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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미 Jul 09. 2020

쑥밭에는 쑥들이 모여 살아요

아침부터 쑥대머리를 하고앉아
쑥떡을 먹고 있으려니 예전 생각이 난다.

나는 쑥을 참 좋아했다.
아니. 정확히는 쑥냄새를 좋아한다.
그래서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가 피어있던 말던 나의 관심은 온통 쑥이었다.

아이 예뻐라. 쑥들아 안뇽~~♡♡

솜털이 보송보송한 쑥의 가운데 고갱이 부분을
톡 뜯어내면 내 손에서 은은하게 풍겨져 나오는 쑥냄새가 나는 미치게 좋았다.

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쑥밭에는 쑥들이 모여 살고요
우리들은 아파트에 모어여어 살아요
우리 쑤욱밭~~ 우리 쑤욱밭~~
차악하고 귀여운 우리들의 쑥동산~

쪼그리고 앉아 왼손에 들려진 비닐봉투에다
꽃을 따듯 쑥을 따서 집으로 팔랑팔랑 돌아왔다.
그리고 모시조개와 된장을 살살 풀어넣고 쑥국을 끓이고 쑥떡을 빚고 쑥 셀러드도 만들었다.
쑥을 싫어하는 가족들은 손도 대지 않았지만
나는 그 많은 걸 혼자 다아 먹었다.

그만큼 좋았다 나는 쑥이.

그런데 하루는 엉덩이를 쳐들고 신이나서 쑥을 뜯다가 쑥밭에 죽어있는 고양이를 보았다. 쑥물처럼 진한 모스그린 색 고양이가 털모자처럼 땅에 떨어져 있었다. 그날 나는 쑥을 뜯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 뒤부터 쑥을 뜯으러 다니지 않게 된 거 같다.
하지만 지금도 쑥을 보면 너무 좋다.
길에서 쑥잎 몇 개를 따다 킁킁대며 손에 밴 쑥향을 맡는 버릇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젠 산으로 들로 쑥을 뜯으러 다니진 않는다..

아침부터 쑥떡으로 배를 불리고.
참기름으로 번지르르해진 입술로 냉커피를 쪽쪽 빨아먹다 예전 생각이 나서 또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

이제는 추억으로 남은 나의 쑥같은 인생.
오늘은 이선희의 노래 한곡 띄워드리겠습니다.

<아 옛날이여~~>

이젠 내 곁을 떠나간 아쉬운 쑥들이기에
마음 속의 그 쑥밭 못잊어 그려본다

달빛 물든 속삭임 별빛 속의 그 밀어
안개처럼 밀려와 파도처럼 꺼져간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아니야. 이제는 잊어야지
아름다-운 쑥밭들
구름 속에 묻으리
모두 다 꿈이라고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그날이여어~~
.......

쑥을 너무 좋아하는 저를 위해 시아버님이
쑥을 곱게 말린 쑥차와 쑥을 뭉친 쑥모기향을 만들어 보내주신 기억이 나네요. 며느리 사랑은 역시 시아버지였는데.. 아.. 옛날이여어..

#쑥아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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