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어보셨나요?
얼마 전 모집했던 소설 쓰기 모임의 첫 소개 문장이다. 한국 소설로는 2020년대 들어 첫 100만 부를 판매한 이 책의 작가가 원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는 사실은 다시 생각해보아도 놀랍다. 문예창작과 출신이나 등단작가 출신이 아니더라도 이 소설의 작가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 곧 작가’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내 주위에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는 것은 내가 공간 대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다. 그런데 왠지 자신이 없고 부끄러워서 계속 미루고 있었다. 모집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딘가에 모집 글을 올려야 할 텐데 반응이 없으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 이런저런 소심한 이유로 1년을 미루어오다가 드디어 마음을 먹었다.
이유는 하나다. 글쓰기의 기쁨을 함께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4년 전에 우연한 기회로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 단편 소설을 썼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자다가도 발로 이불을 걷어찰 만큼 유치한 내용이지만 그땐 뭐가 그리 자랑스럽고 뿌듯했는지 글 쓰는 내내 방실거리며 다녔다. 내가 만든 캐릭터가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을 때의 감격이란! 그때 그 감격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했다. 술 한 모금 안 마신 사람들이 자신의 글 이야기를 하느라 새벽 늦게까지 떠들던 경험은 안 해본 사람은 절대 모르는 개운함이 있다.
이미 내가 운영하는 물리적 공간이 있었고, 글쓰기를 지도해줄 선생님과도 친분이 있어 어렵지 않게 모실 수 있었다. 어딘가에 있을 그 사람들만 찾으면 됐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모집 글을 쓰고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A4용지를 3단으로 접어 팜플렛을 만들었다. 마침 근처의 독립서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직접 찾아가서 팜플렛 비치를 부탁해볼 요량이었다. 그전에 허락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워둔 대사를 줄줄 읊었다. 다행히도 친절한 사장님은 흔쾌히 허락을 하셨고 인스타 홍보까지 해주셨는데 모집인원의 절반이 이 분의 계정에 올린 피드 덕분이었다. 그리고 몇 군데 비슷한 요청을 해보았지만 보기 좋게 거절을 당하고, 결국 소모임 어플을 통해 모집글을 올렸다. 가격이 꽤 비싸서 고민되었지만 결과적으론 이 어플을 통해서도 인원을 모집했다.
그렇게 목표한 모집 인원이 모두 모였다. 모집이 끝난 후에도 문의가 계속 있었으니 첫 도전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지금은 과거형으로 이렇게 담담히 쓰지만 사실 모집이 다 안 되었을 땐 초조하고 걱정이 컸다. 적어도 세 명은 모여야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을 텐데 그게 안될까 봐 가장 염려되었다. 선생님도 시간을 겨우 빼서 만든 수업인데 시작도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도 걱정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근거 있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근거는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글이나 써볼까 하고 들어간 모임에 얼떨결에 소설 쓰기를 도전하게 된 사람들을 모아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단편소설을 완성시킨 경험이 이미 있는 분이었다. (이번엔 처음부터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훨씬 수월하겠지.) 무엇보다 내 글을 나만큼이나 재밌어하고 뜯어 봐주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기가 옹알이를 할 때 엄마가 눈 마주치며 “응~ 그랬어~ 그랬구나~” 하고 오냐오냐 대답해주면 아기는 더 신이 나서 옹알이를 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옹알이 수준에 가까운 글이지만 내가 쓴 글을 해석하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런 분에게서 배운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는 점과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커리큘럼은 자신감을 넘어 확신이 되었다.
긴 기다림 끝에 오늘은 드디어 소설 쓰기 모임의 첫 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래전부터 생각으로만 해오던 일이 드디어 실현된다는 뜻에서 너무나 감회가 새롭다. 어서 빨리 만나고 싶다.
혹시 모를 일이다. 여기에서 또 다른 100만 부 작가가 탄생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