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는 데 취미가 없다.
그런데 그러고 있거나 퍼주려 마음먹은 상태를 늦게 인지한다. 남에게 무엇을 주는 기회가 자주 있지는 않지만 기회만 잡으면 더 주려 근질거리는 이상 현상에 놓인다.
내 아이만 챙겨도 충분한 소풍날이었다.
포크 쓰다가 떨어뜨릴까 여분으로 하나를 넣었다. 곁에 있는 아이가 깜빡하고 못 챙겼을 까봐 하나를 더 챙겼다. 개인 돗자리가 준비물인데 이것도 안 가져온 아이가 있을까 마음 쓰여 아이 셋은 거뜬히 앉을 크기로 챙겼다.
별 뜻 없이 자연스럽게 했던 행위였다.
다년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챙겨 왔다. 손해 본다는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그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넉넉한 마음으로 베푸는 것을 보며 내 행동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어릴 적, 아랫집 아이는 부자였다.
당시엔 귀한 참치캔 선물 세트가 그 집에 생겼다. 아이는 함께 놀던 나한테 주려고 했다. 곁눈질로 마주친 그 아이 엄마의 눈초리에 마음이 무척 따끔거렸었다. 있는 집에서 자란 아이가 가지는 여유에 상대적 빈곤함을 배웠다. 내가 눈치 없이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며 귀가 먹먹해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몸이 순간이동 되길 바랄 만큼 공기가 꽤 매웠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단다.
내 인심은 나쁘지 않은 듯한데 곳간 형편이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앞서 있으니 나눔에 분수를 모르고 사치를 부릴까 봐 단속한다. 물질을 나누기엔 넉넉하지 않으니 말 한마디 눈 빛 하나에 인심을 담아 건네본다. 내 말로 인해 상대의 마음이 허해지지 않게 하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