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정 변호사 Jun 29. 2021

어디서 살까. 싱가폴 vs 한국

갈팡질팡 고민만 하는 변호사언니의 일기

변호사언니의 싱가폴 다이어리를 쓰겠다고, 육아로 지친 내 마음을 글로 달래보겠다고 아이가 6개월도 채 안 되었을 때 이 매거진을 열었던 것은 '육아'의 'ㅇ'도 몰랐던 이의 호기로운 자신감이었다는 것을....


3번째 글이 아이가 돌이 된 지금에서야 올라오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서랍에 완성되지 못한 글들이 몇개 있기는 하지만..)

 

그 동안 나는 무엇을 하였던가

 

당초 5월까지였던 육아휴직을 1년을 전부 사용하여 10월 중순으로 연장하였고, 아이는 어느새 곧 돌이 된다. 연말에는 이사도 했고, 헬퍼를 구했으며, 싱가폴에 적응하면서 사람들도 만나가면서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냈다.


다만, 그 동안 내 인생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빡세게 달렸던 변호사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매일매일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 (아, 그리고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고용보험 대상이 아니라서 육아휴직 수당도 받지 못한다는 것, 그 결과 나는 경제적으로 dependent가 되었다는 것..?!)


그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Where to live?


4년동안 남편과 여러 도시들을 거쳐 롱디를 했고, 아이를 낳고서는 이제는 더 이상 부부가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싱가폴로 왔다. 다만, 궁극적으로 어디에서 살지 확고하게 결정하지 못한 채, 우선 살아보면서 생각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출국 한 것이 작년 9월이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 있던 신생아 아이가 "엄마~(실제로는 '어마~'에 비슷한 소리이다 ㅎ)"를 하고 아장아장 걸어다니며 어느 정도 말도 알아듣는 사람이 되어가는 엄청난 변화를 이루는 생애최초 1년의 시기에 아기는 엄마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했고, 어느새 내가 고민 할 수 있는 시간도 거의 다 사용해버린 것이다.


작년 <변호사언니들> 매거진 글('엄마가 되었다')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과 싱가폴 살이의 장점들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어디가 더 좋다고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고, 결국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매번 갈팡질팡,


육아에 좀 더 집중하면서 싱가폴에서 버텨볼까 싶기도 하다가, 어느 날은 복귀해서 다시 예전의 유능하고(?!) 효용감 넘치는 나로 살고싶은 마음,


우리 남편도 싱가폴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가 이젠 한국을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가,


아니- 우리 부부 지금 뭐하는 건가요ㅎ


얼마나 답답했으면, 심지어 인스타 스토리로 설문조사까지 실시해보고, 설문조사에 응해준 지인들과 대화도 나누어 보았다. 각자의 입장에서 경험, 희망사항(주로 한국에 계신 분들은 해외로 나오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등을 담아 다양한 의견을 나누어 주었다. 덕분에 답답함이 잠시 가셨으나,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고 마음에 확신이 서지도 않았다.


싱가포르에 투표해준 지인들이 많았지만, 설문조사로 살 곳을 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




어디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


싱가폴에 남는다면, 내 커리어는 다른 궤도를 갈 것이고, 한국에서 내가 쌓아올린 많은 것들이 이 곳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다만, 가족과 아이와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내 커리어는 기존과 같은 궤도로 돌아가고, 아이는 조부모님과 더 자주 볼 수 있고 나는 아마 정말 바빠서 아이를 지금처럼 자주 보고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일을 하는 나, 유능하고 효용감이 높은 나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여서, 어쩌면 이것들을 내려놓는 선택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를 위해 나를 희생하고 싶지도 않고, 많은 워킹맘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듯이, 내 인생에서도 이 문제가 양자택일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저녁이면 아이와 단지를 산책한다.
재택근무하는 아빠 덕분에 아이는 엄마 이상으로 아빠와 친하고 가깝다.


어쩌면 내가 계속 고민했던 것은 어느 나라가 객관적으로 더 좋은지, 살기 좋은 곳인가(그런 비교 자체가 사실 불가능하기도 하고)가 아니라,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이고, 인생에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란 무엇인가 일 것이다.


요즘 자주 나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아이에게 어떤 부모이고 싶은가, 나란 사람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이 꼭 필요한가, 아이가 어떻게 자라기를 원하는가...등등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사실 이 질문은 어느 나라에서 살지 결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 잘 살기 위해서 항상 필요한 질문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도 이렇게 갈팡질팡,

하루가 저문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베이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