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변만화 Nov 18. 2024

영혼과 詩; 샛별

샛별, 금성

<별>


별이 나이를 먹었다

별이 붉어졌다


걸으며 헤아려본다

그래 근 이십 년

내가 너를 처음 본지


별도 나이를 먹는구나

별도 늙는구나


별도 나이를 먹는데...


사람의 나이 듦이

아니, 내 나이 듦이

나이 듦의 상처와

나만 아는 치부와 비밀들이

그 세월들이

부지불식간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별도 나이를 드는데...


저렇게

온 세상 존재들이 다 알게끔 붉어지는데

나 따위의 나이 듦이 어떠한가

무엇이 대수인가

늘 맞서 빛나면 된다


저 별은 맞선다는 저항도 마음도 없이

열심히 빛나다 나이가 들고 붉어졌다


내일은

나의 터덜터덜한 초저녁을 바라봐주고

들썩이던 깊은 밤을 바라봐주고

사그라든 채 기절해 가던

내 새벽을 깨우던

저 별의 이름을 알아야겠다




이 시를 쓴 건 2018년도 혹은 2019년도였던 것 같다.

내가 본 별의 이름은 금성이며

태양계 내에서 태양으로부터 두 번째에 위치한 행성이다.

또 다른 이름은 샛별.

비너스의 별이자 목자의 별이라고도 불린다.

불교에서 석가모니는 이 샛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고

기독교에서는 이 별이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지옥의 반항아, 루시퍼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별을 볼 때마다 대상 없이

까닭 없이

답 없이

그리워하고 넋을 놓은 것이 나만은 아니었 보다.


하지만 나보다 아름답고 나보다 나이 많은 저 별이

여전히 내 눈에는 애기 같고 애처롭고 대겹스럽게 보이는 일은

인간만의 잘난 착각이자 능력이자 이기의 감성인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2 생리통의 또 다른 이름 DI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