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순간] 아제르바이잔 셰키
홀로 키시에 다녀오던 길.
걷고 또 걷다 셰키에 다다랐을 무렵, 허름한 주거 단지 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초대한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수록 보이지 않던 얼굴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고, 방금 꺾어온 꽃을 한아름 내미는 동네 아낙들 옆에서 프레임 안으로 서둘러 모여드는 아이들. 영화에서만 보았던, 철저히 다른 세계의 삶을 살던 그들의 방 안 구석에서 뜨뜻달달한 차이 한 잔을 나누어 마시던 시간.
모든 하루가 어떤 한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그런 날이 있다.
이 만남을 위해 그날 나는 키시로 향했고, 돌아오는 길에 마슈롯카를 타지 않고 걷기로 결정했으며, 갈림길에선 반드시 왼쪽 길을 택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