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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은 Jun 20. 2018

X세대의 일기

대중문화 부흥 주역의 아이콘


시계 알람을 듣고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엔 피곤하고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다. 겨우 일어난 나는 학교를 가기 위해 화장을 한다. 요즘 엄마가 저승사자 같다고 놀리지만 퍼플색이 유행이다. 오늘은 눈썹을 가늘게 길게 그리느라 늦었다.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를 고민한다. TV에서 탱크톱을 입으면 출연을 못한다고 한다. 뭐 그래도 난 배꼽티를 입고 세미 힙합바지를 챙겨 입었다. 아, 삐삐도 챙겨야 한다. 

깜빡 잊고 지갑을 안 가지고 나갔다. 그래도 다행히 수첩에 만원 한 장이 있어서 지하철표를 샀다. 만원이면 뭐 하루 종일 지하철비, 버스비, 밥값, 음료수 값... 다니는데 쓰고 남을 거다.

3학년이 되니 전공수업이 많다. 교양수업은 1학년 때나 듣지 2학년 때부터는 전공, 전공, 전공수업만 있는 거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학생운동 때문에 맨날 학교에 안 가고 수업도 안 했다 들었다. 학생회에서 데모는 가끔 해도 난 학생운동을 겪어본 적은 없다. 선배들의 전설만 들어봤을 뿐이다. 점심에는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식권이 올랐다. 2000원이나 한다. 1학년 후배들이 밥사달라 쫓아다닌다. 선배들의 시험족보를 노리는 놈들이다. 왜 1학년 때 F학점 있는 게 당연하게 된 건지, 애들이 공부를 안 한다.

이번 금요일에 현지랑 압구정에 놀러 가기로 했다. 주희가 유학 간다고 해서 모두 모이기로 했다. 방학만 되면 압구정에 유학 갔다 방학 때 들어온 애들이 들끓는다. 오렌지족이라 부르는 애들이다. 어찌나 잘난 척을 하는지 보기 싫다. 그래도 압구정에 예쁜 옷도 많고 음식점도 많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이대입구에서 놀았는데, 대학에 오고 나서는 압구정이나 강남역에서 주로 논다. 

공강 시간에 학교 과방에서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었다. 요즘에 길거리 리어카에서는 김건모 노래만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 서태지와 아이들, 현진영, 듀스에 대한 이야기, 워크맨 대신 새로 산 CD플레이어 자랑 이야기. 선배 언니가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한다. 유럽 배낭여행~ 요즘 한창 유행이다. 터키가 좋아서 한 달을 더 머물렀다고 한다. 과대가 수학여행을 외국으로 가자고 한다. 요즘 환율을 보면 뭐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제주도 가는 거나 괌으로 가는 거나 비슷하게 비용이 들 거 같으니 이왕이면 괌으로 가자 해야겠다. 

그러다가 삐삐가 와서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3대의 공중전화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큰일이다. 곧 수업 시작할 텐데, 줄은 언제 줄어들까? 조교 언니가 조교실 전화는 절대 못쓰게 한다. 나도 시티폰이라도 사야 하나 싶다. 그런데, 시티폰 쓰는 친구 보니까 공중전화가 근처에 없으면 쓰지 못하더라. 다은이는 부잣집 딸이라 그런지 우리 과에서 유일하게 핸드폰이 있다. 나도 언제 핸드폰으로 전화 걸어볼까?

내일 공강 시간에는 학교 앞 오락실에 가자고 했다. DDR이란 게 생겼단다. 만화방은 담배냄새가 너무 심해서 오락실 갔다가 수업 끝나고 영화를 보러 가려한다. 영화관이 너무 멀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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