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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시카 Jun 02. 2024

밴쿠버에서 응급실에 가야 할 때

캐나다에서 긴급 사항이 발생했을 때 참고할만한 가이드

캐나다에 워낙에 한인 의료 종사자들이 많다 보니 일반인이 쓰기 좀 조심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어떤 정보글을 쓸 때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 글은 의료 종사자가 아닌 일반 캐나다 시민이 지난 15년 동안 겪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니 참고만 하길 바랍니다. 




외국 나와서 사는 한인들에게 듣는 말 중 1순위는 아마도 "한국만 한 의료 시스템이 없어" 일테다. (요즘은 의사 파업 때문에 캐나다와 상황이 좀 비슷하게 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없느니만 못한 의료보험으로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미국 위에, 혹자는 천국이라고 부르는 사회주의 국가 캐나다가 있는데...


의료 서비스가 국민 건강 보험 (National Health Insurance) 제도 아래 제공되다 보니 캐나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국민 건강 보험으로 지원을 받아 거의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처방약 비용, 치과 치료, 안과 검진 등에 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긴 하지만. (보통 치과랑 안과는 3-6개월 이상 다닌 대기업 정직원이라면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 이만하면 밑에 동네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무래도 '거의' 무료 서비스이다 보니, 환자는 많은데 의료진은 너무 적고 무엇보다 모든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고 느리다. 그냥 느린 게 아니라 정말 이렇게 까지 느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느리다.


우리끼리는 우스개 소리로 환자가 아파서 응급실에 오면 의사 기다리다가 (너무 오래 기다려서) 자가 회복 후 제 발로 응급실을 나가기 때문에 응급으로 쉬는 장소라고 실없는 소리도 종종 했었다.


실제로 응급실에서 제때 검진이나 치료를 못 받아서 기다리다가 죽는 환자들도 왕왕 있어서 캐나다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꼽히기도 했었다.


캐나다 응급실 사고 관련된 뉴스는 밑에 링크를 타고 읽어보길 바란다.

https://montreal.ctvnews.ca/2-patients-die-in-er-waiting-room-of-hospital-on-montreal-s-south-shore-1.6673959


그렇다고 캐나다 살면 맞닥트리기 싫어도 언젠가는 부딪혀야 되는 일이다 보니 지난 15년간 알게 모르게 직접 경험하면서 이쪽도 나름 경험치가 좀 쌓였다. 그래서 내가 뭐 전문의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캐나다에 막 도착했는데 응급 상황은 발생했고, 어떻게 할지 감도 안 잡힐 때를 대비하거나 캐나다 의료 시스템이 대략 어떻게 되는지 캐나다 이민 초보자나 학생들을 위해 적어보는 기초 가이드라고 할 수 있겠다.




캐나다에서 메디컬 응급 상황일 때:


우선적으로 한국과 캐나다의 의료()의 정의를 다시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큰 병이 오기 전에, 자잘한 병들은 미리미리 의료 전문의들의 도움을 받아 화근을 없애자'라는 주의라면, 캐나다인들은 '평소에 운동이랑 건강한 음식을 먹어 본인 건강을 챙기고, 혹시나 자잘한 병들이 생기면 최대한 집에서 약으로 해결해 보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의사 처방이 필요한 물리치료나 약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의사를 보러 간다'의 주의다. 


안다, 이렇게 얘기해도 한국이랑 이탈리아에서 좋은 의료 서비스받고 온 사람들의 귀에는 하나도 안 들어온다는 것을. 그렇게 그들은 나에게 혹시 모르니 가보자고 조르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또 그 지옥체험을 하러 가게 된다.


응급실뿐만 아니라 워크인 병원... 아니 사실 캐나다는 가정의 나 스페셜 닥터를 만날 때는 클리닉이라고 정의한다. 병원은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 병원 같은 곳만 병원이라고 칭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가 나중에 스페셜 닥터한테 수술을 받아야 할 때 Hospital로 가야 되는지도 모르고 Clinic에서 기다리고 있는 불상사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원 갈 때는 항상 케어 카드 (Care Card)를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외국인이라면 당연히 여권 들고 가야 하고. 


