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갔다 온 경험에 비추어 정말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
*이번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내용인데 내 경험에 비춰 아주 솔직히 말해주고 싶은 내용이다.
이는 단순히 영어 뿐 아니라 언어공부에 모두 적용이 가능한 것인데, 사실 이건 언어 뿐 아니라 어떤 것을 배우든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6년 동안 그렇게 고생하며 외우고 머리를 싸맸던 전공지식과 내 논문의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 것 처럼(참으로 부끄러운이야기지만 또 사실이기도 하다.)
이제는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부터 배운다는데 모국어도 아닌 녀석이 대학교, 취업, 그리고 이직 때마저 발목을 붙잡는다. 그러니 이 같은 내용이 네이버 지식인에도, 스펙을 높이자는 카페에도, 이도저도 아닌 수다 한마디에도 꼭 등장한다.
영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연스럽게 영어로 소통할 정도가 되려면 어느정도 공부해야 하나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죠?
여기에 대한 대답은 답변자의 경험에 크게 좌우되는 것 같다.
대부분은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른 거지 현재의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는건 핑계다...와 같은 답변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답을 내리는 사람들이 대다수가 해외에 나가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결국은 자기위안적인 답변이 되어버리고 이에 위안을 얻은 질문자는 다시 잊고 현실에 안주하고 만다.
100 중의 1정도는 정말로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사람이 있다. 해외에 나가보지도 않고 외국인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며 증명해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실, 한계가 있다.)
사실 여기서의 문제는 해외를 나가냐, 나가지 않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절실하냐에 달려있다.
경험 상 한국에서는 아무리 절실해도 그 절실함이 토익 900점 달성이나 오픽 IH넘기 이상이 되지 않는다.
졸업과 이직을 위한 증명을 해내고 나면 한 시름 덜었다 하고, 다시 어떻게 해야 떨지 않고 영어로 외국인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한다.
시험을 볼 때 까지만은 절실했다... 그런데 시험을 보고나면 결국은 '점수'라는 걸 달성하고 여기서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가보기 전 까지는 그 절실함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없다. 그래서 안나가 본 사람들은 끝까지 모르고 그저 '열심히 노력하면 야냐두' 영어를 "언젠가는 잘 할수 있으리라" 믿는다.
위의 질문에 답을 내리려면 적어도 "해외에 나가 본 다음에" 결론을 내리라고 하고 싶다.
남의 나라에서 살다보면 생각보다 더 억울한 일이 많이 생긴다. 슈퍼마켓에 내 돈내고 당당히 물건을 사면서도 비웃음을 당하기도 하고 뒤에서 남몰래 들려오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한마디 대꾸 못하는 나 스스로를 답답해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길을 물어왔을 때 우물쭈물하는 내 모습에 상대방이 That's OK. Thanks 이러고 가버리는 순간 그 속상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속상함이 바로 영어를 해보겠다는 원동력이 된다. 그제서야 영어권 국가에 사는 이점을 발휘하여 한국어로는 말도 안하고, 듣지도 않고 평소엔 보지도 않던 코미디 드라마를 다 들릴 때까지 파보겠노라고 20번씩 보기도 한다. 아직 그럴 실력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 종일 고생하며 영영사전을 뒤적이고 발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시작하게 된다. (다시 돌아보면 그때만큼 죽어라고 영어 하나에만 매달렸던 적이 없다. 앞으로도 없을 듯 싶다.)
정말 놀랍게도, 그러고 나면 귀가 트이고 입이 트인다. 이는 굉장히 서서히 다가오는 결과로 그 단계가 오기 전까지는 잘 느끼지 못한다.
(노력의 정도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이 시기는 9-10개월이 넘어가며 생기고 1년은 채워야 '최소' 안정기에 접어든다.)
해외경험의 이점이란 단순하게 영어에 대한 노출빈도가 높아지는게 아니다.
고수의 레벨이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초보가 되고 주변의 비웃음이나 억울함, 스스로 답답함을 겪어가면서 절실하게 노력하게 되는 단계를 밟게 되는 것이다.
(이게 생각보다 분노게이지X10000 배 및 사람을 공부욕구로 활활 타오르게 만든다. 특히 그 동안 남들한테 할 말 다 해오며 지는것을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마치 휘발유를 철철 들이붓는 느낌이다. - 내가 그랬다 - )
이는 한국어가 모국어인 우리나라 안에서는 쉽게 겪을 수 없는 것이다.
설령 영어공부에 대한 내적 동기가 높은 사람들이라도 해외에 나가본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ONLY 영어에만 노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수가 없다.
그리고 6개월 내지 1년이라는 짧지않은 시간동안 오로지 "영어(를 하는 이들)를 이겨보겠다는" 하나의 집념으로 노력할 기회를 가지기 어렵다.
시간을 쪼개가며 영어학원을 다니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성실한 사람들인데, 그 성실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고민할 것과 할 것들이 많다.
우리는 부모님도, 친구들도 만나야하고, 직장에 대한 고민과 저축, 미래에 대한 계획, 인맥관리 등 할게 너무나도 많다. 성실한 사람들은 이걸 다 해낸다.
전화영어라도 꾸준히 하고 아침 시간을 쪼개가며 수업을 듣는것도 좋다. 취미생활 삼아 자기계발을 하고자 한다면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정말로 본인에게 영어가 중요하고 잘 하고 싶은 사람은 꼭 해외를 나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도 잘 할 수 있다며 야 너두 할 수있다 라는 말을 믿지 말기를.
영어(또는 다른 언어)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에게 족쇄로 작용할 것 같은 사람들은, 평생의 자유를 위해 꼭 준비해서 선택하길 바란다.
*** 너무나 당연한 사족 한 마디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해외에 있으면서도 한국보다 영어노출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더불어 잘못된 "육감"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흘려들으면서 대꾸할 수 있는 스킬을 장착하게 된다. 많은 돈을 쓰고 해외를 다녀왔음에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혹은 어설프게 추임새만 익히고 겉멋만 들어 돌아온다.)
그런데 그런 이들만 보고 안심(?)이나 위안을 삼는 그것만큼 여우와 신포도 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