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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Mar 07. 2024

퇴사 회고 - 1년 10개월을 마무리하며 (1)

퇴사 후 미화시킨 채로 쓰는 회고

그로스마케팅 인턴에서, 개발자 없는 커머스의 1인 웹 PM으로. 치열한 1년 10개월을 보낸 뒤 퇴사했다. 이 회사에 들어온 건 정말 인생에 다시 없을 큰 행운이었음을 느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2년 가량의 시간을 마무리하며, 느낀 점을 적어본다.



(1)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정말 큰 자산을 얻었다. 어떤 문제든,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2년이었다고 할까.


 오픈 이틀 전 팝업스토어에 냅다 투입되어 며칠간 운영했던 경험하며, 사내 아무도 모르는 웹 영역에 뛰어들어서 울며불며 오류를 해결해나간 경험들 하며. 대체 결제가 왜 안되는 건지 이 개발사 저 개발사 물어보고 다니며 해결해나간 경험 하며. 외주 개발사 여러 곳과 협업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순간들, 그리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웹 기획 방법을 찾아다닌 수많은 나날까지. 정말 하늘이 무너져서 아둥바둥대고 있는데, 솟아날 구멍이 눈에 보이던 순간들을 많이 느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덕분에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긴 말 할 것 없이, 정말 큰 자산이다.



(2) 최고의 복지는 동료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한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를 정말 많이 느꼈다. 놀랍도록 학벌 좋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사이에 내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그들의 장점을 잘 보고 흡수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왜 회사에서 학벌을 그렇게 보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대게 두 종류로 나뉘는 듯 했는데, 첫 번째는 정말 똑똑한 사람. 대화하면서 실시간으로 엄청 빠르게 두뇌 회전하는 것이 막 보인다. 그러고 나면 엄청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혹은 논리적이고 허를 잘 찌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두 번째는 끈기가 좋은 사람. 왜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라고 하지 않나. 그게 일 할 때도 잘 발현되는 것 같다. 끈질기게 협력사와 부딪히며 좋은 거래 조건을 만드는 사람, 혹은 끈질기게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 등등. 끈기 있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물론 학벌 좋아도 일 머리 없는 사람도 수두룩할테고, 반대로 바꿔 말하면 학벌을 떠나 저 두 가지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


 꼭 똑똑한 것 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사람들은 참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었다. 일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비효율이 보이면 왜 그런 것인지 딥다이브한다. 그리곤 핵심 문제를 알아내 해결한다. 이건 다른 팀 사이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어떤 액션을 할 겁니다! 라고 하면, 다른 팀이더라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고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논의했다. 이런 문화다 보니, 나도 어떤 액션을 하기 전에 스스로 셀프 챌린지를 걸었던 것 같다. 확실해? 맞아? 하고 되묻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생각보다 실수에 관대했다. 근데 그건 “애초에 실수를 잘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서”가 더 큰 것 같다. 얼마나 일이 많고 바쁜지 서로서로 잘 알기 때문에. 저 사람이 평소에는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 알기 때문에. 아, 물론 한 번 실수하면, 재발하지 않도록 외양간도 열심히 고쳤다. 차갑지만 다정했던 사람들. 이런 문화와 사람들 다시는 못 만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했던 곳.



(3) 강점은 키우고, 약점은 보완하자


 일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를 고민하게 된 곳이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보니, 나는 일을 잘하는 걸까, 여기서 1인분을 하고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시니어들에게 찾아가서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어떻게 해야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될까요? 물어보기도 했고, 채용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여기 온 걸까? 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내린 나의 결론은 “본인의 강점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주변에 일을 잘 하는 사람은 내가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잘 알았고, 또 약점은 어떤 것인지도 잘 알았다. “저는 이런 것은 잘 하는데, 저런 것은 못해요. 그러니까 이런 것을 시켜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나 인상깊었다. 보통 약점을 가리기에 급급하거나, 약점만 보완하려고 하지 않나. 그런데 당당히 셀프 포지셔닝하는 것을 보고 1차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관련 업계 이야기를 듣던 중, “최근에 A 회사에 00님이 조인하셨다. A 회사에서 어떤 부분을 키워보려고 하고 있던데, 00님이 그걸 잘 한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때가 2차 깨달음이었다. 내가 잘 하는 분야가 있어야 하는구나. 진짜 성장하려면 내 장점을 알아야 하는구나.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그 때부터 나의 강점 찾기 여정이 시작됐다.



다음 이야기 >  퇴사 회고 - 1년 10개월을 마무리하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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