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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구 Dec 18. 2018

첫사랑을 상기시키는 하나의 노래

내 인생의 노래, SONG ONE

소년, 소녀의 첫사랑을 다룬 영화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영화의 서사구조가 훌륭하거나 영화 속 주인공이 예뻐서가 아니라, (물론 첫사랑 영화의 주인공들은 전부 예쁘고 잘생겼다.) 영화를 통해 나의 첫사랑의 향수를 상기시키기며 그때의 모든 추억들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함께 걸었던 거리, 함께 먹었던 음식, 함께 들었던 음악,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영화와 함께 재생되며, 나를 그때의 추억 속으로 데려간다.


물론 영화만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역할은, 어떤 에피소드가 깃든 특별했던 장소가 할 수도 있고, 그 사람과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물건이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매개체들 가운데 음악의 역할에 집중했던 프로그램도 있는데, 바로 MBC의 예능프로그램 '내 인생의 노래, SONG ONE'이다.




6부작으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강타씨가 MC로서 한 명 한 명의 게스트들을 만나고, 그들의 사연이 깃든 음악들을 함께 듣고 이야기하며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음악을 통한 추억여행'이라는 취지를 담기 위해서 음악을 선정하는 방법을 책장에 가득히 꽂혀 있는 테이프들을 돌아보며 그 가운데 특별한 사연이 있는 테이프를 선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프로그램을 좌우하는 양날의 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추억'이라는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선 카세트테이프는 정말 좋은 소재였다. 카세트테이프만으로도 제작진과 출연자들에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되어줄 수 있었고,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하던 세대의 시청자들에겐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나도 아직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매했던 테이프를 간직하고, 추억에 잠겨 그 수록곡을 노래방에서 종종 부르는(No.3299 허리케인박) 구 세대 끝자락(이라고 생각하고 싶다)의 사람이기에 그러한 의도가 더욱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젊은 층의 시청자들에겐 어떻게 전해졌을까.

사실 테이프라는 소재를 선택함으로써 갖게 된 더 큰 리스크는, 곡 선정의 폭이 옛날의 노래들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옛날 카세트테이프 시절의 노래들이 젊은 시청자들에겐 익숙하지 않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테이프로 발매되지 않은 비교적 최근의 노래들은 설령 게스트에게 인생 노래거나, 엄청난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더라도 소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4회의 예성씨나 5회의 우영씨같은 아이돌 멤버들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의 예상 시청자층의 연령 폭이, 제작진 측에서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의 예상 시청자층의 연령 폭과 어느 정도 교집합이 생기는지 생각해보면,

카세트테이프라는 소재가 갖는 한계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얼른!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다.

아직 6부 밖에 안 나왔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추억 여행이 언제나 즐겁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프로그램과 함께 나만의 추억여행을 떠나서 SONG ONE VOL1. 리스트를 만들어 보고, 그녀를 떠올리며 좋은 만남이었다 회상하는 시간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대신 시즌 2는 조금 더 범대중적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테이프를 통한 음악 찾기라는 지금의 포맷을 확장시켜서 LP, 테이프, CD, 나아가 디지털 음원까지 가리지 않고 음악 선택의 영역을 넓혔으면 좋겠다. 이런 방식 속에서는 전체 음악사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이야깃거리도 생길 것이고, 게스트들이 더 다양하게 본인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의 게스트로 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조금은 어색한 연출(갑자기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들을 집어넣기보다는 두 세명의 서로 다른 특성의 게스트들, 배우나 개그맨, 정치인이 함께 출연하거나, 원로가수 선생님들과 현역 아이돌이 함께 출연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입체적으로 꾸려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SONG ONE이 조금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는 아래와 같은 대사가 나온다.


'나도 그때 널 좋아했던 내가 좋아.'


설령 좋아했던 사람과 맺어지지 않았더라도 괜찮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좋아하던 '그때'와 그때의 '나'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SONG ONE에 어떤 게스트가 나와 어떤 이야기를 전하든 그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추억 속으로 떠날 수 있게 매개체가 되어주는 그 자체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프로그램을 통해 만날 나의 그 시절이니까.

(감성이 터져버렸다. 앞으로 새벽에 글 쓰는 것은 자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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