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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영 May 07. 2022

낸들 돈 쓰고 싶겠냐고요(1)

gym에서 Pt시작한 중년 여인의 기록

 운동이라면 대학 시절 '운동'했던, 그러니까 그건 스포츠가 아니라 운동권의 '운동'을 칭하는 거다.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들거나 유인물을 나눠주는 따위의 '운동'말이다. 청춘을 그 '운동'에 빠졌었다. 그 '운동'이란 건 몸이 좋아지긴 커녕 술 담배에 찌들어 건강을 파괴하는 '운동'에 가까웠다. 그래도 행복했던 탓일까, 몸이 심하게 아팠던 기억은 없다. 하지만 세월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서서히 체형이 무너지더니 갱년기가 시작된 작년부터 몸 여기저기에 별난 증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했던 건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한 거였다. 알코올이 전혀 흡수되지 않았고 부끄러울 일도 없는데 쓸데없이 얼굴이 벌개졌다. 피부과를 전전하며 약을 바르거나 먹었지만 잠깐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원상복구됐다. 불 타는 고구마 꼴도 서러운데 심지어 간지럽기까지 했다. 볼이며 턱 주변을 벅벅 긁다보니 얼굴을 내밀고 다니기 민망할 지경이었다. 기어코는 두피마저 근질대기 시작했고 어찌나 심하게 긁었던지 피가 나고 딱지가 앉았다. 피부과에선 지루성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는데 역시나 약 효과는 그저그랬다. 긁을 때마다 손톱을 사용하다보니 상처가 생기고 세균이 침투하고 그러면 더 간지럽고 아팠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싫어지고 자존감이 바닥을 긁었다. 우울에 짜증이 겹치면서 삶의 질이 떨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모든 증상의 원인에 갱년기라는 강력한 요인이 있단 걸 나중에야 알았다. 말하자면, 갱년기 증후군이었다.


산부인과를 가야할까 정신과를 먼저 갈까,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빗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양쪽 복사뼈가 으스러졌다. 일명, 삼복사골절. 열흘을 입원  퇴원했지만 걷기는 커녕 자리만 보전하고 누워 있었더니 근육은 눈깜짝할 사이에  녹아버렸다. 근육 대신 철심을  채로 8개월이 흘렀고 얼마 전에 철심 제거 수술을 했다.  사이에 체중은 5키로가 늘었고 얼굴은 이스트 부푼 빵처럼 거침없이 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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