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변호사언니들>인스타그램에서 전한 소식이기도 한데,지난 <밀레니얼의 세상읽기> 편에서 소개했던 JTBC 출신 여기자들이 운영하는 밀레니얼 시사교양 팟캐스트 <듣똑라>(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에서 애청자(듣똑러)들을 찾아가서 듣똑러들의 삶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듣똑커뮤니TV"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듣똑라는 작년 제21회 양성평등미디어상, 제8회 온라인 저널리즘 어워드 오디오 저널리즘 부문 수상을 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고, 올해는 JTBC 사내스타트업으로 독립하고경제산업 부문의 이현 기자도 호스트로 추가 영입하는 등 더욱성장하고 있다.
호스트 김효은 기자가 처음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것이 본업이 되고 밀레니얼 시사교양 토크쇼,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새로운 언론의 모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현상을 보면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우리가 하고싶은 것,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면서 본인이 믿는 가치를 위해 나아가다보면 나와 같은 지점에 갈증을 느끼는 많은 이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인터뷰 때 소소하게 시작한 우리의 딴짓, <변호사언니들> 매거진에 대한 이야기들도 꼭 나누고 싶었다.
(우리도 사이드프로젝트이니까. ㅎㅎ)
긴장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
여하튼, 듣똑라 애청자로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을 때 우선 3명의 똘똘한 기자님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매우 신이 났었다.
내가 등장하는 영상촬영은처음이었지만, 원래 긴장도 잘 안하고(사실 말하는것도 좋아해서ㅋ) 긴장을 전혀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왠걸...전날 새벽 4시반이 넘도록 잠이 오지를 않는거다....
맙소사... (나 이렇게 쫄보였어?ㅋ)
결국 인터뷰 전날 3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매우 피곤한 상태에서 오후 4시반경 기자님들과 듣똑라 촬영팀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너무나 당연하지만 미처 간과한 사실은내가 인터뷰 대상이기 때문에 말을 하고 계속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사람이 나였던 것이다..!
인터뷰 전 사전질문지에 대한 답변들을 이미 공유했고 그걸 기준으로 인터뷰자를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대화를 나눌 포인트들은 정리가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경험을 처음이라 사실 영상을 보면 맨 처음 자기소개 부분이 굉장히 어색하다.- NG내고 2번 촬영한 것이었다- "자기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라는 질문 조차도 막상 받으면 이거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날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 '아, 더 깊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매끄럽게 잘 말하지 못해서 아쉬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괜히 혼자 이불킥도 하고 그랬다ㅎ
결과적으로는 영상을 너무 깔끔하게 잘 편집해주신 것을 보고 '아, 역시 방송은 편집!이 생명'이란 걸 처음으로 직접 느꼈지만…!! :)
이번 <변호사언니들>에서는 그 날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한다.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들
*구어체로 되어있는 점 양해해주세요~
제가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는 제가 듣똑라의 애청자가 된 이유와도 연결되어 있을 것 같아요.
듣똑라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게 다가온 가장 큰 매력은 듣똑라를 이끌어가는 세 분의 진행자분들이 밀레니얼이고, 한창 일하는 젋은, 그리고 “여성” 기자라는 점이었어요.
또한, 법조, 경제, 사회, 의학, 문화 등에 대한 누구보다도 해박하고 전문적인 식견들을 전달해주는 다양한 패널분들이 여성이라는 점, 인터뷰 대상들도 각 분야의 여성전문가들이라는 점들이 제가 듣똑라를 더 애정하게 되었어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 밀레니얼 세대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교 다니면서 배운 명제(여성과 남성은 평등하고, 실력을 갖추면 누구나 위로 올라갈 수 있다)와 현실의 삶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야말로 학창 시절 왠만한 남자학우들과 견주었을 때 공부부터 모든 면에서 뛰어나거나 부족함이 없었지만, 로펌에 들어오고 진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가 어리고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과 여성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자리까지 올라가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아니면 최소한 같은 지위에 도달하기 위해서 두배 세배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점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지요.(그나마 전문직이여서 정도가 덜했을수도 있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최근KBS 스페셜 <사표를 쓰지 않은 여자들>이라는 다큐를 흥미롭게 봤어요
저 역시도 계속 고민하고 있던 주제이자 요즘 밀레니얼 세대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일하는 여성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화두가 아닐까 한데요.
