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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Feb 23. 2021

셋째가 찾아왔다

건축주 직영공사


평화롭게 어느 날 와이프가 울먹이며 나한테 다가와서 말한다.


“여보 나 셋째 임신했어”


이 한마디는 내가 하고 있던 모든 사고와 행동이 정지되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우리 부부의 가족계획은 4명이었다. 둘째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맞벌이 부부로써 일상 루틴을 만들어 놓았기에, 욕심부리지 말고 열심히 일해서 먹고사는 평범한 가족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막둥이가 생겨버린 것이다. 결혼 6년 차였던 맞벌이 부부에게 새로운 아이가 생긴다는 건 우리의 일상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었기에 참 많은 고민을 했다. 


“낳아야 할까?”


돌이켜보면 천벌 받을 생각이다. 그러나 그만큼 막둥이는 우리 부부에게 큰 고민거리이었다. 아이가 생겼을 때 기뻐하지 못했던 마음이 컸던 탓일까? 그런 못된 생각을 해서 그런지 막둥이를 임신 후 뱃속의 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다른 두 아이보다는 컸다. 큰아이와 작은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우리 가족의 행복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와이프는 출산일 1주일 전까지 회사에 출근해야 했으며 나 역시도 매일 60km가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다 보니 일상이 지쳐있었다. 그러나 막둥이를 임신했을 때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출산일 1주일 전까지 일했던 과거와는 달리 출산 한 달 전부터 출산휴가를 쓰고 장기간의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정하였기에, 온전히 뱃속의 아이를 잘 키웠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데 여유가 생기다 보니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어느 난 와이프가 나에게 문뜩 이런 말을 했다.


“여보 우리 주택으로 이사 가자”


와이프 고향은 고창의 시골 끝자락에 위치한 시골마을이다. 그곳에서 13살까지 살았다. 그녀는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에는 자연이 있었고, 자유로움이 있었다. 앞마당에서 언니 오빠를 기다리면서 바라보는 노을은 지금도 잊히지 않았고, 여름철 매미소리, 가을철 메뚜기 소리, 아침에 지저 기는 까치와 참새 소리 우리의 몸을 자극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와이프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을 가지고 있다. 유년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학교에 간 언니 오빠를 기다리며 바라보았던 노을일 정도로 유년시절 느꼈던 자연의 한 순간을 회상하다 보니, 자신이 느끼던 감정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와 어릴 적 이야기를 하다 보니 추상적으로만 보이던 우리 가족의 행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행복은 바로 아파트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와이프가 느꼈던 그 감정이 바로 행복이었다. 나는 가슴속에 남아있는 감정과 추억이 우리의 행복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 주택으로 이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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