보호자로서 응급실에 갈 때 챙겨야 할 것은 물, 담요나 잠바 그리고 간단한 스낵이나 냄새나지 않는 (샌드위치 같은) 음식을 챙겨야 한다. 여름이어도 병원이 은근히 춥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한 끼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당연히 병원 안에 물 제공 되고 근처에 과자 자판기가 있지만 아무래도 아픈 사람들이 셰어 하는 곳에 같이 마시기도 찝찝하고 과자도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환자가 의식이 있을 경우 보호자가 응급차에 탈 수 없다. 가는 병원이 어딘지 물어보고 뒤따라 와야 한다. 차를 가지고 오는 경우 엄청나게 비싼 주차비를 내야 하니 돈이나 카드도 꼭 가져오자. 거듭 얘기하지만, 고작 1-2시간으로 응급실에서 나올 확률은 거의 0프로이니 주차비 웬만하면 하루 통으로 내면 좋다. 병원 규칙에 따라 밤에는 돈 안 낼 수도 있다. 그리고 모든 과정이 굉장히 느리고 힘드니 최소 하루에서 이틀 (다음날 아침까지)는 웬만하면 스케줄 비워 놓는 게 좋다.


만약에 911에 전화했다면, 응급 상황 접수원이 "It's 911. What's your emergency? (119입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라고 한다. (참고로 캐나다는 한국처럼 119와 112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경찰서, 소방서, 병원 모두 911이다.) 그러면 침착하게 나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이며 어떤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달하면 된다. 그러면 접수원이 알아서 진짜 응급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캐나다 응급실은 차사고로 ICBC 보험 때문에 급하게 의사를 만난다던가, 아님 정말 사고 나서 의식이 없다던가 아니면 어떠한 사고로 인해 뼈가 부러졌던가 살이 찢어서 꿰매어야 한다던가, 어디서 떨어졌는데 아프고 피가 나야 되는데 안 나고 안 아프다던가 (그러면 아무래도 신경까지 손상된 거다 보니) 아니면 본인이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경련이 지속적으로 있을 때 등등 같은 진짜 응급 상황에만 가는 곳이다. 


열이나 피가 살짝 나서 911 전화해도 30분인가 45분 단위로 체크해서 열이 떨어지지 않거나 피가 그치지 않을 경우에 다시 전화하라고 한다. 그 외 상황에서도 환자가 그 어떤 이유에서든 (심지어 못 움직여도) stable (예를 들어 의식이 뚜렷하고 숨이 고를 때) 하다면 Non-emergency로 분류되어서 응급차가 오기까지 최소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심지어 응급차가 필요하지 않았는데 부른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응급 상황이 아니거나 스스로 몸을 움직여서 응급실에 갈 수 있을 때) 경우에 따라 (십여 년 전 기준으로 80불 정도였다.) 응급차 사용비를 비싸게 내야 하니 주의 하자.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느끼기에도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면, 요컨대 위경련이라던가, 감기나 심지어 독감 (열이 떨어진다는 가정하에) 이라던가, 혹여나 정신적인 문제라도, 예를 들어 자해를 행하지 않은 패닉 어택이나 우울증 같은 경우 등등이 생긴다면, 캐나다 의료진한테 뭘 기대하지 말고, 그냥 약 먹고 집에서 푹 쉬고 다음날 워크인이나 가정의에게 예약을 해서 몇 주에서 한 달 뒤 정도 진료를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당신의 정신과 몸 건강에 훨씬 좋을 것이다.


119에 전화할 때도, 구급 대원이 왔을 때도, 창구 접수원에게 접수를 할 때도, 심지어 의사를 만나도 당신에게 어디를 어떻게 다쳤고 어쩌다 그렇게 다쳤는지를 묻는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할 것이다. 그러니 웬만하면 몇 시쯤에 어디에서 무슨 이유 때문에 다쳤는지, 혹여나 비슷한 사고를 겪었으면 언제 어떻게 어디를 다쳤었는지, 그리고 혹시 알레르기가 있는지 (Intorance일 뿐이라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 좋다. 


