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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Mar 08. 2024

베드타운

끝은 서글프고 시작은 두렵다

언제나 현재 진행

상태만이 반복되기를 바랐다


출발은 번거롭고 도착은 진이 빠져

언제나 여정 위에서 찰랑거리기만을 바랐다


오늘이 지나면

애쓸 일 없이는 오지 못할 서울을 걷는다

미련 조금이라도 덜어낼까 실낱같이 맞닿아있는 인연에게 어디냐 물어도 답은 없고

시간에 등을 떠밀려 방황할 여유 따위 없으니

한보 아닌 반보씩 걸으며 점심만 늘어트릴 뿐 정해진 행로 흐트러트릴 방법은 없고


애정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들기는커녕 자리조차 내주지 않아 덜거덕거린다고 생각했는데

이 무슨 터무니 없이 바람 드는 난 자리

당혹감만 부풀린다


동네로 돌아왔다

오후 한 시의 베드타운에는 오래전 할머니 집 이불 같은

햇빛이 가라앉아 있다


따스하고 숨 막히는 솜이불에 덮인 도시가 어떤 소란도 없이 차분하다 못해 삭막하다


서울에는 무얼 두고 왔길래

온몸의 주머니를 두들기며 헛손질을 아차 혹시 설마 아니겠지 제발

잘못 없는 먼지만 애써 일으키나


카페 사장님에게 그동안 잘 마셨다는 인사를 건넬 용기가 없어서

더 나은 일을 하지 못해서

얇고 보드랍던 검지가 두툼한 팔뚝 툭 밀치던 평양냉면집 다시 한번 가보지 못해서


지난 8년은 어디로 흘러내렸나

고이거나 굳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

종착지는 하수종말처리장

거치곤 또 바다로

희석돼 찾아볼 수도 없고


인생은 수지맞는 장사라더니

홀랑홀랑 잃고 흘리기만 하는 것 같아


결국은 그래

모두가 거짓말쟁이다

나만이 혼자다

홀로 서 진실입네 웅얼거리는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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