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의 고민 끝에 10일간의 병가에 들어갔다.
지난 3월부터 갑작스럽게 번아웃이 찾아왔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지 않았고, 인생 최대의 목표가 의원면직이었다. 그러면서 앓고 있던 우울증 증세도 심해져 삶의 모든 것이 공허해졌다. 주치의는 병가를 강력히 권고했다. 위험하다고.
그럼에도 정기인사 때가 아니면 사람이 채워지지 않는 조직의 특성상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버텼다. 매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남편에게 하면서 말이다. 4월부터는 음식을 섭취하는 게 힘들어졌고 그러다 5월 초 코로나19에 2번째 감염이 되면서 문득 불안해졌다. 이상함을 느꼈지만 잠시려니 싶었지만 일에 복귀한 뒤에도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다가도 불안해서 남편을 찾았고, 회사에서는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피규어를 꼭 손에 쥔 채 버텼다. 오직 한 달 내내 유동식만 먹어서 살이 한 달 만에 8kg 이상 빠졌다. 너무 불안해서 불안함이 몸의 고통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당장 주치의를 찾아가자 아직 일을 하고 있는 사실에 놀라면서, 내가 겪고 있는 게 불안장애라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건강이 안 좋아지는데 빨리 치료를 받아야 이전과 같이 생활을 할 수 있음을 인지시켜주며 더 큰 병원에 가서 입원을 통해 영양 조절과 안정제 치료를 받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사실 입원치료를 권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느껴도 내 상태가 너무 나빴다.
그래서 일단 약물치료를 이어가겠다고 하고, 회사를 다니며 타이밍을 노렸다.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놓고 일이 가장 적은 시기에 병가 10일에 들어가겠다고 상사에게 밝혔다. 안 그래도 나의 살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빠져 과에서 말이 많던 시기여서 별말 없이 병가를 받아들여주셨다.
병가에 들어가자 회사 출근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고,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10일 뒤 복귀하면 어떻게 될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 질병휴직이 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