응급실에 어찌어찌하여 도착하면, 한국보다 환자도 현저히 없는데 어쨌든 바쁘니까 말 시키지 말라는 간호사들이 그 좁은 응급실을 정신없이 다니고 있고, 의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없어서 그들의 얼굴조차도 보기가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온갖 짜증과 욕하는 환자들 쉴 새 없이 상대하느라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창구 직원들의 냉대에 당신은 입구에서부터 이미 당혹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얼굴에 미소라고는 볼 수 없는 직원들이 당신에게 창구 접수는 끝났으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할 것이다. 좀 더 심각해 보이면 휠체어에 앉히고, 몸을 못 겨누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면 침대에 누울 수도 있다. (물론 모두 워낙에 제한적이라 환자가 너무 많으면 아파도 못 사용할 수 있다.) 응급실이 안 바빠 보이면 최소 3-4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간호사를 만날 수 있다. 새벽이어도 환자가 꽉 차면 5-8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먼저 온 사람 기준이 아니고 병이 심각한 순서대로 진료를 받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피를 뽑아야 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심장박동 확인과 감기나 독감종류라면 열 체크하고, 다른 병이라면 소변 검사도 하는 것 같다. 대부분은 그냥 본인 확인과 보호자 인적사항을 받아 적는 정도이다. 


그러면 나면 간호사가 당신의 팔에 본인 인적사항이 적힌 플라스틱 팔지를 걸어 준다. 그러고 나서 앞으로 (안 바쁠 때) 2-3시간 정도 더 기다리면 다른 간호사가 당신을 다른 방으로 안내해 주는데, 방에서 간호사가 건넨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얌전히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면 의사가 와서 구두로 진찰해 준다. 이때 궁금한 거 물어보고, 혹시나 Doctor's Note 필요하면 해달라고 이때 물어봐야 한다. 웬만하면 어디가 부러지거나 찢어지지 않은 이상 (아니면 아파야 되는데 고통이 안 느껴진다던지) CT나 다른 검사는 웬만하면 잘 안 해주는 것 같다. 이 진료가 길어야 5-10분 정도 걸린다.


중국에 호랑이 약이 있고, 한국에 후시딘이 있다면, 캐나다에서 만병 통치약은 타이레놀과 에드빌 그리고 바르는 약으로는 폴리스테론(상처 및 화상연고)이 있다. 대부분 간호사와 의사들이 저 약들로만 처방해 준다. 


증상이 얼마나 심하냐에 따라 약을 먹고 또 대기를 3-4시간 (또는 플러스알파) 해야 할 수도 있다. 약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의사가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의사가 대기실에 직접 와서 (의사가 바쁘면 간호사가) 약이 효과가 있는지 더 아픈 데는 있는지 물어본 뒤, 진정이 됐으면 집에 가서 쉬라고 한다. 


국민 건강 보험이 없는 관광객 신분으로 온 외국인은 2024년 기준으로 워크인 의사 진료비는 대략 $200이고, 약사가 직접 지어야 되는 약을 사야 한다면 약사 진료비가 약 값과 상관없이 대략 $20을 내야 한다. 응급실은 외국인 신분으로 가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내야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엄청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개인 보험을 들었으면 아마도 그쪽으로 영수증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Covid 이후로 많이 사라진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Walk-in (한국말로 풀자면 예약 없이 병원에서 당일에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긴 하다. 보통 월마트나 아니면 워크인이라고 쓰여있는 클리닉들이다. 다만!! 보통 워크인은 아침에 접수 마감이 되기 때문에 오후 쯤되면 진료 못 받을 확률이 더 크다. 아니면 전화 통화를 할 수도 있고, (캐나다 건강 보험 가입자만 가능) 앱을 깔아서 비싼 돈을 내면 채팅으로 진료받을 수도 있다.


