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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Aug 28. 2019

이렇게 여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역시 델리는 나랑 안 맞아...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출발한 여행이었다.

파키스탄, 파미르 고원 등 인터넷에서야 볼 수 있었던 곳들을 간다는 것에 흥분해서 선뜻 결재를 해버리고 서서히 읽어 내려간 홍보자료에 히말라야 산맥, 파미르 고원 등 4~5,000미터급의 고지를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는 고산증 걱정에 갖고 있던 고산증 약만 준비하고 출발한 여행이었다.

인도, 파키스탄, 중국,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우즈베키스탄으로 나오는 여행코스를 보고 있자니 지명들이 온통 낯설다. 처음 듣는 도시와 지명들... 이 낯설고 새로운 지역에서 30일이란 기간은 살짝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나의 카라코람 하이웨이 여행코스 (30일)


공항에서 티켓팅을 하고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옆좌석에 누가 탈까? 한국인? 외국인?... '간단하게 인사나 하고 자야지'라는 생각으로 자세를 잡으며 앉았다.

한국인, 이쁜 여자 사람이 앉는다. 가볍게 인사하고 그 친구가 하는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그 친구의 소지품에서 나와 같은 여행의 안내책자가 보인다. 그 친구도 이번 여행에 홀로신청을 했단다. 여행친구를 비행기에서부터 만나다니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운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인도 델리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다.

전에 왔던 인도에서 가이드였던 인도 현지인에게 많은 실망을 했었고 델리에서 너무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다가 더위를 먹은 곳이라 사실 여름에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어쨌든 비행기는 도착을 했고 숙소로 이동을 하니 늦은 저녁시간이 되었다. 나는 시원한 맥주가 간절했고 비행기에서 만난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코넛플레이스의 평이 좋은 식당으로 들어가서 음식을 시켰다.

외국에 나오면 가장 애매할 때가 팁을 줄 때이다. 어느 곳은 별도로 줘야 하고, 어느 곳은 계산에 붙어 나오고, 어느 곳은 아예 받지 않고... 딱 정해졌으면 좋겠다.  아님,  계산서에 팁이라고 붙여서 주던가...

주문한 Sizzlers는 정말 맛있었다. 맥주도 시원했고ᆢ아니 솔직히 맥주는 조금 더 시원해도 될 듯했다.

하여튼 맛있는 저녁을 먹고 받아 든 계산서는 4,103루피였고 10%를 붙인 금액이었다. 우리는 5,000루피를 주고 잔돈을 받길 원했으나 웨이터는 감사하는 말로 일축하며 잔돈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황당한 우리가 잔돈을 달라고 하였더니 웨이터는 결국 10%를 부가하지 않은 3,730루피짜리의 계산서를 새로 만들어서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결국 우리는 4,103루피를 딱 맞춰서 웨이터에게 주고 나왔다. 400루피는 웨이터가 가져갈까?,,, 아님 가게 수입일까?

에라~ 모르겠다. 어쨌든 첫날 저녁은 맛있었고, 행복했다.


Gola Sizzlers에서 맛있는 저녁




아침이 밝았다. 사람들은 전부 어디를 갈 것인지 노선을 정하기 위해서 분주하다.

나는 이 더운 날 델리를 돌아다니면서 더위를 먹기 싫어 호텔에 있다가 체크아웃하고 박물관을 잠시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제 비행기에서 만난 여자 동생은 고대의 우물을 가고 싶다고 했다.

고대의 우물??? 저번에 와서 듣도보고 못했던 것이다. 순간 솔깃한 나는 동행을 요청했고 그 친구와 함께 우물을 들렸다 박물관을 가기로 결정하며 숙소를 나왔다.


아침 일찍 나와서 그런지 햇살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그늘로 걸어 다니니 생각보다는 많이 더운 거 같지 않다고 믿으면 다녔지만, 사실은 엄청 더웠다. 흘러내리는 땀은 내 눈 위로 흘러내렸고 나는 손수건이 축축하게 젖을 때까지  수시로 땀을 닦아내야만 했다.   

일찍 도착한 계단식 우물은 관리인이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무료입장인 것에 몹시도 기분 좋아졌다.  

처음 본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하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건물 가까이 다가갈수록 비둘기 떼들이 쌓아놓은 똥냄새 때문에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인생 샷 한번 건져보자고 이곳에도 앉아보고 저곳에도 앉아 사진을 찍어 봐도 사진은 나의 커다란 덩치를 거부하고 말았다.  사진은 포기하고 냄새가 최대한 나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감상하기 시작한다. 살짝궁 불어오는 바람이 내 얼굴의 머리카락들을 살며시 건드려주니 기분도 나쁘지 않다.

