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라디오를 켜며,
중학생이 되던 해에 mp3 플레이어가 유행이었다.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길을 걷는 사람들이 멋져 보였다.
부모님께서는 공부에 방해된다고 사줄 수 없다고 하셨다.
조금씩 모은 용돈으로 결국 mp3 플레이어를 몰래 샀다.
그날 밤 이불 속에서 처음 들은 게 ‘타블로 조정린의 친한친구’였다.
고등학교 다닐 적엔, 라디오에 사연 보내기가 학교 안에서 대유행이었다.
옆반 친구가 보낸 사연이 당첨돼 ‘노홍철의 친한친구’에서 보내준 피자까지 먹게 되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기발한 문자를 생각하느라 야자시간마다 친구들과 머리를 맞댔었다.
중고등학생 때는 매일같이 라디오를 들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이상하게 라디오를 잘 안 듣게 되었다.
관심 있는 연예인이 나올 때 한 번씩 듣는 게 전부랄까.
워낙에 스마트폰으로 할 게 많아서 그런지 라디오에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얼마 전, ‘조PD의 비틀즈라디오’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잔잔한 오프닝 시그널에 마음이 끌려서 듣기 시작했다.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하는 심야 라디오로, 오로지 비틀즈만을 위한 방송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비틀즈의 노래, 리메이크 된 노래 등
비틀즈와 관련된 모든 음악을 함께 얘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떻게 한 아티스트만을 위한 방송을 무한정으로 진행하나 싶었는데, 가능한 콘텐츠였다.
‘조PD의 비틀즈라디오’ 첫 방송을 듣고 안 사실인데, 비틀즈는 10년의 그룹 활동기간 동안 282개의 곡을 냈고, 각자의 멤버가 솔로 활동을 하면서 1000곡 이상의 노래를 냈다고 한다.
심지어 노래 ‘Yesterday’는 최소 3000가지 이상의 리메이크 버전이 있어서 기네스에 등재된 곡이라고 한다.
그러니 하루에 다섯 곡을 소개한다고 해도 이 방송, 몇 년은 거뜬하겠다.
‘비틀즈 오디세이’ 코너에서는 비틀즈가 음악 활동을 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가는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비틀즈의 생애에 함께 녹아드는 기분이다.
처음 팀을 꾸릴 때부터 해체까지, 많은 세세한 이야기들이 그들의 음악과 함께 이어져있다.
사실 비틀즈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다.
‘Let it be', 'Yesterday', ’Imagine'처럼 유명한 곡들 위주로 들어왔다.
비틀즈에 대해 아는 건 몇 곡의 노래뿐이어서 조PD님의 친절한 큐레이션은 큰 도움이 된다.
또 좋은 음악 찾기에 목 말라있는 나에게는 이 라디오가 굉장히 반갑다.
잠을 정말 늦게 자는 편이기에 새벽의 비틀즈라디오는 새로운 친구가 되었다.
무엇보다 라디오를 다시금 매일 챙겨 듣게 돼서 좋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
비틀즈의 영향력이란 무엇일까?
그들의 음악에는 무슨 울림이 있는가?
얼마나 대단했길래 이렇게 굳건한 팬층이 지금까지 있는 걸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근처 도서관에 비틀즈 전곡 해설집인 ‘Across The Universe’가 있어서 빌려볼까 한다.
새벽 3시에 이렇게 열심히 마이크를 잡고 있는 건,
이 시간에 깨어있어야 하는 사연 있는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싶어서입니다.
넓이보다는 깊이를 추구하는 방송.
여기는 조PD의 비틀즈라디오입니다.
2018년 6월 30일. '조PD의 비틀즈라디오' 오프닝 멘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