미리 예약을 잡았어도 클리닉에 가거나 전화 통화만 해도 절대로 예약한 시간에 정확히 맞춰서 진료 못 받는다. 최소 1-2시간은 텀을 두고 개인 스케줄 넉넉히 잡길 바란다.


최근에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았다면, 최대한 빠르게 Family Doctor을 알아보길 바란다. 특히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한인 가정의는 손에 더 꼽는다. 가정의를 얻고 싶다고 거저 얻는 게 아니고, 닥터랑 인터뷰 후에 합격하면 할 수 있는데, 그 인터뷰 웨이팅도 10여 년 전 기준으로 최소 6개월에서 1년이었다. 


물론 워크인을 계속 방문해도 되지만, 가정의가 따로 있으면 그전 의료 기록이 다 적혀 있기 때문에 계속 어떤 병이 있는지 되풀이할 필요 없이 지속적인 진단받기도 훨씬 용이할 뿐만 아니라, 지정 의사에게 예약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클리닉에서 예약하기도 훨씬 빠르고 쉽다. 


응급 상황이 아닌 다른 보통의 병이 있을 때 일단 가정 의한 테 초기 진료를 받고, 피검사나 소변 검사를 해야 되면 의사가 소견서를 써줘서 병원에서 가까운 랩(Lab)에 가서 소변 검사 병이랑 혈액 제출을 한다. MRI, CT, Ultrasound 역시 그쪽 담당하는 곳에 의사가 소견서를 써줘야만 가까운 메디컬 센터에 가서 찍고 체출하는 형식이다. 가정의 나 응급센터 의사조차도 해결할 수 없을 때 스페셜 닥터에게 소견서를 써주는데, 이 역시 예약제라서 몇 주에서 몇 달 걸린다. 설사 가더라도 바로 수술해 주는 게 아니라, 스페셜 닥터가 진료 후에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면, 그때 다시 그쪽과 관련된 병원 스케줄을 잡아서 시술이나 수술을 한다.


응급실에서든 클리닉에서든 아프면 참지 말고 꼭 아픈 티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허풍을 치라는 얘기는 아니고. 가끔 주위 눈치 때문에 아파도 아픈 척을 안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하는 얘기다. (특히 응급상황에서!!) 그러면 당신이 빠르게 진료받을 확률은 더욱더 낮아진다. 의료진이 아픈 곳을 찔러서 너무 아프면 비명을 지르고, 울음이 나면 울고, 몸이 떨리면 참지 말고 떨어서 당신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보여줘라. 대신에 호흡이 너무 가빠지면 과호흡으로 기절할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그리고 응급실에서 짜증이나도 되도록이면 매너있게 행동하는게 좋다. 간호사가 해결 할 수 없는 컴플레인 (예를 들어 왜렇게 느리냐, 의사 어딨냐)을 얘기해봤자 해결 되는 거 없이 성질만 돋구므로, 필요한 것만 공손하게 요구하면 바쁜 와중에도 왠만하면 들어준다. 예를 들어, 얼음이 필요하다, (거의 쓰러지는 경우에) 환자가 너무 힘들어 해서 누울 자리가 필요하다, 추워서 배개나 담요 갖다달라 또는 화장실이나 물을 먹어야되는데 찾을수가 없다. 어디에 있나? 등등이 있겠다. 




펫 응급 상황일 때:

동물도 응급 센터가 있다. 사람들처럼 보통 병원을 예약해서 갈 수 있고, 응급 상황이라면 구글에서 Animal Emergency Clinic을 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방문하면 된다. 24시간이 있고 닫는 시간이 있는 곳이 있으니 주의하자.


가면 사람처럼 똑같이 접수하고 동물 이름이 뭔지 어느 종인지 언제 어떻게 무슨 상황이 났는지 얘기하면 된다. 동물은 보험이 되는지 안되는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에는 다행히 진짜 위급한 상황은 아니어서 지나치게 많이 지불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혹시나 펫이 죽으면 관련된 장례 절차도 병원에서부터 쭉 있는 걸로 안다. 보통 화장을 한다고 들었다.




