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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르쮸 Apr 07. 2023

조용하지만 빠르게, 그의 엄지손가락

땅콩이 관찰일지 day2


오랜 시간 핸드폰을 바라보는 남편은 그중에서도

'지뢰 찾기'를 자주, 그리고 많이 한다.


지뢰 찾기, '요즘 사람들도 많이 하는 게임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신기하게도 유튜브에 검색하면

지뢰 찾기를 단시간에 하는 영상, 일명 '지뢰 찾기 기록 깨기' 영상들이 꽤나 올라와있다.


런 영상들을 보면 '우리 땅콩이 도 저만큼은 하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팔은 안으로 굽어서 그런 건가 싶지만 정말 그 누구 못지않게 지뢰 찾기를 잘한다.


그를 통해 처음 접해본 지뢰 찾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지뢰를 벗어나 숫자들만 찾아가며 선택해야 하는데 이게 결코 쉽지가 않다. 나름 규칙이 있고 또 신중한 터치도 필요하다.


나는 초보라 규칙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터치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가락이 삐끗하면 다른 버튼을 눌러 지뢰에 당첨되기 일쑤다.


나름 요령이 필요하고 빠른 두뇌회전 스킬을 요하는 게임을

남편은 순식간에 후다닥 해치워버린다.

그 자그마한 네모칸들을 누르며 지뢰를 벗어나는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가 하는 일들 중 결과가 뚜렷하고 성공확률이 높아 그것에서 오는 기쁨이 있는 것 같다.


그는 집에서든 밖에서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잠시 정적이 흐르거나 조용해지면 아니나 다를까 지뢰 찾기를 하는 중이다.


빠르게 화면을 터치하는 그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보며

나는 오늘도 물어본다.


"오늘은 몇 번했어?"


남편은 당연한 듯이 '10번 넘게 했지~'하고 웃어넘기며 말한다.


이런 글을 보면 단순하게 지뢰 찾기를 좋아하고 많이 하나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는 정말 잘하고 많이 많이 한다'


남편 덕분에 지뢰 찾기 대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한 번 도전해 보라고 해볼까 생각 중이다.

나는 기록이 얼마나 나와야 잘하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기록을 넘어 한번 재미 삼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https://minesweeper.online/ko/past-championships


요즘 세상 젊은이들은 취미든 특기든 잘하는 거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는데 남편은 빠르게 움직이는 엄지손가락으로 특기하나는 이미 가진 거 같다.


요령과 스킬을 이미 터득하고 어쨌든 머리를 쓰며 해야 하는 게임을 잘한다니 그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뭐든 하나를 시작하면 열심히 하고 꾸준히 하는 모습에 그것이 게임이 됐든 놀이가 됐든 그가 즐거우면 된 거다.


그의 엄지손가락, 언제까지 빠르게 그리고 조용하게 움직일 것인가! 그가 지뢰 찾기 대회에서 우승하는 그날까지 나는 응원할 테다. 열심히 찾아보자, 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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