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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Mar 14. 2023

경험에 이름을 붙일테니 꽃이 되어주어라

내가 (잦은) 기록을 결심한 이유.

싱가폴에서 많은 새로운 것을 접하고 있다.


워낙 경험을 좋아하기도 하고, 새롭고 신기한 것을 보면 항상 사진을 찍는 기록정신이 있는 탓에, 싱가폴에 오고나서 내 사진첩은 온갖 신문물로 가득차고 있다.



헌데 언제부턴가 그런것들이 단지 사진으로만 남고, 저 사진의 홍수인 사진첩속에 퐁당 던져져버리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을 하고싶다고 생각하고 나서 부터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부끄럽지만 말해보자면, 작은 호흡이라도 ‘매일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잠깐, 나는 왜 기록을 하고 싶은걸까?


우선 태초에 타고나기를, 기록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무슨 일, 무슨 생각이 내 세상에 들어오면, 재밌고 신기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마냥 총총총 달려와 일기장에 그를 기록하곤 했다. 그 욕구가 강했고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저항이 전혀 없었어서( 오히려 분출구라 여기며 즐겼을지어다) 그빈도는 잦았다. 항상 마음의 파동이 올때마다, 항상. 글을 쓰러 왔던 듯하다. 그러한 기록욕구가 아직 분명 남아있는 것 같은데, 그것을 재발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최근 들었다. 디지털 아카이빙이 돈으로 환산되는 이 세상에서, 너무 값진. 욕구라는걸 뒤늦게 깨달은 결과일지도.




또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 기록을 안하기에 너무 아깝다. 값지다. 한국에서 쭉 살면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 정말 많다. 실제로 나는 내 주변인들에게 ’ 인생을 가장 재밌고 멋지게 사는 친구‘ 원탑으로 랭킹되곤 한다. 스물후반,서른초반의 나이에 3개국어를 활용해 여러 나라를 다니며 일하며 살고있다, 지식컨텐츠 사업과 공간임대사업을 하고 시간적 공간적 자유를 추구하며 노마드적인 삶을 살고있다. 살고 싶은대로 운명을 개척하며. 세계 각지 출신의 다양한 사람들과 커넥팅하고 듣기만해도 흥미로운 루틴을 보유하고 있다. 내가 가진 컨텐츠가 이렇게나 많다니. 이걸 잡아두지 않고 다 흘려보내는것은 컨텐츠 낭비라는 생각에 닿았다.



기록을 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생각을 다듬고 모으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인물과의 긴밀한 질답을 통해서도 그렇고, 요즘 내 생각이 너무 없다는 생각에 닿았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토픽이 많다.


눈앞에 보이는게 없을때, 정신을 이끌어줄 대화가 없을 때 혼자의 생각의 힘만으로 생각을 끌고 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깊어지지 않고 오래 끌어지지도 않는다. 단점 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특징이라 생각하고 있다. 생각 많이 안하고 살기 딱좋다. 그만큼 걱정도 없고, 실행력도 좋다. 그것이 대화, 글을 통해 개선이 되는거라면 더 좋은 성향일수도. 따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 노력을 이제 들이고 싶다는 것.



그리고 내가 경험한 일, 생각 등 하여간 이 세상은, 기록을 통해 나로부터 정의되고 비로소 의미있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닿았다. 예전에는 이런 모든과정이 하릴 없고, 시간을 잡아먹는 소모적인 일쯤으로 치부했었다. 헌데 지금은 그게 다란 생각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곰곰히 곱씹어보고,의미짓고, 생각을 정리하고, 리마인드 하는것


그러한 비생산적이어 보이는 시간, 달리 말해 여유가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닿은 것이다.


바쁘게 살고, 생산적이게 사는것의 목적이 무에냔 말이다. 이렇게 나를 충만하게 만들어주는게 있다면 나는 결국 그걸하며 내 소중한 시간과 체력과 정신을 활용해야 하는것 아닐까.


그러니까 나는 이 쓸데없어 보이는 시간을 위해 그렇게 생산성을 외치고 시간을 슬기롭게 활용하고 자원을 축적하는 것이다. 내가 그토록 ‘열심히 사는 이유’가 생긴 셈이다. 이는 최근 참으로 미라클스러운 발견이었다.




나는 원체 느린 사람이다. 이연님 영상을 보며 생각을 해봤더랬다. 나는 속도가 빠른 사람인가, 느린 사람인가. 아님 느린데 빠르려고 많은걸 거세하는 사람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느린 사람이 맞는것같다. 뭘 접하고 그걸 온전히 내인식을 심는 과정을 깊게 하는데, 그게 깊은 만큼 비범한 인사이트와 경쟁력있는 매력을 만들어내지만 그 대신 오래걸린다. 하지만 세상의 속도에 맞춰살며, 세상에서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추려 하다보니 이 느린걸 할 수 가 없지. 이게 직접적으로 세상의 가치로 환산되어보이지도 않고 말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세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내 언어로 정의하며 매력있는 컨텐츠를 만드는걸 잘하고 흥미를 느끼는데, 내가 세상에서 몸값을/가치를 올리는 방식은 대게 제한된 시간에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풀어내는 일, 눈에 잘보이는 후킹되는 자소서를 쓰는일, 짧은 시간에 승부를 봐야하는 면접을 보는일 등이었다. 어쩌면 나는 내속도를 존중하고 살지 않았기에 그 정도의 밀도있는 충만감을 놓치고 산것일 수도. 이것의 직접적인 증거가 무엇이냐면, 토요일 오후 낮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 해야하는 일이 없는 상태에서 카페 테라스에 앉아 브런치와 라떼를 먹으며 글을 쓰는 그 시간에, 나는 정말로 충만함을 느낀다. 행복하다는 말로도 다 담을 수 없는 꽉찬 느낌.


https://youtu.be/WNUARQhVmVs






멍때리기 위해 열심히 산다. 항상 여유(availability) 50%의 상태를 유지하며 사는 것으르 목적으로 한다. 이제 나에 맞는 삶의 방향을 정립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본 글이있다. 매일 글을 쓰는 분이 쓴 글이었는데, 그분에 따르면 쓰지 않는건 살지않는것 만큼 의미가 없다고. 즉 글을 써야 곧 사는 의미가 생긴다고 들렸다.


아까 내가 한 말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현상 그 자체였던 아지랑이 같은 것들이 글에 담기는 순간, 모양이 생기고 색이 생기며 내 인식을 이룬다. 그렇게 나를 풍성하게, 색채를 더하며 살고 싶다.


https://brunch.co.kr/@sterdam/3459







그대 이름을 부르니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꽃에 많이 공감하며 살고 있다.


내 경험들도 꽃이 될 수있도록, 부르고 이름을 붙여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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