경찰 및 소방 관련 비상 상황일 때:

다음으로는 911에 경찰 및 소방 때문에 연락을 하는 경우를 짧게 풀어 보겠다.


만약 누군가 당신을 흉기로 위협하다던가, 당신 집이나 가게 근처에 약을 하고 있다던가, 아니면 누군가 무엇을 당신을 향해 던져서 거의 맞을 뻔하거나 맞았다면 또는 누군가 당신의 집의 재산($25) 이상 (예를 들어 미당에 있는 당신의 정원을 훼손한다 던가 등등)을 망가트렸다거나 주차된 차를 망가트리고 무언가 훔쳤다면 지체 말고 911 눌러서 당신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으며 누가 무엇을 해서 어떤 상황이 발생해서 경찰관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늦으면 늦을수록 범인 찾기가 힘들어져서 "왜 일찍 전화 안 했니?"라며 Victim Blame 즉, 당신을 또 탓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하루가 넘어가면 유야무야 그냥 어벌쩡하게 넘겨버릴 수도 있다.


노숙자가 당신 집 근처에 주거하고 있다면, 안타깝게도 경찰들은 뭔가 딱히 해주는 게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나가라고 할 텐데 갈 곳 없는 노숙자는 다시 돌아올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찰이 당신에게 이 노숙자는 당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왜 바쁜 우리를 부르고 앉아있냐고 볼멘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래도 노숙자와 정면으로 대치하지 말고 그냥 일반 경찰서에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해 보자. 노숙자는 본인 보호를 위해 칼을 항상 열심히 갈고 다녀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약에 취할 때도 많아서 대화가 안 될 수 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불이나 연기가 난다면 당연히 바로 911에 신고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고 불이 났으니 소방차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된다. 


집 안에서 고기나 생선 굽지 말고 차라리 베란다에서 하는 게 낫다. (근데 베란다도 아파트는 공동 구역 개념이라 아파트 규칙을 잘 알아야 한다. 어떤 곳은 BBQ가 금지되어 있는 곳도 있다.) 캐나다 알람 시스템이 꽤 예민해서 좀만 연기가 나도 바로 울리기 때문이다. 이럴 땐 창문 다 열고 알람 기계에 대고 바람을 불어 연기를 없애면 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울리면 소방차 자동으로 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에는 한국에도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어 다행이다만, 캐나다에서는 응급차, 소방차 및 경찰차가 사이렌 키고 다니면 진짜 응급상황이라 눈에 보이는 거리면 무조건 정지하고 있어야 한다. 반대편 차선이라도 벽이 세워져 있을 때를 제외하고 모두 정지하고 있어야 한다. 걷는 사람들도 당연히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어도 응급 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건너면 안 된다. 속도도 엄청 빠르기 때문에 또 다른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내가 고등학생 때에는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만들고 싶다고 학교에 있던 화재경보기를 켜서 장난친 친구들 때문에 선생님의 지도 아래 전교생이 수업하다 말고 운동장에 다 같이 모인 사건이 있었다. 소방차 4-5대가 오고 점검 후 장난으로 밝혀지자, 학교에서는 장난친 친구들 기어이 찾아내서 캐나다에서 유명한 대학 합격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난을 쳤다고 대학교에 언급해서 학교장은 모두 입학 취소를 시키고 아마도 벌금까지 물었던 걸로 들었었다. 미성년자라도 봐주는 게 없는 걸로 안다.


밴쿠버는 지진이 자주 나는 곳이 아니라서, 이럴 때는 119에 전화해도 소용없다. 당장 티브이를 틀고 캐나다 긴급 속보 뉴스를 시청하는 것이 어떤 상황이 생겼는지 알아보기에 더 빠르고 정확하다. 재난 문자 시스템이 생기긴 했는데 여태 테스트만 했었지, (아니면 아동 실종이나) 아직 실제로 어떤 상황에 처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캐나다 약국에서는 무엇을 담당하는가?


예전에는 사소한 것들도 의사 처방전이 필요했었는데 Covid 이후로 약사도 의사 없이 처방 몇 개를 더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예방 주사는 약국에서 맞는다. Covid Kit도 지정된 약국에서 얻을 수 있다.


