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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이 Aug 16. 2018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길고양이 도시 생존기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걷기조차 무더운 날씨다.

길고양이들이 그늘 밑에 축 늘어져있다.

사람도 이리 더운데 고양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지붕이 없는 길고양이들의 삶은 어떨까?

길고양이라고 불리는 그들에게 삶이란 무엇일까?


‘MBC 스페셜’ 도시 x 자연 다큐멘터리 Ⅰ - 고냥이


지난 8월 13일 방송된 ‘MBC 스페셜 고냥이’편은 길고양이들의 도시 생존기를 그렸다.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내가 고양이가 된 기분이었다.

국내 길고양이는 약 100만 마리로 추정된다.

도시는 길고양이들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하고, 도로 위를 쌩쌩 달리는 차를 알아서 피해야 한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길고양이들은 이 험난한 도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만삭의 어미 고양이. ‘MBC 스페셜’ 캡처.


만삭인 고양이가 어느 공장을 찾아왔다. (사진 2-1, 2-2 참조)

고양이는 새끼를 배면 안전한 출산 장소를 찾아 나선다.

이 고양이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인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을 택했다.

고양이의 출산 시간은 짧게는 네 시간, 길게는 이틀.

공장을 찾아온 만삭의 고양이는 여섯 마리의 새끼를 건강하게 낳았다.

그렇게 소중한 생명들이 태어났다.


생후 7일차 아기 고양이. ‘MBC 스페셜’ 캡처.


길고양이의 수명은 3년을 넘기지 못한다.

태어난 길고양이 네 마리 중 한 마리가 겨우 살아남는다.

그들을 보살피는 사람들을 캣맘, 캣대디라고 부른다.

캣맘과 캣대디는 손수 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고 다친 고양이들을 치료한다.

이 따뜻한 손길 덕분에 많은 길고양이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동생이 자동차 엔진룸에서 아기 길고양이를 구조했다.

자꾸만 동생을 졸졸 따라오는 게 눈에 밟혀 집에서 키우게 됐다.

처음 며칠 동안은 아무것도 안 먹어서 걱정했는데, 지금은 툭하면 밥 달라고 다리를 잡아당긴다.

애교가 정말 많아서 우리 가족의 엔돌핀이 됐다. (이름은 복동이다^^)


구조 당시 복동이의 모습.
지금은 이렇게나 귀엽고 건강하다.


생명이라는 건 참 소중하고 신비하다.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았던 복동이가 지금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무언의 안도감이 느껴진다. 

만삭의 고양이를 보살펴 준 캣대디도 나와 같은 감정이었을까.


길 위의 생명이 위태로우면,

인간이 지붕 역할을 해주면 된다.

도시에서 상생하는 삶은 어렵지 않다.


이번 방송은 ‘MBC 스페셜’이 새롭게 시도한 <도시 속의 자연> 테마 다큐멘터리였다.

다음 편에 도시 속 어떤 자연의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된다.


“아마도 내일은 오늘과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겁니다.
괜히 주변을 기웃거리고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을지도 모르죠.
치열한 생존 속에도 찬란한 낭만을 간직한 우리들이 이 도시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젠, 당신도 알게 됐으니까요.”
‘MBC 스페셜 - 고냥이’ 내레이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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