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제 공무원의 면접에 대하여
상대방을 평가할 때 평가의 기준은 무엇이 될까? 변호사가 되었거나 의사가 되었거나 아니면 유명한 축구선수(억대 연봉)가 되었거나.. 우리 눈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결과일 뿐이다. 그 사람이 겪어왔고 지나온 과정은 자주 생략되기 마련이다. 서류심사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면접은 과정을 실증하는 단계이다.
전문성은 어떻게 입증되는가?
시청에 들어갈 때 서류 합격이 되어 면접을 갔다. '본인이 왜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전문성을 어떻게 증명할까? 오랫동안 한 분야에 매진해와서 어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증명할 방법이 없다면 전문가로 불릴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자격증이 필요하다. 특히 기관에 들어가려면 더욱 그러하다. 증명할 것이 없는데 취업 되었다면 비리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전문가임을 증명하려고 한다면 실제 전문성을 보여줄 활동을 해야 하는데 면접에서 그것을 보여줄 수는 없다. 결국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그 분야에서 연구했다는 학위증명서,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활동증명서 같은 것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면접에서 내가 제출한 증명서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제출한 서류에 써 있는대로입니다. '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문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Outlires'에서 사용한 '1만시간의 법칙'을 말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1993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on)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그는 세계적인 바이올리스트와 아마추어간 실력차이는 대부분 연주시간에서 비롯된 것이고 우수한 집단은 연습시간이 1만 시간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말콤 글래드웰이 인용한 것이다. 어떤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하루 4시간 정도 10년 동안 하나의 분야에 매진했다면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나는 매일 8시간 이상 연구하고 활동하였으니 충분히 전문가이고 그것은 서류로 증명되는 바이다.' 심사위원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이다. 나는 그 때 면접에서 심사위원의 질문을 공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내 마음이 여유가 없었던 시기 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했다. 서류를 봤으면 알텐데 왜 그런 질문을 하지? 라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대부분 면접자들은 서류에 적힌 대로 경력을 설명하고 맡은 일에 대해 설명한다.
전문성에 대한 구체적 증명이 필요
'전문성'에 대하여 답변하고 나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직무분야에 대한 질문이 따라온다. 전문가라고 말했으니 전문가로서의 증명을 해야할 시간이다. 주로 '제출된 업무계획'을 중심으로 질문을 받게 된다. '업무계획'을 제출했는데 다시 설명을 해보라. **에 대한 경력이 있는데 어떤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라. 이러한 질문들은 그 기관에서 채용하려는 분야와 조직에 적합한 사람인지 알아보려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가끔 면접심사위원으로 들어가보면, 기관 홈페이지도 들어가보지 않고 오는 사람들이 자주 있다. '묻지마 지원'을 한 까닭이다. 시청 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의 인사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인이 지원한 직무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지원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기관에 취업이 되어 실망하지 않으려면 정보가 많아야 한다. 취업되고 나서 조직에 실망해서 그만두는 사례도 많다.
요즘은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는 사례도 많아서 정보를 얻기도 쉽다. 그런데도 영어나 시험 대비는 열심히 하지만 직무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 면접 시 들어가보면 방향성 다른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기도 한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직무에 대해 잘 모르면, 전문가라고 해 놓고 전혀 전문가이지 않은 답변을 할 수 밖에 없다. 영업을 잘 한다고 해놓고서 물건 파는 법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요리를 잘 한다고 하고서는 어떤 요리를 잘하냐는 질문에 다 잘한다고 말한다거나, 중화요리를 잘 한다고 해놓고 닭볽음탕 만드는 법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면접에서 지원자들은 업무계획서에 써놓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공조직은 직급에 따라 따라오는 역할이 있다. 그 역할에는 필요한 항목이 정해져 있는데 그것을 '역량'이라 부른다. 예를 들면, 지방자치단체에서의 팀장(5급 사무관)직급에는 리더십, 이해관계 조정 및 소통 등 역량이 필요하다. 6급 주무관 역시 리더십 등 역량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한 자리에는 전문성 외에 역량도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다.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있었다면, 다른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과제의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 설명이 가능하여야 한다. 이력이나 경력이 비슷한 경우에는 면접에서 판가름된다. 면접까지 가는 경우 서류에서는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면접이 중요하다.
'청렴성'에 대한 질문은 기본
공공기관에서는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바로 '청렴'에 대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잘 답변해야 한다기 보다는 교육의 일환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직에 들어왔는데, 만약 같이 활동하던 지인이 제안을 해 오면 어떻게 할거냐?' '어떤 사업을 하려는데 그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은 사람 중 지인이 있고 그 지인도 지원을 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상사가 규정에 맞지 않는 일을 지시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공직사회에 있는 동안 1년에 한 두번은 '비리'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 정말 비리였는지 아니면 오해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일로 인하여 공직사회에 어떤 타격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A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체 대표를 알게 되었다. 우연히 밥을 같이 먹었는데 생각도 비슷하고 같은 고향출신이기도 해서 마음이 잘 맞았다. A는 그 업체 대표와도 자연스럽게 친하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 같이 밥을 먹다가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였다. 돈이 없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업체 대표가 옆에서 듣게 되어서 '형님, 형님과 제가 일이년 안 사이도 아니고 제가 빌려드릴테니 나중에 갚으시면 되지 않을까요? 동생분도 많이 힘드신 것 같은데요.' 라고 했다. A는 계좌를 알려주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B는 전문가로서 공직사회에 들어왔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하여 기획단계에서 전문가를 섭외하여 자문을 구하려고 하는데 직원이 섭외하려는 전문가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가가 더 해당분야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사업담당자에게 전문가를 지정해서 알려주었다. '이 사람이 더 전문가에요.' , 어느 날은 공직에 들어오기 전에 잘 알던 전문가가 사업 제안을 해 왔다. 직원에게 말했다. '이 사업이 괜찮은 것 같으니 한 번 만나보세요.'.
일단 의혹이 제기되면 관련성을 심사하고 조사하고 감사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매우 지난하고 괴롭다. 설사 무죄로 증명이 되더라도 그러하다. 의심받는 그 자체가 힘들다. 행정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사가 잘못된 지시를 하는 경우라면?' 이 질문의 답변은 뻔하다. '규정을 보여드리고 설득하겠습니다.' 라는 정도의 답변이 최선이다. 사실 설득이 안된다. 윗 사람이 지시하는데 그것에 반기를 들 용기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정석적인 답변이다. '만약 설득이 안되면?' 이라는 질문을 하는 심사위원도 있다. '끝까지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해야 한다. '끝까지 설득해도 안되면?' 음... '그만두겠다.'고 할 뻔했다. '그래도 설득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