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회사가 팔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상상이 아니고 최근 의료기기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다.
올해는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의 인수합병이 두드러졌다. 큰 기업들의 움직임이었기에 더욱 눈에 띄었던 해였다. 더욱이 코스닥에 상장한 두 회사가 연이어 상장 폐지를 했다.
발표가 난 지 6개월이 못 되었으니 회사 분위기가 아직은 설왕설래할 것 같다.
의료기기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회사,
오스템 임플란트와 루트로닉 얘기이다.
두 회사 모두 국내 1세대 의료기기 회사로 치과 시장, 미용 시장을 이끄는 대표적인 의료기기 회사이다. 각각 8월과 10월에 상장 폐지가 되었다.
회사 실적이 안 좋은가?
지난 3분기 오스템 임플란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19%나 올랐다. 루트로닉도 신제품 출시하고 미국 시장 매출의 상승세에 힘입어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다.
외적으로 봤을 때는 계속해서 바쁘게 회사가 움직일 것 같고 성장하는 추세인데 이렇게 바쁜 시기에 별안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러한 배경에는 두 회사 모두 사모펀드가 있다. 사모펀드가 두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상장폐지가 된 것이다.
그럼 사모펀드들은 왜 회사를 인수했을까? 시야를 해외로 돌려보면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의료기기는 M&A가 활발한 산업이다. 연초가 되면 ‘지난해 있었던 M&A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어떤 인수 건들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기사가 매년 나오곤 한다.
일례로 2022년에는 존슨앤드존슨이 에이비오매드(Abiomed)라는 회사를 약 20조 원에 인수한 게 제일 큰 규모였다.*
그럼 왜 사모펀드나, 기업들이 이처럼 회사를 사고파는 걸까?
크게 3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재 사업부 제품군을 강화하려는 목적. 물론 자체 R&D가 있겠지만 좋은 제품을 사서 우리 회사의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니까 말이다.
두 번째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고 싶을 때. 향후 유망한 시장에 진입하고 싶은데, 경험이 없다면 선뜻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럴 때 자금이 있는 회사들은 그 시장에서 1등을 하거나 혹은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가진 회사를 산다. 그렇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핵심 사업군이 아닌 경우에는 과감히 정리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매각할 수도 있다. (존슨앤드존슨이 더 이상 로션 파는 회사가 아닌 이유!)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기업인 오스템 임플란트와 루트로닉은 그 자체의 기술력과 경쟁력 그리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16년, 17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지만 다른 나라나 더 큰 시장에 간다면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그 회사를 인수하지 않았을까?
결국에는 어떤 회사의 제품군 강화하는 포트폴리오가 되든지 아니면 치과 시장이나 레이저 미용 시장에 진입하고 싶은 기업에게 이 두 회사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회사에 대한 얘기를 했지만,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 리. 의료기기 회사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큰 발표 후, 회사는 이렇게 얘기할 것 같다.
‘우리의 일상에는 변화가 없다. 미리 정해진 판촉 일정이나, 신제품 발매도 예정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화는 서서히 찾아온다.
무언가 변화를 꿈꿨던 사람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예전이 좋았어’라고 얘기하시는 사람들도 나오게 된다.
한편으로는 내가 의료기기 안에서도 어떤 산업에 있을지, 또 어떤 직무로 계속해서 커리어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장 뭘 해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안테나를 세울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1. 계속해서 성장하는 회사라고 해도 더 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아예 틀을 옮기는 큰 변화를 할 수도 있다는 것 알기
2. 이런 변화가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기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내년에도 회사들은 끊임없이 변화를 할 것이다.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금은 객관적이고 거시적인 시야로 앞으로 내가 있는 곳이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성장하면 좋을지 한 번쯤은 떠올려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