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민권자가 캐나다로 돌아갈 때 챙겨야 할 리스트
캐나다 시민권자로서 캐나다로 갈 때는 아무래도 내 집에 돌아가는 거라 저번에 아예 글을 안 썼더니, 이번에 돌아올 때 예랑이랑 같이 캐나다로 오는데 너무 헷갈렸다. 그래서 복습하는 겸 다시 써보려고 한다.
이 글은 캐나다 영주권 및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 이탈리아에서 다시 캐나다로 돌아갈 때,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이 캐나다에 관광 목적으로 무비자로 여행 갈 때 가장 유용한 정보이다.
이번 여행은 작년에 독일을 경유에서 여행할 때와 또 다르다. 매 번 여행할 때마다 다른 항공사와 다른 경유지를 골라서 가장 편리한 비행을 찾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항공사는 캐나다 저가 비행사인 웨스트젯 (WestJet)으로 선택했다. 로마에서 출발해서 캐나다 캘거리에서 경유해서 4시간 레이오버하고 다시 밴쿠버로 가는 일정이다. 이코노미 플러스로 골랐기 때문에 비행 변경 및 취소가 가능하며, 체크인 가방 1개가 포함되어 있다. 돈을 좀 더 투자해서 아주 약간 더 넓은 좌석도 미리 골랐다.
아, 참고로 루프트 한자(Lufthansa)는 좌석 자동으로 취소해 놓고 환불도 안 해줬는데 (번호가 있는데 받지를 않았다.), 웨스트젯은 연락 안 해도 자동으로 환불해 줬다.
웨스트젯의 수화물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Personal Item: Must fit under the seat (41cm x 15cm x 33cm)
Carry on: Small Suitcase (53cm x 23cm x 38cm)
Checked bag: Max 157cm (62in) & Max weight: 23kg (50 lbs)
그리고 비행 날이 되었다.
로마 여행을 이미 많이 해서 옛날처럼 굳이 며칠 전에 미리 갈 필요가 없었으므로, 비행을 오후 3시에 잡아 당일 아침에 나폴리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나폴리 아프라골라(Napoli Afragola) 역에서 italo 타고 로마 테르미니역으로 대략 두 시간 걸려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테르미니역에서 Trenitalia 표를 사서 로마 공항으로 갔다. 새벽 6시부터 부지런히 준비하니 출국 3시간 전 정도에 공항에 드디어 도착했다.
다음날이 국경일이었어서 그랬는지, 아프라골라역과 공항 모두 여권 검사를 당했다. 기차역에서는 경찰이 말 그대로 쫙 깔려있어서 모든 사람을 붙잡고 어디로 가는 중인지 묻더라. 공항에서도 입국 수속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항 경찰이 다가오더니 우리 보고 어디로 가서 어디에서 지내냐고 묻는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진짜 연인관계인지까지 물었다. 언젠가 누군가한테는 의심받을 것 같아 미리 같이 있는 사진도 인쇄해서 예랑이한테 줬었는데, 질문이 꼬리를 물기 시작해서 결국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우리 진짜 커플이라고 증명했었다. 그러니 사진 "예쁘네"라면서 주는 합격의 목걸이.. 아니 스티커!
세큐리티 체크에서는 영국처럼 힘들지 않았다. 미리 액체는 모두 투명한 봉투에 담았고, 노트북은 물론 전선까지 다 빼서 넣었는데, 정작 검사관들은 배터리만 빼라고 열심히 소리쳤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는 무사히 나왔지만 나머지는 어떤 이유에선지 줄줄이 걸렸다.
나는 외국인 입장이었으므로 로마에서 세큐리티 체크를 끝내고 지하철 역처럼 유리문에 막힌 곳에 여권을 찍고 본인 인증 사진을 찍으면 문을 열어주는데 검사관한테 여권만 주면 아무 말도 없이 여권만 확인하고 도장 찍어주고 보내준다.
진짜 문제는 항공사였다. 예랑이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스페셜 밀이 필요했었는데 옵션을 도대체 찾을 수가 없었다. 없는 데로 일단 몇 달 전부터 MedDesk에 연락해서 승인 넘버까지 받았지만 사실상 쓸모가 없었다.
