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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노 남보쿠 선생님은 '세상에 큰 뜻을 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단 하루만이라도 음식을 절제하라'라고 조언한다. 나는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의식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덕분에 집중력이 좋아져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도 수월하고 빠르게 잘 처리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 보통 소화를 마라톤에 비유한다. 그만큼 소화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장운동이다. 성공을 하려면 몰입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소화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면 그만큼 정신이 흐려져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래서 미즈노 남보쿠 선생님의 말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이야기다.
성공을 위해서는 채식을 해도 소식을 해야 한다. 채식도 음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채식을 하면서도 좋아진 입맛 탓에 과식을 하곤 했다. 요리가 즐거워서 매 끼니 다양한 채식요리를 즐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문득 살이 찌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몸무게가 느는 만큼 삶도 서서히 균형을 잃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매일 요리하고 먹고 즐기는 일상에 집중하다 보니 마치 먹기 위해 사는 것만 같았다. 매일 저녁식사마다 요리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예쁜 그릇에 그럴듯한 데코레이션으로 음식을 올리고 사진을 찍었다.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국적인 식재료와 향신료를 구하느라 돈도 많이 썼다. 요리를 위해 배고파하는 아이들조차 뒤로 한채 음식 만드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가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음식은 감정이다. 음식으로 느껴지는 쾌락은 중독이 될 정도로 강렬하다. 나는 맛이 주는 쾌락에 중독되어 있었다.
미즈노 남보쿠 선생님은 채소일지라도 자신의 양을 넘어서 먹는다면 육식을 적게 먹는 것만 못하다고 이야기했다. 뭔가 잘못되었구나 깨달았을 무렵 이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지나친 식욕이 인생을 나락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나는 소식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소식은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배가 아픈 것을 10으로 보았을 때, 7-8 정도만 배를 채우는 것을 소식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더 먹을까’ 하는 순간에 그만 먹는 것을 뜻한다. 소식을 하면서 나는 즉석으로 요리를 하기보단 밑반찬을 만드는데 시간을 쓰고 밑반찬 위주의 식단으로 가족과 식사를 했다. 덕분에 늘어난 여가시간에는 아이들과 놀면서 가족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체중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삶도 중심을 잡아가고 있었다.
아직도 내게 요리는 참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언제든 만들어 먹으며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우리 집 밥상은 더 이상 예전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식사시간은 매일 요리를 할 때 보다 더 즐거워졌다. 내 관심은 요리가 아니라 내 가족에게 있기 때문이다. 소식을 하며 남는 3할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행복과 삶을 풍성하게 해 줄 독서로 채워졌다. 삶은 더욱더 풍성해졌다.
음식을 절제하면 삶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한다.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이 먹는다. 우리의 삶에 음식 외에는 다른 인생의 의미가 들어올 자리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삶은 의미로 가득 채워야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삶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