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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변호사 Oct 12. 2019

[변호사 언니들] 성추행 등을 당했을 때

피해자로서 객관적 증거를 남기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방법

이번 <변호사 언니들>에서는 다소 진중한 주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바로 성범죄를 당했을 때, 피해자로서 객관적 증거를 남기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방법  이다.



지난 2018년 전세계 그리고 한국을 강타한 가장 강력한 단어 중 하나는 바로 "미투(Me Too)"일 것이다.


미투의 시작은 2007년 경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미투 해시태그 운동을 최초로 독려하면서부터이다.


하지만 대중들로부터 폭발적인 공감을 얻고 전세계 각 분야에서 미투운동이 촉발된 계기는 2017년 10월 할리우드 유명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 많은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이를 지지하며 #MeToo 해시태그를 달면서 부터였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의미로 블랙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에 참여한 여배우들

하비스타인의 성추문이 폭로되고 세계가 미투 무브먼트로 떠들석하던 그 2017년 10월 나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었다. 


당시 Steptoe&Johnson이라는 글로벌 로펌에서 파견근무 중이었는데 한국 복귀 전 사무실 여변호사들과 함께 송별 점심을 하게 되었다. 식사 중 프랑스 변호사가 본인 역시 살면서 크고 작은 성희롱과 추행을 당한 경이 있다며, 미투동을 지지하고 링크드인에 해시태그도 달았 말하였다.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인종과 국적도, 나이와 삶의 궤적, 전문분야도 모두 달랐지만 이에 관해 너무나 공감하면서 열띤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인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면서 한국에서도 강력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사실 그 동안 모두 다 알고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성희롱, 추행 및 폭력 실태에 대해서 영화, 연극, 문학, 정재계, 체육, 학계 등 각 분야의 미투가 잇달았고, 용암이 분출하듯 많은 여성들이 말하지 못한채 평생을 참아왔 - 부글부글 안에서 끓어오르던 그 절망과 억울함과 분노와 정의에 대한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그 목소리들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지난 주 들렸던 피크닉 (piknic) 문화공간  전시




하지만, 막상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런 일들은 너무나 예기치 않은 순간에 벼락같이 찾아온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그 순간 추악스러운 손 앞에서,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사고가 정지된다.


정혜진/ 2019년 作

아무리 똑똑한 여자라도- 교수, 박사, 심지어 판/검사나 변호사라도 마찬가지다.


성희롱, 성추행 심지어 성폭행과 같은 사고를 당하면, 모든 여성들은 사실 너무나 당황하여 사고가 정지되고 멍해지는 경험을 한다고 한다.


(참고로, 그런 의미에서 대법원 강간 성립 판단 시 피해자의 강렬한 저항여부를을 판단기준으로 둔 것은 법의 집행자들이 그 상황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며, 가희 남성적이교 폭력적인 시선이라 생각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 피해사실을 어디에 누구까지 말해야 하는지부터가 고민이고,

그러한 일들이 직장 내에서 이루진 경우에는 이를 징계요구, 고소했을 때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과연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회사는 계속 다닐 수 있을지- 다니더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지, 이상한 시선과 추문이 따라다니지 않을지......


머리 속은 혼돈 그 자체이고, 일상의 평온은 모두 깨진 채 피해자이기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은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어떻게 대처할까를 고민하는 수많은 나날과 시간들이 흐르고

겨우 징계/형사처벌 절차로 가고자 마음을 먹고 나면-


통상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수년의 세월이 흘러버리고 만다.


그렇게 남은 증거라고는 대부분 피해자 진술밖에 없다.


그래서 고통의 세월을 지나 가해자를 처벌하고자 마음을 먹었더라도, 대부분 피해자들은 너무나 억울하게도 그 사건을 입증할 길이 자신의 목소리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시간이 많이 흐른 경우에는 본인도 기억이 점차 흐릿해져서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그 이외에 정황증거나 보강증거들이 없다면 가해자가 피해자진술이 신빙성을 공격할 수 있고, 심지어 무고죄 등으로 고소를 당하는 억울한 경우까지 생기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피해자로서 객관적 증거를 남기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방법


모든 사건이 마찬가지이지만, 회사 내 징계절차이든 민형사같은 사법절차든 진행하려면 "객적 증거"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성범죄는 그 특성 상 피해자진술 외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기 매우 어렵다.


많은 미투운동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어렵게 고백을 했지만 대부분 사안에서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 있었고, 피해자 주장만 존재하여 오히려 공격을 당하는 경우를 뉴스에서 많이 보았다. 그 사람들은 정말 힘들고 본인의 모든 세상을 포기하고 용기를 내어 낸 목소리였을텐데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하는 아주 간단하지만 변호사로서 내생각하는  등을 당했을 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해줄 수 있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증거를 확보하는 방안나눠보고자 한다.



1. 괴롭더라도 기억이 아직 잘 날 때, 상황과 당시의 심정을 소상히 적기


너무나 힘들더라도, 성폭력 피해를 당한 직후 기억이 생생할 때 아주 구체적으로 상황, 피해사실과 당시 심정까지 소상히 일기를 쓰듯이 적어두어야 한다.


1) 피해발생 일시, 장소를 포함 구체적 상황을 기록. 


언제 어디서 몇시쯤 어떻게 어떤 행위가 이루어졌는지- 오른 손으로 또는 왼손으로 어디를, 어떻게 등 가급적 기억이 나는 모든 부분들은 단계적으로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좋다


2) 당시 피해자의 심정도 피해사실과 함께 풍부하게 적는다 (당황스러웠다. 사고가 정지되었다 수치스러웠다 등 심정을 구체적으로 피해사실과 함께 서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반드시 작성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형식으로 기록 해야 한다.

