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14
저녁에 더블린 2에 위치한 Gaiety Theatre 에서 뮤지컬 [Avenue Q]를 보게 되었다.
[Avenue Q]와의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대략 5년 전. 누군가의 소개로 이 뮤지컬을 알게 되었고, 듣다 보니 뮤지컬 넘버들이 너무나 좋아 그 중 몇 개의 노래들은 지금까지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우지 않고 우울할 때마다 찾고는 했다. 실제로도 극장에서 너무나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지만, 근 몇 년간 해외에서도 무대에 올리고 있지 않아 나와는 인연이 없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더블린에 와서 길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올해 영국 팀이 몇 개의 도시에서 투어를 돌고 있다는 사실과 더블린도 그 중 한 도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와우. 포스터를 보자마자 충격받아서 공연을 하는 이번 주만 오기를 벼르고 벼르다가 어제 극장으로 달려가 오늘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
공연을 본 자세한 썰은 다른 매거진인 "Offroad"에서 풀기로 하고, 일단 [Avenue Q]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아래에 적으려고 한다.
뮤지컬 [Avenue Q]는 2003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단 72회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으며 토니상에서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최고 작품상, 극본상, 음악상을 모두 휩쓸며 전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브로드웨이에서 4년간 매진, 7년간 박스오피스 TOP10을 기록하였으며 세계 각지에서 많은 매니아들을 양산해내며 몬스터급 흥행 기록을 세웠다.
뮤지컬 [Avenue Q]는 배우들과 퍼펫(Puppet)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뮤지컬로, TV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릿의 퍼펫들이 크면 어떻게 될까?라는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사랑스러운 퍼펫들의 입을 통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은밀한 고민과 인간의 본성을 퍼펫을 통해 수면 위로 끌어내 화끈하고 유쾌하게 까발린다. 동성애, 포르노 중독 등 함부로 입에 담기 불편한 사회문제에서 청년실업과 직장생활의 문제, 섹스와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문제까지 여과 없이 들춰내며 유쾌한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냈다.
뮤지컬 [Avenue Q]는 다른 누구도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한심한 인생을 노래하는 퍼펫들은 '내 인생이 왜 이렇지' 한숨 내뱉어 봤을 우리네의 모습이며, 열심히 일해도 통장은 늘 바닥인 직장인의 고충, 연애에는 늘 아마추어 신세인 남녀노소의 영원한 고민도 담겨있다. 포르노는 뉴욕뿐만이 아닌 전세계 남성들의 이야기이며, 대학 졸업장을 쥐고도 청년실업문제에 직면한 젊은 세대도 대변한다. 이렇게 모두다 고민을 가지고 있고 형편 없을지라도 그게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위로하며 미래를 희망으로 포장하지 않고 오히려 돌직구를 던져 고민을 가볍게 툭툭 털어내주고 지친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출처 : Musical [Avenue Q] Soundtrack 소개 중
뮤지컬 넘버 중 무슨 노래로 정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It Sucks To Be Me'로 초이스!
이 노래는 공연의 맨 처음 등장하고 모든 캐릭터가 노래하는데, 서로 자신의 인생이 제일 'X'같다며 신세 한탄을 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들의 투정이 나중에 어떻게 변하는지는 맨 마지막 넘버인 'For Now'를 들으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이 곡 외에도 전 곡들이 모두 좋으니 음원사이트에서 꼭 전부!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그나저나 요즘 내가 보고 싶은 공연들을 원없이 보고 있어서 기분이 참 좋다.(통장은 텅장이 되어가고 있지만..!)
+) 몇 개의 라이브 영상을 더 업로드한다. 하나같이 너무 좋은 넘버들!
1. 2015년 올리비에 어워드 기념 코벤트 가든 공연
There Is Life Outside Your Apartment
Schadenfreude
For Now
2. 뉴욕 브로드웨이 Build Series 공연
If You Were Gay
The Internet Is For Porn
The More You Ruv Some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