버 버튼)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데, 오히려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았다고. 대필 작가를 고용해서 책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이렇게 효율이 좋은 방법이 있는데 왜 시간을 낭비하냐는 맥락으로 그는 조언을 했다. 유튜브를 해보라고까지 컨설팅해주었지만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인세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추구하는 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고 궁극적으로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는, 내 언어와 필체로 온전히 쓴 무언가를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한 명의 독자라도 그걸 읽어준다면 감사한 일이다. 내 글에 담긴 생각, 감정, 소회를 나누고, (있다면) 소소한 감동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물론 유명세를 얻고 돈이 따라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이유는 부차적일 뿐이다.


마침 요즘 구독자 수가 늘지 않아서 회의감을 느끼던 참이었다. 나는 열과 성을 다해서 글을 업로드했지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성실하지 못했던 탓도 있을 것 같다. 가끔 연재일도 놓치고. 반성과 심기일전을 반복하며 하루하루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마음이 어지럽던 와중에도 나는, 그 '도움이 1도 안 되는' 조언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와 인생의 추구미(美)가 다르고 방향성이 다르니 흔들릴 것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글쓰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달았던 계기가 되었달까? 이런 나를 셀프 칭찬한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모르고 대필 작가 운운하는 그가 안쓰럽지만, 그 방법 또한 그가 추구하는 인생이다. 그래서 그의 방식을 존중하려 한다. 지금도 잘 벌고 있으니 더 잘 버시길 바란다.






아이 등원 준비로 바쁜 아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내 귀를 사로잡았다. 마치 내 해주는 것 같은 그런 이야기.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나는 내게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계속 쓰면 되고, 되고 싶지 않으면 안 쓰면 되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면 한번 열심히 해보려구요."

그 학생들은 '하고 싶음'보다 가능성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의 마음인 것 같았다. 나는 누구에게도 답을 주지 않았다. 답을 몰랐고, 알아도 줄 수 없었다.

(중략)

가르쳤던 학생들 중 몇몇은 작가가 됐는데, 그들은 묻지 않고 그냥 썼다. 쓰는 게 좋았고 작가가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 계속 썼을 테고, 쓰다 보니 작가도 되었을 것이다.

사공 없는 나룻배가 기슭에 닿듯 살다 보면 도달하게 되는 어딘가. 그게 미래다.

김영하, <영하의 날씨> 중에서



나 역시 '되면 한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이제라도 묵묵히 쓰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시 심기일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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