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괜찮아 난 잘살아
이별 후 헤어진 연인에게 하고 싶은 말
괜찮아 난 잘살아
내 경우엔 달콤 쌉싸름한 연애 얘기가 아니다.
독박 육아를 벗어나 경제 독립군이 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 소모, 말하자면 아등바등해야 하는 데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생각해보니,
대학 때 경험 때문이다.
대학 졸업 무렵 말 많고 탈 많은
IMF 구제금융이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던 시절
졸업 전 대부분 시간을 문학 동아리 활동, 집회와 시위로 보내고
마땅히 취업 준비를 해본 적 없는 나와
대기업 공채를 목표로 고학점과 높은 토익 점수
각종 자격증을 갖춘 친구나,
졸업 후 갈 곳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나에게 뭘 믿고 그리 노냐며 걱정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열공 끝 도서관 사서가 되고
교사가 되고, 공무원이 되고, 변호사가 되고 약사가 됐다.
나도 뭐든 되고 싶었다.
지방 방송국 구성 작가,
직업의 안정성은 최악이고 경제성은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순식간에 눈치챘으나 ‘작가’라 불리는 달콤함을
못 벗어 방송 판에 오래 머물렀다.
결혼 전까지 8년여 그리고 첫째 낳고 한 일 년
둘째 낳고 한 일 년.
괜찮아 난 잘살아
라고 외치고 싶을 때는
애국애족하느라 내 공부 돌볼 틈 없었다 변명하고 싶을 때,
96년 이른바 연세대 사태 때 전경에게 붙잡혀 곤봉 세례받고
닭장차에 잡혔던 무서움이 살아날 때,
잘난 친구들이 노력 끝에 진정 잘 나갈 때,
그럴 때
괜찮아 난 잘살아
라고 외쳐야 하기에
뭐든 잡히는 대로 아등바등한다.
독박 육아꾼이 경제 독립군이 되는 메커니즘은
결국,
자기 합리화와 질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