캐나다 약국은 약사, 제조사, 그리고 판매원이 따로 있어서 (보통 제조사가 약사 어시스턴트와 판매원 역할까지 한다.) 약에 관해 특별히 물어볼 게 있다면 약사를 불러달라고 하면 된다. 




캐나다 침술 물리치료 또는 카운슬링은 어떻게 이용하나?


캐나다에서는 한방의료(정확히 따지자면 한방이 아니고 중국의료)가 정식 의료가 아니다. 미용 시술에 더 가깝다. 그나마 밴쿠버에서는 침방의료가 물리치료 (Physiotherapy)와 결이 같은 치료로 인정받기는 하는 것 같다. 아마 밴쿠버나 토론토가 아닌 작은 도시에는 침방 의료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캐나다 영주권자 및 시민권자가 일 년 수입이 최저 임금도 안되면 Medical Services Plan (MSP)이라고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의료 보험 계획을 가리킨다. 


특히 침방의료에서 좋은 점은 비씨 주 정부에서 비씨 주 기초 수급자들의 경제 보조의 일환으로 1년에 10번 정도 한 회당 20프로씩 할인받아서 Acupuncture (침술)을 좀 더 싸게 받을 수 있다. 한의원에 가서 본인 MSP가 되는지 물어보면 친절한 곳은 대신 찾아서 알려줄 것이다.


물리치료는 한 횟수 당 (2024년 기준 대략) $150일 정도로 매우 비싸다. 비씨 주에서 차사고가 나면 ICBC, 일터에서 다치면 WCB (Worker's Compensation Board)라고 사고 난 즉시 바로 보고하면 다친 상태를 보상하고 의료 비용을 지원해 줄 수 있다. 쉽게 말해 요런 경우에 의사가 물리치료가 불가피하다고 진료를 해주면 일정 횟수를 개인 돈 안 내고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근데 회사에서 WCB에 가입해야 되는 거라 (특히 서버나 캐셔등 서비스직 관련된) 작은 가게에서 일한다면 당신이 해당 사항이 안될 수도 있다. 그래도 일터에서 다쳤다면 본인이 느끼기에 응급 상황이 아니어도 (뭘 들다가 삐끗했다던가 사다리에서 떨어졌다던가) 최대한 빨리 메니져에게 보고하고 워크인 되는 곳에 찾아가서 의사 진료받는 게 좋다. 


WCB 규칙은 사건 발생 1년 이하까지 보고해도 된다고 하지만, 경험상 일주일 이상 넘어가면 일터에서 다쳤다는 증거나 증인을 찾기 어려워져서 회사 지원받기가 애매하다. 복지 잘 되어있는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다치면 일 못해도 다시 회복될 때까지 그전에 일하던 주급만큼 돈을 주기 때문에, 혼자 끙끙 앓다가 일터에서 잘리는 거보다 낫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정신적으로 아프다면 응급센터에 가도 진료는 해주지만 별 기대는 하지 말자. 진료하는 의사가 원체 피곤해서 뭘 해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가정의에게 얘기하면 우울증 약이나 카운슬러를 만나보라고 권유할 수 있다. 약은 솔직히 비추한다. 그냥 졸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하루종일 자기만 해야 한다. 카운슬러는 십여 년 전에 횟수당 140불 정도였는데, 아마 지금은 훨씬 더 올랐을 것 같다. 정신 병원은 선택 사항에 지워라. 간호사조차도 한 번 들어가면 나가기 어렵다고 말렸을 정도로 더 골치 아파지는 것 같더라.


카운슬러는 한 명만 만나지 말고 꼭 여러 사람들에게 한 번씩 상담받아보고 제일 결에 맡는 사람과 꾸준히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물리치료도 마찬가지지만 둘 다 상담받고 치료받으면서 혼자 집에서 하라는 숙제 꼭 매일 하고 나아지려는 의지를 보여야 돈 안 아깝게 나을 수 있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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