한국 여성임원 3.6% 놀랍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비율은 아마 법조계의private sector인 로펌이나 사내변호사 쪽으로 오면 더 낮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문직이면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같은 전문직으로 구성된 조직 안에서 다시 여성은 태생적으로 결혼, 출산, 육아 등의 다양한 이유로 피라미드 조직 구조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역시 녹록치 않습니다.
쥬니어 레벨에는 여성변호사들이 많지만 파트너나 임원 등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쪽으로 가면 그 수가 매우 적고, 저희나라 6대 로펌 중 대표변호사나 소위 로펌 경영을 전담하는 MP (Managing Partner) 중 여성 변호사는 아무도 없습니다. 각 로펌들은 전문팀을 꾸리고 있고, 그 중 팀장급을 두고 있지만 로펌들 전문팀의 “팀장” 중에서도 여성변호사를 찾아보기 어렵지요.
리걸타임즈 올해의 변호사들은 모두 남성들이다.
저는 올해 10년차, 2020년 1월 1일자로 막 파트너가 된 변호사입니다.
저희 동기들 중 9년을 버틴 여성변호사는 저를 포함해서 2명뿐입니다.
스스로 지난 9년간 일에 헌신 해왔고, 전문성도 있으며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 때문에 영업이나 네트워킹도 일반적인 남자들보다 자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차가 올라갈 수록 저희 법인은 물론 법조계 전체적으로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여성 선배 변호사들의 수가 매우 적고, 그들이 어떤 길을 갔는지 알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동시에 저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사내변호사를 갈 수도 개업을 할 수도 스타트업을 할 수도 있고 정말 다양한 길을 갈 수 있는데, 여성변호사들의 진로, 일, 네트워킹, 양육과 일의 병행 등에 관해서 아주 솔직하게 고민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그러면서도 너무 진중하거나 무겁지 않은- 언제든 편하게 접근가능한 소통 창구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최근 저희 또래 일하는 여성들이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연결되고 싶다는 욕구, 그리고 성장모델을 찾고 싶어한다는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렇구요.
그래서 최근 여성들의 네트워킹을 전문으로 하는 곳들도 많이 등장해서 가입을 해볼까 했지만, 아무래도 스타트업, 마케팅등 분야들과는 고민의 결이 조금 다르다고 느꼈어요.
<변호사언니들>을 시작한 이유
그래서 우선 법조인으로서의 고민에 좀더 집중한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어, 개인적으로 최근 사이드 프로젝트로 <변호사언니들>이라는 브런치 매거진을 시작했어요.
저를 포함한 3명의 멤버들과 함께 ‘본업은 변호사이지만, 고민 많고 뻘짓도 많이 하는모든 여성들이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는 일하는 여자들의 커뮤니티 지향’, ‘변호사 언니들의 커리어, 일상, 육아, 진로 등 모든 주제를 아우르는 소소한 수다 공간’이라는 모토로 매달 3편의 글을 올리고 있어요.
여변의 일과 삶에 관한 지속적으로 소소한 이야기부터 실용적이고 때론 거창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기획하는 것 중에 하나는 듣똑라 인터뷰 코너처럼 다양한 길을 가는 여성법조인(으로 시작해서 더 분야를 섭렵하면 좋겠지요)의 인터뷰 글을 올려서 롤모델들을 제공하고, 각 분야 언니들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와 많은 여성 법조인들이 법조시장에서 다양한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응원 해주기를희망합니다.
나중에 저희 세대에서는 로펌 대표도 나오고 MP도 나아고, 각 분야 전문팀장도 나오겠지요?
Gender Quotas :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화두
KBS 스페셜에서도 잠깐 업급되었지만- 미국에서는 상장기업의 경우 이사회의 다양성을 매우 중시하고 그 중에서도 성평등을 중요한 투자평가요소로 보아, 이사회에 여성 구성원이 꼭 참여하여야 해요.
