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채워 넣기. 내가 이곳에서 한 제일 중요한 업무였다. 여행 가신 지인의 빈자리까지 채워 나름 열심히 움직였으니 주된 일이 채워 넣기는 맞는 듯싶다. 허전하지 않게 잘 해낸 거 같아 만족스럽다. 다른 이의 평가는 어떨지 모르겠다만.
20여 년을 자리를 지키며 서로를 익혀온 매점지킴이 이모를 반길 테지. 낯선 나를 보며 놀란 토끼눈이 되어 '이모 어디 갔어요?' 묻는 이가 많다. 고작 6일 일하고 사라진 이모라 부르기도 애매한 나이의 나를 궁금해할 사람은 없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서운하지만 내 나름대로 나의 흔적을 남겨둔다.
익숙한 모습으로 셀프계산을 하던 카드 단말기가 너무 낮은 위치에 있다. 베지밀B를 품고 있던 상자를 요리조리 붙이고 보강해서 밑에 깔아준다. 눈치채는 이는 없지만 좀 더 편히 계산하는 모습에 뿌듯함이 생긴다.
온장고에 써 붙여둔 '따끈 음료' 네 글자를 본 직원들은 냉장고 앞에 섰다가도 "어~! 따끈 음료! 오늘은 저거 마셔야겠다." 며 생각을 바꿔 구매를 한다.
매점 안에 있는 벤치스타일의 의자가 너무 낮다. 손님이 들어오자 일어서려 했더니 힘들어 보였는지 "그냥 계세요. 저희는 알아서 잘합니다." 하는 손님도 있었다. 그래도 그건 아닌 듯싶어 일어서자니 윽, 내 도가니. 내 무릎도 생각해야 하니 높은 의자를 하나 구입했다. 저렴한 제품이지만 방석 부분도 있고. 퍽 마음에 든다. 손님이 오시면 일어나기도 편한 높이고, 앉아 있어도 너무 앉지는 않은 듯 한 높이라 유용히 사용을 잘했다.
이 의자 하나 두고 가며 생각한다. 지인이 이 의자를 유용히 쓰셨으면 좋겠다. 사다리 대용으로도 쓸 수 있을 테니 나쁘지 않으리라. 한쪽 구석에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이 의자 하나 보며 '그 대타는 잘 있지?" 누가 물어봐 준다면 좋겠다 생각도 잠시 해본다.
구석구석 청소도 좀 더 신경 쓰고 문단속을 잘했는지 다시 확인하며 매점을 나선다. 섭섭한 듯 시원하다.
종종 어쩌다 한번 대타로 불러주면 재미있겠다 생각도 들었다가, 성실한 지인이 앞으로 부탁할 때는 갑자기 편찮으실 때 밖에 더 있을까 생각이 들어 다시 올 일 없는 매점이었으면 좋겠단 생각도 따라온다.
이제 신기한 매점과 이별이다. 또 볼일 있기를 바랐다가 없기를 바라게 만드는 신기한 매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