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리 Mar 17. 2024

시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채소팩

재작년 시아버님이 퇴직하셨다.


퇴직하신 시부모님은 부산의 작은 땅을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하셨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살아있는 모든 생물을 마음 다해 살피시는 어머님 그리고 집요한 탐구력을 가지신 아버님은 농사 1년 만에 실패 없는 농작물 수확을 하셨다.


손주들이 태어나면 필요한 채소를 주문받아 한주간 먹을 분량을 보내주시는 게 로망이라 하셨는데, 아직 없는 손주 대신 우리를 살펴 주신다. 전화로 필요한 야채를 여쭤보신 후 감자, 고구마, 옥수수, 허브까지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큼 보내주시는 거다.


"올해는 뭘 더 해볼까?" 여쭤보셔 원하는 채소를 잔뜩 나열했다.


고구마는 작년 정도면 충분하고, 감자랑 고추, 파는 조금 더 많아도 될 거 같아요.
요즘 CCA 주스를 자주 마시고 있는데, 당근도 더 많이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베타카로틴이 오빠 눈에 그렇게 좋다네요! 헿.


철부지 딸 같이 이거 주세요! 하는 모습도 예뻐해 주시는 시부모님 덕에 올해도 채소 걱정은 없다.


작년엔 고구마를 캐고 왔는데, 올해는 콩도 좀 따고 옥수수도 따고, 뭐든 도움 될 건 해보고 와야겠다.


우리 부모님의 내리사랑을 넘어, 시부모님의 내리사랑까지. 무럭무럭 먹고 자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심예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