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그램 매거진 『MEATing』_고기를 통해 만나다
안녕, Kasu :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는 사람 kasu입니다. 짧지만 나름 삶을 살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요. 오늘은 그걸 우리 독자분들, 소비자분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자기 이야기하는데 능숙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조금 어색하지만, 굳이 저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ISFJ입니다. 활발한 내향형 인간. 그게 저예요. 되게 활발해 사람을 매일 만나면서도 에너지 충전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하는 그런 사람. 사람을 정말 좋아하지만, 특정 누군가를 사랑한다라고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인지 삶에 어떤 자극이 되는 포인트가 없었어요. 누군가 내게 생채기를 내기 위한 말을 해도 ‘그래, 넌 짖어라.’ 정도로 끝나는 거 같아요. 행복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맛있는 걸 먹어도, 근사한 식당에 가도 그게 삶에 큰 활력이 못되는 거예요. 사람들을 막 불러 모아 술자리를 주선해도 어느 순간 현타 같은 게 오더라고요. 더 이상 그 술자리가 재밌거나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고 가만히 혼자 있는 시간을 가졌어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 머물면서 내 내면을 조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죠. 혼자 드라이브를 가고 혼자 예쁜 카페를 찾아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 놓고 멍하니 햇살이 들어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멍때리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했어요.
그런 시간들을 가지고 나니 조금 숨통이 트인 느낌이랄까? 뭔가 가벼워진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최근엔 작은 곳에서 행복을 찾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 저녁 늦은 시간에 E마트에 갔어요. 그럼 마감세일을 하잖아요. 한번은 먹어보고 싶던 부대찌개 밀키트가 눈에 띄었어요. 딱 3개가 남아있었는데 1개를 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었어요. 그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고 이게 무슨 횡재인가 싶고 행복하더라고요.
무작정 떠나고 싶은 날은 20년 지기 친구에게 카톡을 해요. “캠핑 ㄱ?” 단 네글자를 보내고 나면 친구가 “ㅇㅇ” 단 두 글자로 답을 보내요. 그럼 바로 캠핑 텐트, 그릴, 의자, 테이블 등을 차에 실어요. 그렇게 실고 있으면 친구가 와요. 그렇게 둘이 차를 타고 노래를 틀고 용인 근처 캠핑장으로 향해요. 둘이서 말은 많이 주고받지 않아요. 그렇게 캠핑장에 도착하기 전 눈에 보이는 마트에 들어가서 캠핑하면서 먹을 것들을 간단히 장을 보고 텐트를 치러가죠. 한 끼 식사 멋지게 하고 멍하니 피어오르는 불을 보며 앉아있어요. 그럴 때 문득, 내가 떠나자는 말에 아무 말 없이 바로 동행해 주는 친한 친구가 있다는 사실,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자유롭다는 사실에 ‘아, 난 정말 많은 걸 갖은 사람이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전 청년주택 대상자로 뽑혔어요. 입지가 굉장히 좋은 곳이라 경쟁률이 치열해서 안되겠지 반쯤 포기하면서 지원했는데 덜컥 1차 추첨이 됐어요. 서류 준비가 만만치 않은데도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안정적인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이라면 대부분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가끔 본가에 가면 엄마가 “우리 아들, 요즘 밥은 잘 챙겨 먹지?” 걱정하시면서 차려주시는 밥상. 참 그 밥이 뭐라고 그렇게 따뜻하고 행복하게 다가오는지. 부모님이랑 살 때는 그냥 ‘밥’이었는데 홀로 서고 나니 그게 ‘행복’이 되더라고요.
어른이 돼 가는 과정 중 하나는 결국 삶 곳곳에 녹아 있는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들의 일상에 녹아 있는 행복은 어떤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