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가계부를 제대로 써보자 해놓고 구매한 빨간 가계부 앞에는 이렇게 1년 이벤트를 체크하는 곳이 있었다. 아마도 경조사에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 목적이었을 거 같은데 그게 화근이 될 줄이야!
퇴근 후, 어느 날과 다름없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전혀 상관없는 상황에 왜 갑자기 나는 가계부를 펼쳐 보고 싶었을까!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천만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아니나 다를까 가계부를 펼쳐 본 그날은 시아버님의 생신이었다. 아무도 모르고, 그냥 넘어갈 뻔했던 것이다. 물론 코로나 시국에 가족이 여럿이서 만나 밥을 먹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어도 알고 무언가 표현하고 넘어간 것이랑 확연히 달랐기에 깜짝 놀란 상태로 안방에 있는 남편에게 달려갔다.
"오늘 아버님 생신이야!!!!"
"뭐..? 아... 그렇네.. 얼마 전까지 알고 있었는데.. 엄마한테 전화해 봐야겠다."
괜히 눈치가 보이는 건 왜 일까.
유일하게 하나 있는 며느리인 '내가 챙겼어야 하는데'라는 마음이 들며 순간 불편해지는 건 왜 인지.
'그나마 1-2주 이후 연달아 있을 어머님 생신을 놓치지 않은 게 더 다행이다.'라는 마음과 함께.
"별말씀 없으셨어?"
"엄마도 몰랐대. 곧 집에 오신다니까 뭐.." (어머님 아버님은 따로 사신다.)
"그래도 나만 알았던 거 아니야. 내가 젤 낫네."하고 마무리되었다.
아이를 설득하여 찍은 사진과, 메시지, 그리고 남편의 전화로 생신을 마무리했다. 조만간 어머님 생신 겸 아버님 생신 겸 함께 만나 식사하자는 약속과 함께.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도 4단계로 인해 식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날 일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잠깐 불편하긴 했어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던 것은 '나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다음 날에 알았으면 어쩔 뻔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