메일 답장에서는 자신들이 해줄 게 없으니 비행 날짜에 일찍 가서 프런트 데스크에 얘기하라더라. 막상 가서 얘기하니 예랑이 정보란에 아예 아무 업데이트가 없었는지 아예 처음 들은 것처럼 얘기하면서 왜 미리 노티스를 안 줬냐고 오히려 되묻길래 그럴 줄 알고 메일을 보여주면서 얘네가 너네한테 물어보라던데 그러니, 그제야 입 다물고 예랑이 승객 정보에 부랴부랴 업데이트했다. 비행 탑승 후에도 승무원들이 알레르기 확인만 하고 사실상 줄게 없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 어쩔 수 없이 똑같은 음식 받아서 알아서 골라 먹었다. 당장 다음 비행도 웨스트젯인데 나중에는 어떻게 하냐니까 공항에서 음식 사서 가지고 오란다.
그나마 좋은 점을 꼽으라면 역시 캐나다 항공사 서비스가 유럽 항공사보다는 친절해서 샐러드라도 따로 챙겨준 승무원도 있었다. 승객 분위기도 유럽보다 전반적으로 낫다. 유럽 항공사에서 갈 때는 꼭 자기들끼리 한 번은 싸웠는데, 이번에는 옆에서 봐도 '헉!' 할 만 짓거리를 해도 그냥 다들 참고 넘어가더라.
그리고 요즘 항공 쪽에 직원 부족하다더니 작년에 이탈리아에 갈 때도 그렇고 캐나다에 다시 올 때도 그렇고 주니어 지상 승무원들이 정말 많았다. 옆에서 보조가 필요할 만큼 완전 생초보들. 덕분에 표를 하나만 뽑아줘서 캘거리에서 다시 보딩 패스를 끊었어야 했다.
미리 전날에 온라인 보딩 패스를 모두 프린트하긴 했지만 써본 적이 없다. (줘도 확인을 안 해...) 남들처럼 똑같이 또 입국 수속하고 수화물 체크했다.
아, 그리고 웨스트젯 '특히' 국내선으로 탈 때 인원수는 꽉 차는데 비행기는 작아서 carry-on 짐이 하나 이상이면 무조건 수화물로 붙이라고 한다. 처음에 먼저 volunteer 하면 공짜로 해준다라고 꼬드긴다. 그래도 다들 안 내놓으니 나중에는 둘러보면서 "너 나와-" 식으로 가방 체크하고 수화물로 보내버리더라. 내 luggage 무게 제한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에 나는 아예 로마에서 짐을 먼저 부쳐줬다.
긴 비행은 밀이 두 개 나오고 음료 서비스가 두세 번 정도 나온 것 같다. 이코노미 플러스 (특히 넓은 좌석을 골랐을 때) 술이 서비스로 나오니, 속이 튼튼하다면 놓치지 말고 꼭 마시길. 저번 글도 썼지만, 평소에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라면 긴 비행은 꼭 복도로 그리고 짧은 비행은 되도록이면 창문가에 앉으면 좋다. 구글에 해당 항공사랑 비행기 종류를 쓰고 map이라고 검색하면 어느 좌석이 꽝인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구글에 검색하면 바깥 구경하기에 왼쪽 방향이 나은지 오른쪽 방향이 나은지까지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캘거리에서 밴쿠버 갈 때는 오른쪽이 도시 구경하기에 좋다.
내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웹사이트는 아래와 같다.
https://www.seatguru.com/findseatmap/findseatmap.php
가격 변동은 별로 없으니, 비행 티켓을 살 때는 3개월 이전에 하는 게 좋다. 6개월 이상 미리 사두면 꼭 한 번은 비행시간이나 기종이 변동되어서 (특히 프리미엄 좌석을 미리 사두면) 임의로 좌석을 지정해 주는데, 보통 가장 안 좋은 좌석이 꼭 걸리더라. 환불도 항공사에 따라 해 주는데도 있고, 안 해주는데도 있다.
캘거리에서 내리면 출국하는 사람과 경유하는 사람으로 나눠지는데, connection 길을 따라가면, 캐나다 영주권자 및 시민권자는 키오스크로 빠르게 입국 수속을 셀프로 할 수 있다. 동행하는 사람이 외국인이어도 dependent로 묶어서 같은 키오스크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코로나 시기 때 ArriveCan 앱이 생겨서 검사 확인용으로 썼던 거 같은데, 그 이후에는 입국 수속용으로만 쓰는 듯하다. 옵션이지만 미리 해놓으면 굳이 키오스크에 안 가도 되는 것 같다. 가서 입력한다고 쳐도 별도의 프로세스 없이 이미 완성되어 있어서 프린트만 하면 된다.
