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keter 정민 Nov 20. 2023

불의 양면성

오늘 저는 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불’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불은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물이나 흙, 나무 같은 다른 존재들보다 훨씬 더 감각적입니다. 그 강한 속성으로 눈과 마음을 동하게 하며, 세상을 다채롭게 만듭니다. 눈 앞에서 바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나요. 축제에서는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아, 설렘을 일으키는 존재로. 마술쇼에서는 긴장감과 함께 기대감까지 심어주는 강렬함으로. 레스토랑에서는 셰프들이 실력을 자랑하게 하고 보는 사람들의 식욕까지 돋우는 오브제로서의 불.


사주를 보면 저는 겨울의 모닥불 같은 불의 속성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건 뭘까요. 추울 때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따뜻함을 찾습니다. 옛날 옛적 인류의 조상들은 땔감을 구해와 불을 지피고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사회적 교류를 하기도 했죠. 불은 사람들을 한 데 모으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특별한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언제나 사람들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 학창시절엔 말 걸고 싶은 아이로, 길거리에서는 궁금함을 남기는 여성으로, 일터에서는 누구나 찾는 유능한 인재로 말이에요.


인생을 불처럼 살아왔습니다. 그건 뭘까요. 올해 개봉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을 보셨나요. 엘리멘탈의 화끈한 주인공, 엠버가 저랑 꽤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번 사는 인생이니까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 그러한 삶의 태도가 불처럼 사는게 아닐까 합니다. 항상 감정에 솔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원하는 것이 명확해, 하고 싶은 것을 쫓으며 살았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상황에 대면할 때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원하는 건 직설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무언가를 대충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이기려 했습니다. 사랑받고자 했습니다.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인류에게 원자폭탄이라는 불을 안겨줌으로써 죽음의 가장 훌륭한 협력자가 된 오펜하이머가 남긴 말입니다. 이처럼 불은 활활 타오르면 위험해지기도 합니다. 세상에 피해를 끼치기도 하니까요. 저 역시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하기에,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온전히 내보여도 이해 받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언젠가부터는 파괴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려 감정을 스스로 꺼뜨리곤 했습니다. 내면의 작은 불씨가 비에 젖어 얼어붙은 이후로는 더 이상 마음을 쉽게 내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외로움이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유연하게 흐르며 모양을 바꾸고, 누구에게도 맞출 수 있는 물 같은 사람이 부럽다고. 그런데 말이에요. 그래도 저는 물이나 나무, 흙 등 다른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타고난 불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만약, '불'을 '빛'으로 바꿔본다면 어떨까요.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다 불이 켜진 오두막을 발견한 조난자들은 빛을 반가워합니다. 거친 파도를 만나 사경을 헤매던 선원들 역시 육지의 등대를 발견하면 안도합니다. 횃불은 시대의 신념을 밝히고, 촛불은 죽은 자를 애도합니다. 이처럼 저는 사람들을 밝혀주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혼탁한 어둠에 가려졌을 때, 앞을 밝힐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자 합니다.


제가 가진 불을 아름답게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불꽃놀이는 터지면서 하늘을 다채로운 빛깔로 수놓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사랑하는 것들을 저만의 시선으로 세상에 아름답게 꺼내 놓고자 합니다.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은 인생 동안 더 큰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세상의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감응한다는 것은 곧 감수성이 높다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흡수하고, 같은 듯 비스듬히 다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삶의 예술가가 되겠습니다.


때로는 마음의 따뜻함으로 사람들을 녹여 위로하고자 합니다. 누군가는 저를 참 밝고 맑은, 비타민 같은 존재라고 말하더군요. 그렇게 제 에너지를 분출해 사람들을 미소짓게 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오순도순 화목하게 살아가는 건 제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니까요. 그럼 이번엔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내면에 어떤 속성을 지니고 있나요. 물? 흙? 나무? 바람? 그 무엇이든, 분명 여러분의 본성에도 마음에 드는 점과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함께 존재할 것입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잘 알고, 안아주며 인생을 여행하는 것 아닐까요. 세상은 다양한 존재가 어우러져 살아가기에 더욱 아름다운 곳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호랭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