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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치료사 숲 Mar 28. 2024

상담받는 상담사 이야기 #1

번아웃인가요? 우울증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나이 탓인가요?

어느 날이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굉장히 좋아하던 모임에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순간, ‘나 왜 이러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저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12년 차, 상담실, 병원, 학교, 복지관 등에서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럼에도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았고(상담사는 누구보다 자기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유의 과정도 필요하고) 어느 정도 연차가 되었을 때엔 한 회기 상담으로 스스로 문제를 대처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아니었다. 아주 제대로, 폭격을 맞은 듯. 그대로 무너졌다. 더 아이러니한 점은 특별한 이슈가 없다는 것.


귀찮고, 무력했다. 누군가의 작은 말에 나의 자격을 스스로 운운했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열심히 달려도 시원찮을 때에 왜 이모양인지 하며 부정적인 사고마저 지속됐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기에. 일적으로, 누군가를 마주할 때면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게 됐다. 다행인 건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나면 또 괜히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좀 멀쩡했더라면.. 하면서)


우울척도, 문장완성검사, MMPI를 진행하고, 상담사 선생님은 내게 조심스래 번아웃과 급성 우울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너무 힘들면 약물 처방도 고려해 보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현재 격주로 상담을 지속 중이다.


그런 이야기가 줄줄 나오게 될 줄은 몰랐지. 하면서.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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