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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dit Apr 18. 2019

커피도 경험의 시대

커피 한 잔이 사용자경험에 적용하기까지

아침 출근 후 커피 한 잔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퇴근 후 친구들과 커피 한 잔

주말에 여유로운 장소에서 커피 한 잔


2019년,

커피는 우리 곁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


카페, 사람들의 제3의 공간이 되다.


한국에 카페가 이렇게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채 안됐다. 10년 전 2009년에도 물론 카페가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어느 곳에나 있지 않았고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체인점에 비하면 개인 카페는 그렇게 많지 않은 때였다.


2009년에는 내가 스무 살이 된 해이며 대학생의 나는 카페를 가는 것을 좋아했다.

당시만 해도 남자 혼자 카페를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하는 행동은 사람들에게 낯설었다.

카페 종업원조차 혼자 온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척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개인의 가치와 행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고 개개인의 요구가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이처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개인화됨에 따라 우리 주변도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인 장소 중의 하나가 '카페'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화된 카페가 많아지고 카페 인테리어도 다양화되었으며 최근에는 블루보틀의 영향으로 커피를 만드는 공간이 바리스타와 고객이 마주 보는 수평적인 구조로 변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성격을 가진 카페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 외에 다른 독립적인 공간인 제3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블루보틀, 도쿄, 나카메구로 점

그러나 국내에서 이처럼 다양화된 카페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카페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본질을 잃고 있다. 그 문제는 카페의 본질인 '커피'의 맛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사람들이 SNS에 올리기 좋은 공간 혹은 놀이를 제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무턱대고 해외 카페(블루보틀 등)를 벤치마킹하나 외관만 따라 하고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서비스와 소비자와의 관계에 대해 깊이 고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간이 카페의 다양성, 경험의 확장이라는 좋은 단어로 포장되고는 하나 가장 중요한 카페의 경험인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커피의 본질에 집중하다.


이 글은 커피의 맛에 집중하고 고객들에게 커피의 경험을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카페의 외관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연상하게 하는 커피 전문점 홍대 밀로 커피다.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좌), 홍대 밀로 커피 로스터스(우)

번잡스러운 홍대에서 이 곳은 그나마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에드워드 호퍼가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도시의 외로움을 그려냈다고 언급했듯이 밀로 커피 로스터스도 카페 외관에서 비슷한 맥락의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필자는 스무 살 무렵부터 홍대 주변을 자주 배회하였으며 혼자 사색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찾으러 다녔다.

그 중의 하나가 이 곳이다. 혼자 가기에도 어색하지 않으며 사람들의 시선에 있어서 자유로운 공간의 카페이기 때문이었다.


이 곳은 큰 공간의 카페는 아니지만 혼자 사색할 수 있는 바 테이블을 제공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밀로 커피 로스터스는 철저히 '커피의 맛'에 집중한다.

커피를 만드는 공간 뒤 벽면에 자리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커피잔은 일본의 커피전문점 "차테이 하토우"를 떠오르게 했다. 이러한 내 인상이 맞다면 저 많은 종류의 커피잔은 고객의 인상에 따라 바리스타가 골라주는 커피잔을 제공하는 1:1 맞춤형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밀로 커피 로스터스의 찻잔

예상하건대 당신의 이 곳을 방문한다면 바리스타는 당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잔을 골라줄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이 곳에서부터 이 곳만의 고객 경험이 시작된다.


이러한 고객 경험이 사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런 소소한 경험은 분명 당신이 이 곳에 인상을 좋게 만들어줄 것이다. 하루에 백명도 넘는 고객을 상대하는 바리스타가 그 순간만큼은 당신을 생각했다는 증거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리스타가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은 커피에 그대로 드러난다.

밀로 커피 로스터스의 몽블랑

이 곳의 커피는 커피 맛에 둔감한 사람일지라도 '맛있다'라는 인상을 새겨줄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다.

대표 메뉴인 몽블랑은 커피 위의 달콤한 생크림과 커피의 쓴맛을 적당히 조율한다. 단 한 잔의 커피에서 몇 단계의 맛을 경험하게 한다.


대체로 식은 커피는 맛이 텁텁할 수 있으나 밀로 커피 로스터스의 커피는 그렇지 않다. 온도 차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의 바리에이션을 가지고 있으며 한 잔의 커피를 다 비울 때면 신기하게도 온 몸에 힘이 돈다.

밀로 커피 로스터스의 드립 커피

단 한 명의 바리스타가 손수 끓여주는 드립 커피는 마치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물 받는 것과도 같다.

비록 자신의 커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기다림의 대가는 달콤하다.


내 앞에 바리스타가 들고 오는 단 하나의 커피가 들어서고 뜨거운 커피를 천천히 마시는 순간 지쳤던 하루들에 대한 보상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느낌은 대기 번호에 따라 기다렸다가 받으러 가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받기 힘들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온전한 것을 마시는 느낌을 받는다.



커피 한 잔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법


이러한 모든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이 곳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법이다. 장인정신을 가진 바리스타가 제공해주는 커피 한 잔이 고객에게 미치는 사용자 경험을 긍정적으로 적용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확산하게 만든다.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은 분명 이 곳과는 다르다. 목적의 본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공간의 가치가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의 경계선에 걸쳐져 있다.  밀로 커피 로스터스가 제공하는 공간의 가치는 휴식과 사색의 공간에 조금 더 가깝다. 커피 한 잔에 집중하여 따뜻한 커피와 사용자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경험 가치를 제공한다.


이 곳에서 나만을 위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사색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아니면 멍을 때려도 좋다. 그 순간만큼은 당신의 것이라는 순간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공간이다.

둘이 가도 좋지만 혼자 가는 것도 좋다.


생각이 많아지고 바쁘게 연결되어 있는 현대 사회의 요즘, 하루 정도 자신을 마주할 시간을 내서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그리고 조금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커피다운 커피를 파는 '카페'가 아주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한다.

millo coffee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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