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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업 Jan 18. 2024

책장 파 읽기

냉장고 파 먹기도 시급하다만

 

 물가가 미쳤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지'하면서 집었다가도 가격표를 보면 슬그머니 내려놓게 된다. 요즘은 마트가도 장바구니가 무겁지 않다. 장바구니 한가득 사서 오는 재미가 없다. 미친 물가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헐빈한 장바구니를 들고 와도 그럭저럭 상이 차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반찬은 이어서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의 식성을 핑계 삼아 매번 재료를 구입하다 보니 쓰고 남은 식재료들이 뒹굴다 아깝게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만다. 명절 때 얻어 온 식재료들도 냉동실에 제법 차 있다. 쇼핑의 즐거움도 딱히 없으니 당분간은 냉장고 파 먹기를 해야겠다. 



 

 이와 동시에 책장 파 읽기를 해야 할 참이다. 몇 달 전에 아깝지만 더 이상 보지 않을 책들은 과감히 정리를 했건만 밀려드는 새 책들로 다시 정체가 시작되었다. 작년부터 독서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부작용으로 책을 쓸데없이 사 들이고 있다. 밑줄 팍팍 그으면서 보려면 꼭 사야 한다며 책을 아껴 사는 남편에게 불필요한 설명을 하곤 했다. 누가 좋다고 추천하면 카트에 담아놓고 최대한 구매를 늦춰 보려고 하지만, 새해 들어서도 서점에서 택배가 자주 오고 있다. 


 오늘아침 공부시간에 참고 도서를 찾아 책장을 뒤지다 보니 제대로 내용을 다 보지 못한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공 관련 책들은 두껍고 어렵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봐야 하는데, 가볍게 쉽게 읽히는 책 위주로 몇 달 동안 달리기 하듯 읽어대느라 꾸준히 봐야 할 책들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책이 자주 들어오다 보니 손에 들려 있던 책은 놓이고 다시 새 책을 드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독서 진행형인 책만 5권이다. 이러다 시들해지면 몇 권은 책장에 그냥 꽂히고 말 것이다. 이렇게 읽다만 책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욕심이 앞서니 조바심이 나고, 조바심이 나면 대충 하게 되고, 빨리 되지 않으면 중간에 그만두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쉽다. 이렇게 하다 보면 번지르르해 보여도 제대로 속 빈 강정이 될 게 뻔하다. 대충 씹고 꿀꺽 삼키고 다시 꾸역꾸역 먹어대고 있는 꼴이다. 정리되지 않은 책장을 보니 어지러운 내 마음과도 같다.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해야 될 것만 같아 등 떠밀려 가는 이런 순간에 중심을 잡아야 한다. 


 며칠 전 이룸모닝루틴 5분 강의시간에 김익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뜨끔하다.

 "자기 계발은 그만하시고, 이제 공부하세요." 

 차곡차곡 책정리를 하면서 책장 파먹기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이미 가진 책만으로 일 년은 족히 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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