 

Agrasen ki baoli에서



Agrasen ki baoli
 1958 년 고대 유적 및 고고학 유적지 및 유적 법에 따라 인도 고고학 조사에 의해 보호된 기념물로 지정된 Agrasen ki Baoli는  60m 길이 및 15m 너비입니다.
주소 : Hailey Road, KG Marg, near Diwanchand Imaging Centre, New Delhi, Delhi 110001 인도  



릭샤를 따고 국립박물관으로 가려하는데 릭샤 기사가 어디를 들리고, 어디를 들리고, 어디를 들렸다 가도 1시간이면 되고 박물관에는 늦지 않게 데려다줄 수 있다면서.. 계속 우리를 꼬신다. 낌새가 쇼핑샵에 계속 데리고 갈 것 같은데 함께 했던 친구는 인도가 처음인지라 순수하게 릭샤 기사 말을 듣고는 눈이 반짝거리면서 나의 의견을 묻는다.

음... 그 많은 곳과 바자르를 데려다주면서 1시간??

믿기지 않는다. 릭샤 기사들이 쇼핑샵에 관광객을 데리고 가면 얼마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아무래도 순수한 마음으로 릭샤 기사를 보지 못하겠다.

하지만 순수하게 반짝거리는 그 친구의 눈을 무시하지 못하고 한번 가보자고 대답해버렸다. 300루피,  

비싼 금액은 아니니 한번 가보자!!

기분 좋게 출발한 릭샤는 어느 도로 위에 멈춰 서더니 내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길 거너편의 사원을 가리키면서  시크사원이라고 했다. Sri Bangla Sahib Gurudwara사원이었다.

길을 건너서 들어가려 했더니 안된다면서 이곳에서 사진만 찍으란다. What???? 무슨 소리?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더니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하면서 '뽀토, 뽀토'만 연신 외친다.


아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구나....


Sri Bangla Sahib Gurudwara사원을 길 건너에서 보고 릭샤는 출발했고 릭샤 기사는 로컬 바자르로 데려다준다면서 계속 여성들의 전통복장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릭샤 기사를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한눈에 딱 봐도 관광객을 상대로 한 쇼핑샵이었다.

역시 예상 그대로였다.

우리는 실크 머플러를 판매하는 곳으로 안내되었고, 여러 종류의 머플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함께한 동생의 눈은 반짝이면서 맘에 드는 머플러를 골랐으나 부르는 값은 미화로 100달러가 훨씬 넘었다.

와우~ 인도가 실크의 품질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인도의 환율로 머플러 하나에 100달러가 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뿐... 가격은 계속 흥정이 되었으나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그 쇼핑샵에서 맞춰주려 하지 않았다.

샵을 나와서 다시 릭샤를 타려 하였으나 릭샤 기사는 계속 옆 가게, 옆 가게로 데려가려 하였고 급기야 질을 한번 내고서야 릭샤는 출발했다.

하지만, 데려다준 곳은 sri laxmi narayan mandir의 건너편이었다. 여기서도 사진만 찍으라는...

기사는 어이없어하는 나와는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함께 한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이런 우라질.....

마지막으로 데리고 간 곳은 Buddhist Temple로 작은 불교사원이었다. 들어간 사원은 생각보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어린아이와 함께한 가족이 너무 보기 좋아 마냥 바라보고 있었다.

릭샤 기사는 가족을 바라보는 우리를 계속 기다렸다가 박물관에 데려다줬다.

릭샤 기사가 하는 짓에 약오르기도 했지만, 이런 것이 여행인걸 어찌할까 싶다... 오늘도 좋은 경험 했다.

내가 다시 인도에 온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또 겪을 수 있을 테니 좋은 경험 했다.. 치자.  

여전히 난 델리와 안 맞는구나...


Buddhist Temple 에서 만난 가족과 나를 끌고 다닌 릭샤기사

국립박물관을 들렸다 빠하르 간즈로 향했다.  간단하게 점심이라도 먹고 호텔로 들어가서 짐을 찾아 기차역으로 갈 생각이었다. 빠하르 간즈는 여전히 번잡하고 정신없고 바쁘게 돌아갔다.

짐을 잔뜩 실은 우마차,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 바람에 나풀거리는 머플러,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개, 아이스크림을 하나 잡으며 걷는 빠하르 간즈는 인도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준다.

예전 인도 여행 시 20일간 계속 먹어서 질려버린 탈리를 한 접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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