동등임금 같은 경제적 부분들도 중요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사회와 조직이 변화하기 위해서 더 필요한 부분은 조직의 ‘의사 결정하는 자리’에 여성의 수가 늘어나는 것 입니다.
한국 법조계는 현재뒤쳐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희 밀레니얼 세대들이 “사표를 내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하게 성장하고 발전한다면 저는 제 자녀가 성장했을 십수년 뒤에는 분명 지금보다 나은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결코 일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 다짐합니다.
여성들은 다양한 연차에서 go or stop을 고민하게 된다
지난 2019년 9월 서울에서 변호사들의 축제라고 불리는 세계변호사정기총회 (IBA, International Bar Association)가 서울에서 개최되어 전세계 7,000여명의 변호사들이 한국을 방문했어요.
그 중 여성변호사 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세션 주제 중 하나가 바로 “Gender Quotas: Shell game or game changer?”로 위 KBS 스페셜에서도 언급한 여성임원할당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이든 미국이든, 아시아이든 아프리카이든 여성변호사들의 고민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세미나에서 들은 이야기들이 따르면, 미국 로펌의 경우 미국 사회의 변화가 받아들여져서 의사결정하는 보드멤버에 여성 변호사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각종 위원회에 여성 변호사들을 포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발제가 있었어요.
또한, 아일랜드 변호사는 유럽에서는 고객과의 미팅에 로펌 측 변호사 중에 여성이 한 명도 없다면 이는 고객에게 우리 회사가 얼마나 성평등과 다양성이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행동이라면서, 모든 미팅에 가능하면 여성변호사를 반드시 참여시킨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구요.
IBA 여성위원회 세션
하지만, 아직 한국 로펌과 한국 기업들은 전혀 그렇지 않고, 제가 임원 보고하는 자리 같은 곳을 가면 유일한 여성인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전 세계가 변화하고 있고, 저는 한국도 한국 법조계도 함께 변화하고 성장해야 하고 그 중심에서 제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싶구요.
일하는 여성의 지속가능성
마지막으로, <일하는 여성의 지속가능성> 과 관련하여 제가 개인적으로 나누고 싶은 또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는 일하는 여성을 위한 결혼의 형태와 부부의 파트너쉽은 무엇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조금 독특하게 배우자와 3년째 다른 나라에서 장거리 부부를 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제가 로펌 지원으로 벨기에 브뤼셀로 유학을 간 해부터 2019년 지금까지 롱디 부부를 하고 있고, 브뤼셀-서울로 시작해서 브뤼셀-홍콩, 홍콩-서울을 거쳐 지금은 싱가포르-서울 롱디 중이에요
여성이 지속가능하게 일하고 성장하려면, 부부는 서로의 성장을 돕는 파트너쉽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다른 이를 위해서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꿈을 과도하게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많은 경우 남자들이 유학을 가거나, 주재원을 나가거나 발령을 받으면 여성들이 보통 휴직/이직을 하고 결국 커리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물론이고 남편 역시 인생에 놓치고 싶지 않은 성장과 발전의 기회들을 부부가 반드시 같이 살아야 한다는 통념이나 명제들로 인해서 포기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롱디를 선택했어요 (물론 현재 자녀가 없으니 가능했던 것들이지만요). 오히려 두 나라에 집이 있고, 두 나라에 친구들도 생기고 하니-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도 있어서 아직까진 만족하고 있어요.
프랑스의 팍스처럼 파트너쉽이 꼭 결혼이란 제도 안에 들어와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결혼했더라도 꼭 같은 집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어요.
여성이 꼭 직장을 먼저 포기하고 남편을 따라가야 하는 것은 더욱더 아니구요.
사회가 변화하고 기술이 변화하는 것처럼 부부 관계도 꼭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는 한달에 한 번 만나는 다양한 형태도 가능하구요.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가족 모습에 대한 열린 태도가 저는 여성들이 더 자유롭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구요.
(비혼일 수도 있고, 일인가구나 혈연이 아닌 이들의 공동체일 수도 있구요- 참고로 <여자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에세이집을 최근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