 본인 이메일로 자신을 수신자로 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 확실


예를들면, 2019. 8. 17. 피해 발생 직후인 2019. 8. 18. 본인에게 보낸 이메일에 어떻게 성추행을 당했는지 구체적인 기록을 남겨두는 경우, 추후 해당 이메일 내용은 사건발생 직후에 작성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서 피해자 진술이 신빙성을 높여준다.



2.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 있던 동료, 지인 또는 친구나 가족들에게 문자나 카톡을 보내기


피해 직후 제정신이기 힘들겠지만, 현장에서 나오거나 그 직후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문자/카톡 등으로 그 당시 상황을 직접 말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메세지를 보내놓는 것도 객관적 정황증거를 남기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다.


(회식 자리에 있던 친한 동료에게) “저 지금 oo가 성추행을 해서/허버직를 만져서/가슴을 만지려고 해서..등등 너무 당황해서 회식자리에서 도망가요…”

(가족/친구에게)“나 지금 성희롱/성추행 당한거 같아..어떻하지..”


가능하다면 문자나 카톡에 상황/심정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도 같이 남기면, 위 이메일과 함께 더욱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될 수 있다.



3. 가해자에게 이메일/문자 등을 보내어 사과를 요구하기


가능하다면 사건 직후나 근시일 내/또는 추후라도 가해자에게 몇월 몇시 어디에서 한 행위에 대해서 사과를 받고 싶다는 취지로 이메일/문자를 보낸다.


가해자에게 이메일/문자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정말 사과를 받기 위함이 아니다.

 이 역시 하나의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먼저 사과 요구 이메일을 보내면, 가해자들은 사과를 하면 사태가 수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반응이 나오게 되어 있다.


만약 가해자가 위 이메일/문자에 회신하면서 행위사실을 인정하면서 미안하다, 잘못했다라는 내용의 회신만 온다면, 이것은 범죄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추후 가해자가 가사 범죄를 부인하더라도 위 이메일/문자 교환내용은 가해자가 행위를 인정하도록 하는데 좋은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해자들은 위와 같은 이메일/문자를 받으면 보통은 인정하는 회신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만나서 이야기 하자” “너가 기분나빴다면 미안하다” 등의 회신만 오더라도 충분하다.


나아가, 사과요구 이메일에 가해자가 만나자고 한 경우, 대화를 녹음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대화자간 녹음은 이전에는 불법이 아니었으나, 최근 판례로 사안에 따라서는 불법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경우는 가능성이 낮을 것이다. 추후 증거 사용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만약 대화자간 만났다면 관련 대화는 모두 녹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빠른 시일 내에 병원/정신과 상담을 갈 것



만약 폭행을 수반하여 신체적인 피해가 있다면, 사건 직후 빠른 시일 내에서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멍, 찰과상 등도 포함).


성희롱이나 성추행의 경우에도 정신과나 심리상담소를 찾아갈 것을 강력 추천한다.


실제 피해자 본인의 정신건강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일 뿐만 아니라, 증거 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직후/수일 내에 연차를 내어 쉬고 마음을 추스리면서 근처 가까운 곳에 정신과나 심리상담소를 방문하여 그 상황에 대해 본인도 정리를 하고, 치유를 받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해자가 같은 직장이라면 몇일이라도 연차를 쓰고 가해자를 보지 않는 것- 즉,가해자와 분리되는 것이 피해자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진료나 상담 후에는 확인증을 발급해주는데, 그때 정신과 진료/심리상담의 목적/내용을 (희롱/추행/폭행)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관련 상담 등이라고 기재를 요청한다.


이는 추후 피해자가 당시 얼마나 충격을 받았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자료이다.



5. 기타 객관적 정황증거 확보방안


1) 사건 직후 당시 현장에 있었던 주변 동료/지인들의 진술 확보 


쉽지는 않만 회사 내부 징계 차에서 비공개로 참고인진술을 해주거나, 추후 형사절처에서 참고인 진술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미리 잘 만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경험 상 세상은 생각보다 정의롭고 따뜻해서, 동료나 지인이 성폭력 범죄를 당했을 때 본 것, 들은 것 그대로 말해 줄 용기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으니 이를 믿고 힘을 내어야 한다.



2) 힘들더라도 현장에 가서 꼭 cctv가 있는지 확인하자



회식 등 외부업장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면- 생각보다 많은 음식점/주점에서 업장 내 cctv를 보유하고 있고, 사장님들은 피해자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그리고 당시 현장을 기억하고 있는 점원들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관련 점원들의 진술도 확보해두면 좋다.


양해를 구하고, 일부 진술들을 녹음해두는 것도 좋다. 다만, 당사자들이 형사 사건의 참고인이 될 경우를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이때는 점원의 진술을 바로 메모해놓거나 역시 본인 이메일로 현장방문 기록을 보내놓는 것이 좋겠다.





지난 해 10월 전직 폭스뉴스 앵커로서 사내 성희롱을 폭로한 그레천 칼슨의 자전적 에세이, <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를 인상깊게 읽었었다.


변호사언니들의 이번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피해에 대해서 더이상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때, 그 목소리에 조금이나마 힘이 보태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이에 이 글은 위 책의 영문제목으로 마무리해볼까 한다.


우리 모두- Be Fie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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