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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시카 Apr 01. 2024

부활절, 밀라노 그리고...

가장 행복했었고 가장 힘들었었던 3월 이야기

Non ho mai sentito la mancanza della Corea così tanto in tutta la mia vita. 


Mentre gli italiani si divertono con amici e familiari per festeggiare il weekend di Pasqua, non sono nemmeno riuscito a partecipare al funerale di mio nonno. 


La cosa peggiore da immigrato è che non posso andare a trovare la mia famiglia o parenti quando hanno bisogno di me. So che alcune persone mi diranno di sopportare quello che ho scelto. Vorrei che fosse facile come sembra.




부활절 주말을 맞아 남자친구 가족을 집에 초대해 오랜만에 가족 식사를 했다. 


사실 가족분들은 내 사정을 고려해 이번 부활절은 그냥 넘겨도 괜찮다고 했지만, 다들 하하 호호하는 날에 나만 덩그러니 집에 남겨져 있으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 오히려 생각을 못할 만큼 바쁘게 지내고 싶어서 일부로 우리 집에 초대했다. 이사가 끝난 뒤 집 구경도 제대로 못 해 드렸기도 했고. 


남자친구는 그동안 (가족에게만) 숨겨 왔던 요리 실력을 뽐내기 위해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오른쪽에서부터 설명하자면, 첫 번째 요리는 무려 집에서 직접 만든 수제 미트볼이랑 버터를 첨가해 볶은 버섯볶음이다. 내가 장담하건대, 이탈리아 미트볼 먹은 이후에는 더 이상 이케아 미트볼 먹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한 알마다 크기와 맛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거든. 


두 번째 요리는 남자친구가 창조해 낸 파스타인데 크림을 베이스로 삶은 달걀과 햄 그리고 완두콩을 섞었다. 신기한 재료 조합이지만, 짭짤하고 고소한 게 자꾸 손이 가는 마성의 요리다. 


마지막 요리는 드제프 감자 (Patate Duchessa)라고 으깬 감자를 케이크 짤에 넣어 쿠키처럼 오븐에 구워 만드는 요리다. 짭짤하고 부드러워서 감자를 싫어하는 남자친구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요리였다.


디저트로는 부활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전통 케이크! Colomba pasquale를 먹었다. 위에는 소보루 빵처럼 달달한 설탕 코팅이 되어있고 아몬드가 콕콕 뿌려져 있다. 안에는 (레몬 소주를 베이스로 한) 레몬크림이 들어있는 푹신한 케이크이다. 


아참, 이탈리아 디저트는 캐나다 마트에 흔히 파는 케이크들처럼 입이 얼얼할 정도로 달지 않다. 한국에서 빵순이였다가, 캐나다에서 맛없는 빵에 질린 후, 이탈리아 와서 다시 디저트가 좋아졌다. (그래서 살도 많이 쪘지만, 그냥 배부른 돼지가 될래.) 특히 이 부활절 빵은 딱 먹으면 기분 좋을 만큼만 달아서 왜 부활절 대표 메뉴가 됐는지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맛이었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먹고 있는 중이다. 헷)


사실 레몬 소주는 부활절이랑 상관없는데, 이탈리아 남부 술하면 떠오르는 게 이 레몬 소주이라서. 1년 내내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휴일을 핑계로 질러버렸다. 소주컵에 마셔도 한 모금씩 들이켜야 될 만큼 겁나 독하다.


사람 머리 두 개 정도 큰 거대한 초콜릿 알이다. 부활절 기간에는 어느 마트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먹기 전에 독일 "망치로 깨먹는 과자" 슈니발렌처럼 초콜릿 알을 손으로 부숴서 원하는 크기로 잘라먹는다. 알을 깨면 서프라이즈로 저렇게 액세서리가 들어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랜만에 모여서 집구경도 하고, 그동안 못다 한 얘기도 하고, 맛있는 점심도 먹고, 같이 영화도 보고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헤어졌다. 





어제와 그제는 명절이라 그동안 못했던 쇼핑을 했다. 옷과 신발을 사고, 곧 캐나다로 돌아가야 되어서 기념품도 샀다. 이탈리아 아웃렛은 처음 가 봤는데, 놀랍게도 미국이나 캐나다와 복사 붙여놓기 한 것처럼 똑-같았다. 그 대신 캐나다처럼 가격 할인이라고 해놓고 막상 계산하면 텍스 더한 값 때문에 할인이 정말 맞는지 헷갈렸는데, 이탈리아는 적혀있는 가격으로 사면되니까 나름 합리적으로 소비한 것 같다. (사실 유로 자체가 비싼 건 안 비밀.)


[여기서 우리 구독자들을 위해 슬쩍 알려주는 한 가지 팁!] 

명절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 (특히 축구 경기 열리는 날) 나폴리 기차역에서는 무조건!! 여권이랑 Permesso di Soggiorno 들고 다니세요! 경찰 남녀노소 상관없이 무작위로 지나가는 사람들 검문하는데, 아시안인들은 200%로 고릅니다. 고른 이유가 '너 어디 한 번 걸려봐라' 심보이기 때문에 절대로 상냥하게 안 물어봅니다.. 기분 나쁘게 부른 후 밑도 끝도 없이 'documenti'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여행을 왔던, 일 때문에 왔던, 그냥 지나가던 길이건, 지금 여기서 나(경찰관)에게 당신이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는 증거 서류 다 내놓으라는 소리예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슬픔을 이겨내려고 구태여 밖에 나간 거라 사진 찍을 여유 따윈 없었다.