잘하고 나서 입국 수속 용지를 확인받는 상황에서 갑자기 다른 보딩패스는 어딨 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온라인 보딩패스라도 보여줄걸, 정신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보내지는 바람에 뒤에서 다시 발급받고 기다리라길래 기다렸는데 한참 아무도 안 보내주길래 다시 줄이라도 서려고 다른 직원한테 물었더니 계속 그냥 기다리란다. 덕분에 참견질 잘하는 캐나다인의 성질까지 겹쳐서 자꾸 뒤에 가서 서라고 욕 아닌 욕을 먹는 상황이라, 도저히 못 참겠어서 내 말 끊는 직원을 붙잡아 가며 나 다시 앞으로 가야 된다고 얼레발레 얘기해서 겨우 다시 확인받았다. 너무 성질 나서 우리 보고 줄 서라고 한 인간들 들으라고 검사하는 직원한테 컴플레인 아닌 컴플레인을 했다. 직원은 지 잘못은 아닌 것처럼 그냥 넘기라고 조언해 주고. 내 말을 멀리서 듣던 다른 인간들 찔렸는지 비웃고. 여하튼 다신 안 볼사람들이니 그러거나 말거나.
이탈리아 욕 아는 건 다 내뱉으면서 성질 좀 가라앉히고 게이트 확인하고 예랑이 대충 과자라도 때워 먹였다. 나폴리에서는 20도가 넘었었는데, 캘거리에는 영상 1도에 눈비가 오는 중이었다. 예랑이는 난생처음 외국 여행인지라, 비행해야 되는데 눈비도 걱정되고 (나는 이 정도는 뜰걸 예상해서 괜찮다고 옆에서 위로하느라 바빴다), 유로에서 달러로 바뀌면 커지는 숫자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텍스 미포함 등을 골똘히 계산하더니 돈이 부담되어서 자꾸 안 사려고 하길래, 배 채우는 게 급선무이니까 가격 보지 말고 아무거나 사 먹으라고 성질부려버렸다.
공항에서부터 나 의외에 파트너까지 챙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절실히 느꼈다. 이 친구는 나를 일 년 동안 도대체 어떻게 보살핀 건지 가늠이 안된다. 애 생기면 왜 그렇게 부모들이 다 정신이 나갔는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렇게 2시간 정도 기다리면 탑승 수속을 시작한다. 국내 항공편이라서 입국 수속 빼고는 세큐리티도 다시 체크 안 했다. 그래서 수속 시간이 훨씬 단축되어서 줄 선거만 빼면 30분도 채 안 됐던 것 같다. 영국에서는 2시간도 모자라서 땀에 절여가며 뛰어다녔다. 다행히 유럽은 기차도 비행도 항상 딜레이라 늦진 않긴 했다.
긴 비행 이후 짧은 비행은 항상 정신없이 잠드느라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좁은 좌석에 끼여 앉아서 비행기가 잘 뜨는지 확인 후 (실제로 비행 사고는 출발과 도착 때 가장 사고가 많이 난다. 특히 요번년도에 온갖 사건사고는 다 났었던 그 유명한 보잉이라 이번에는 좀 긴장했었다.) 머리를 뱅뱅 돌려가며 그 짧은 시간에 잠들다 깨다 그랬다.
그러는 동안 예랑이는 딱 한번 스낵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승무원의 과도한 보호로 알레르기 없는 간식인데도 불구하고 예랑이 뿐만 아니라 옆 승객도 못 먹었다. 집에서 얘기해 주는데 듣는 내가 괜히 미안했다.
밴쿠버에 도착하면 이미 캘거리에서 입국 수속을 했기 때문에 바로 짐 찾는 곳으로 나온다. 짐 다 찾고 나가려는 찰나, 여권에 도장이 안 찍혀있음을 발견. 다시 이탈리아 갈 때 큰일 나는 줄 알고 공항의 모든 직원에게 물어물어 가며 immigration office까지 갔는데, 직원의 왈. 요즘 캐나다는 도장 안 찍은 지 꽤 됐고, ArriveCan이나 키오스크에서 낸 정보가 여권에 이미 모든 정보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 돌아가도 아무 문제없다고 한다. 잘 끝내고 마지막에 심장이 잠깐 쿵-했었다.
다행히 부모님이 픽업 오셔서 그 이후에는 차 타고 엄마가 미리 준비해 주신 만두랑 음료수 먹으면서 집에 잘 도착했다. 다른 나라 갔다가 캐나다 오면 그 상쾌하고 찬 바람이 참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