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가 섭외 스토리
축가
결혼식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수적인 요소로만 생각했던 ‘축가’에 있어 예상치 못한 대립과 고민이 발생했다.
첫 번째. 누가 축가를 할 것인가? 친구 vs 전문가
약 10분 내외로 진행되는 달달한 사랑의 세리머니 시간. 어떤 결혼식은 신랑 혹은 신부가 직접 셀프 축가를 부르거나 전문가를 초빙하기도 하고, 친한 지인들이 무대를 꾸미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친구를 축가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싶어 했지만 난 전문가의 섭외를 원했다. 사실 동영상 속 그의 친구 노래를 듣고 생각보다 저조한 실력에 실망했던 터. (알고 보니 음주 후였다는 사실!)
종종 삑사리와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신랑 신부, 축가자 모두가 애타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겁이 났다. 불안한 마음 없이 매끄럽고 안정된 음률에 심취하고 싶었다. 물론 ‘그’가 직접 부른다면 말릴 생각은 1도 없었다.
두 번째. 어떤 곡을 선택할 것인가?
몇 년 전 다녀온 한 결혼식에서 꽤 인상적인 축가를 경험했다. 총 두 곡의 축가 중 하나는 신랑 신부를 위한 사랑의 메들리, 또 다른 곡은 신랑 신부가 부모님께 전하는 감사의 노래였다. 김세정의 꽃길. 얼핏 제목만 들으면, 부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신랑 신부의 앞길을 축복하는 노래 같지만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깊은 울림을 전하는 곡이다.
세상이란 게 제법 춥네요 / 당신의 안에서 살던 때 보다 / 모자람 없이 주신 사랑이 과분하다 느낄 때쯤 / 난 어른이 됐죠... 짧은 바람 같던 시간 / 날 품에 안고 흔들림 없는 화분이 되어준 당신의 세월 / 여길 봐 행복만 남았으니까 / 다 내려놓고 이 손잡아요 / 꽃길만 걷게 해 줄게요 -김세정의 ‘꽃길’-
부모님의 꽃길을 응원하는 아름다운 노래. 나 또한 이 곡을 부모님께 바치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막상 식을 앞두고 보니, 이 노래를 잘 소화해줄 사람을 찾는 일도 어려웠을뿐더러 무엇보다 울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난 세상 모든 결혼식장만 가면 사연 있는 여자 마냥 눈물을 훔치는 사람이다.
특히 나의 눈물샘은 ‘부모님’과 관련을 짓는 순간 오작동하는 듯했다. 부모님께 인사, 부모님께 바치는 노래, 부모님께 전하는 메시지 기타 등등. 평소에 효가 부족했기에 눈물로 승화시키는 걸까?
어쨌든 결혼식장을 울음바다로 만들 수 없기에 부모님께 바치는 노래를 아쉽지만 제하기로 했다.
일전에 그에게 농담 삼아 우리의 결혼식에 마룬 5 가 와서 슈가(sugar)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또한 내 말에 격한 공감을 보냈다. 내 전재산(?)을 다 털어도 초대할 수 없는 글로벌 팝 밴드지만 신나는 드럼 반주와 애덤 리바인의 신비한 목소리로 가득 찬 결혼식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축가자 섭외를 앞두고 난항을 겪던 와중, 정말 운명적으로 우리들만의 ‘슈가맨’을 만났다. 한 재즈바에서 ‘슈가-마룬 5’로 환상적인 공연을 선보인 밴드 보컬.
“슈가맨! 당신을 캐스팅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더니 역시나 맞았다. 그의 대학 동기를 통해 우린 슈가맨의 연락처를 받고 축가 섭외에 성공했다.
구세주처럼 등장한 슈가맨은 ‘슈가’에 이어 다른 감성 발라드 한 곡도 같이 제안했다. 폴 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ost 로도 유명한 이 곡은 이미 단골 축가로 불리고 있었다. 그만큼 달달함이 강렬하게 녹아 깃든 곡이랄까. 한 편의 시를 읊는 듯한 가사에 슈가맨의 목소리가 입혀지니 세상 달콤한 축가가 탄생되었다.
고마워요 슈가맨!
우린 정말 운명 같은 우연으로 슈가맨을 만나, 환상적인 축가 두곡을 선물 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