Le suore andarono nella maestosa chiesa per pregare, piangendo per un'ora e chiedendo al nonno defunto di andare in un posto migliore. Chiesero perdono per non essere riuscite a trovarlo. Pregarono affinché la nonna non soffrisse, perché presto sarebbero ritornate in Corea; chiesero di ricordarsi di loro finché ci sarebbero state, e di non far soffrire troppo la loro mamma. Sentivano una grande tristezza, tanto che i canti liturgici sembravano ancor più tristi.





저번주는 남자친구 따라서 밀라노에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자친구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인사도 하고 (나폴리에서 지내다가 밀란 사람들과 얘기하니 되게 차근차근하게 얘기해서 얘기하는 도중에도 잠이 솔솔 왔다. 흔히 부산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 말투가 낯간지럽다는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되더라), 주말에는 난생처음 마라톤을 도전하고 완주도!! 했다. 실제로 갓난아기들부터 해서 백발의 노인들도 같이 뛰었던 왕초보 마라톤 5km였지만, 연습 단 한 번도 안 하고 참가한 거라 시간 내에 도착해서 메달 받은 게 펄쩍 뛸 만큼 너무 기뻤다. 햇볕이 쨍-하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날, 차 걱정 없이 도로를 누비며, 밀라노 중심 거리를 관광하며 걸었던 완벽한 날이었다.


두오모와 명화 '키스' 그리고 스포르체스코 성
밤의 두오모와 스타벅스 그리고 밀라노 돈가스

나폴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트램을 타고, 유명한 강가에 가서 다리도 건너보고, 밀라노 대표 음식인 돈가스 "Cotoletta alla milanese"도 먹고, 미술관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그 유명한 <키스>도 봤다. 온 지 얼마 안 된 날 두오모에서 셀카를 찍고,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몰 "Galleria Vittorio Emanuele II"에서 뱅글뱅글 돌며 럭셔리 가게 구경도 하고, 스타벅스도 가고, 카페에서 운치 있게 아페리티보(1920년대부터 밀라노에서부터 시작한 식사 전에 술 한 잔 하며 수다 떠는 문화)도 한 잔 했다. 스포르체스코 성(Sforzesco Castle)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가 마른하늘에 내린 우박도 맞아봤으니, 아마 밀라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액티비티는 다 한 것 같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과 꼭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밀라노 서점에는 '불편한 편의점' 이탈리아 번역판도 팔고 있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처럼 좋아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밀라노를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정말 모든 게 다 크다!'였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 것도 그렇고, 건물들도 하나 같이 다 크고, 도로도 크고, 지나가는 차들도 커서 마치 캐나다 밴쿠버나 토론토가 유럽 스타일로 변한 도시 같았다. 밀라노 사람들도 다른 나라 음식이나 문화에 별로 거부감도 없었고,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 천지라 상점에 들어가도 이탈리아어보다는 영어를 더 많이 써서, 외국인으로서는 정말 지내기 편리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진짜 이탈리아 같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실제로 이탈리아 사람들한테 밀라노 관광하러 왔다고 하면, 마치 한국 사람들한테 대전에 관광하러 왔다고 하는 것처럼, 노잼 도시에 왜 놀러 왔냐고 물어본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밀라노에 대부분 일하러 왔기 때문이다.


나는 의도치 않게 남들과 다르게 거꾸로 '나폴리-로마-피렌체-밀라노' 순으로 남에서 북으로 이탈리아를 여행했는데, (아직 많은 도시를 여행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어떻게 이탈리아 여행 계획을 짜는 게 좋을까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남들처럼 북에서부터 남으로 여행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이탈리아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도시 국가로 지냈기 때문에 도시마다 분위기가 마치 다른 나라 온 것 마냥 정말 많이 다르다. 밀라노에서 '아- 내가 외국/유럽에 왔구나'를 살짝 느껴주고 (개인적으로는 밀라노에 올 바에야 차라리 이탈리아의 알프스 '돌로미티'나 아예 관광 도시 '베네치아'를 추천한다), 피렌체나 투스카니에 가서 동화 같이 아름다운 성당과 풍경을 빠르게 즐긴 다음 (관광지가 한 곳에 모여있어서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다), 로마에 가서 이탈리아의 수도답게 곳곳에 즐비한 어마어마한 문화 유적지들을 버스 타고 구경한다. 그리고 나폴리에 내려와서 오리지널 피자 한 판을 때려주고 (부드럽고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낸 담백한 나폴리 피자 한 번 맛보면 다음부터는 두껍고 텁텁한 로마 피자 못 먹는다), 끝내주는 파스타를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맛있게 즐겨준다. 만약 여유가 된다면 소렌토/포지타노/카프리 섬 지역에 가서, 로맨틱한 영화에서나 꿈꾸던 상황을 당신이 직접 즐길 수 있다. 바닷가에서 하루종일 수영하다가, 배고프면 이탈리아 해물 요리 맛나게 먹고 디저트로 젤라토 먹어주고, 소화할 겸 아기자기한 골목을 걸으며 구경하거나, 다시 바닷가로 돌아가서 마저 선탠을 해도 된다.


아참, 8월은 휴가의 달이기도 하고, 요즘 이상 기온 때문에 40도로 훌쩍 오르지만, 오래된 건물이라 에어컨이 잘 겸비되어 있는 가게나 건물이 드물다. 8월을 제외한 5월부터 9월이 이탈리아 여름 여행오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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