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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하는 데에는 큰 이유가 필요하지 않고...

강보원 작가님 [에세이의 준비 2화]에서

by 영감핀 pin insight

광고를 전공하며 카피를 쓰기 위해 문장을 모았었다. 광고 카피를 잘 쓰기 위해 광고 카피를 많이 알아야 하지만, 분하게도 광고 카피만 알고 있으면 좋은 광고 카피는 쓸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점차 내가 듣고 보는 모든 분야에서 좋은 문장을 꼽아왔다. 이제는 오히려 광고보다 다른 분야에서 꼽은 문장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이제 광고 카피 쓰는 일은 하는 일 중 일부가 됐음에도 여전히 문장을 모으고 있다. 심지어는 아직까지 광고를 보려고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을 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저도 5초 광고는 스킵 버튼 누릅니다)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이지만, 올해 마지막으로 꼽을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뭔가를 하는 데에는 큰 이유가 필요하지 않고 사실 이유가 거의 혹은 전혀 없을 수도 있다.

뭔가 하는 것 중 좋아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이렇다. 좋아하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큰 장점 하나를 꼽거나, 아주 세세한 여러 가지를 나열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답은 우물쭈물 대며 답을 못하는 모습이다. 진짜 좋아하는 것은 이유가 없다. 설사 이유가 있었더라도 잊었다. 좋아했던 이유가 이제는 사라졌더래도 상관없다.


이번에 꼽은 문장은 이 연재를 시작하며 정해둔 마지막 문장인데, 절묘하게도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문장이다. 뭔가를 하는데 해야 할 이유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그냥 하자.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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