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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09. 2023

글쓰기의 상쾌함, 후련함, 든든함

글쓰기를 하고 나는 많이 달라졌다.

주말 아침은 늦잠을 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평일은 알람과 함께 경직된 몸을 일으켜야 한다. 경직된 몸은 알람 소리에 더 굳는다. 하루가 경직되면 그날의 마음은 편하지가 않다. 그러나 그 '경직'과 '텐션'으로 우리는 하루를 잘 살아낸다. 강제로라도 굳은 그 다짐이 없으면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겠나. 고로, 삶의 경직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자기 방어기제다.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 경직성을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인다. 전력 달리기를 하려면, 그 바로 전 근육은 이완되어 있어선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경직성에도 쉼과 숨은 필요하다.

육체와 영혼에 산소를 불어넣어 줘야 하고, 그것들의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전력 달리기엔 한계가 있고, 경직의 정도에도 끝은 있게 마련이다. 대개 나는 이것들을 잠으로 풀었다. 달달한 잠은 세상 모든 근심을 잊게 해 준다. 잠시 나를 죽였다가 다시 태어난다는 느낌마저 든다. 깨어나서야 우리는 잤다는 걸 의식하고, 자는 동안은 스스로를 의식할 겨를이 없으니 나는 그것이 죽음과 다르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좀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들이밀어보면 자는 동안 우리는 생각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존재 여부를 논할 수 있다. 꿈이라는 무의식도 있긴 하지만, 우리는 기억하는 것보다 그러하지 못하는 게 더 많으니까.


어느덧, 나에겐 '잠'말고 또 하나의 삶의 이완 방식이 생겼다.


바로 '글쓰기'다. 


글을 쓸 수 있다는 매 순간은 나에게 상쾌함으로 다가온다. 

쓸 수 있는 시간, 소재,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설렘은 삶을 상쾌하게 한다. 텁텁한 공기가 가득 들어찬 방안의 창문을 활짝 여는 것과 같다. 매 순간 경직되었던 삶의 텁텁함이 상쾌한 공기를 만나 새롭게 바뀌는 순간이다.


상쾌한 기분으로 마음속의 것들을 꺼내어 놓고 나면, 후련함이 들어찬다.

'후련함'은 맺혔던 일이나 답답했던 것, 좋지 않은 것들이 풀려 시원한 상태를 말한다. 글쓰기의 과정이 그와 다르지 않다. 온갖 것으로 묵었던 체증이 가라앉는 그 희열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글쓰기란 소화제를 먹은 느낌, 글쓰기란 바늘로 손가락을 딴 느낌. 응어리졌던 검은 피와 함께 불순물은 물론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본질들이 함께 터져 나온다. 터져 나온 그것들을 나는 잘 분류한다. 잘 분류하면 의미가 보인다. 깨달음과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인다. 후련한 마음으로 나는 그것들을 잽싸게 주워 담는다.


그리하여 글쓰기는 내게 든든함이다.

삶이 경직되어도 두렵지가 않다. 오히려 그 경직의 의미를 묻는다. 경직의 의미를 묻고 답하면, 나는 잘 강직될 수 있다. 영문도 모른 채 강직되어 두려움에 떨던 자아는, 주체적 강직을 선택하여 스스로를 위해 경직을 유지한다. 나를 위한 텐션. 나를 방어하고,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긴장과 불안.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나에게 모든 도움이 되는 것들로 변모한다. 이러니, 글쓰기가 든든할 수밖에. 글쓰기는 세상을 바꾸는 마법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마법이다. 




글쓰기의 상쾌함.

글쓰기의 후련함.

글쓰기의 든든함.


이 모든 건, 글쓰기를 통해 내가 얻은 고도의 선물이다.

그러자 삶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삶은 언제나 내게 강직과 긴장 그리고 불안을 주던 못된 것이었다. 삶이라는 부조리에 나는 넋을 잃고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영문도 모른 채 당하기만 하던 삶은 내게 무기력을 가져다주곤 했다. 이젠 그러하지 않다. 영문을 모르는 그것에 나는 질문을 던진다. 대답을 하지 못해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질문을 던지니 삶은 오히려 당황해한다. 주도권이 삶에서 내게로 온다. 영문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열쇠다. 삶을 '판단'하기보단 '해석'을 더 많이 한다.


글쓰기를 하고 나는 많이 달라졌다.

세상은 변한 게 없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두 잘 알 것이다.


어느새 삶은.

내게 귀찮고 버거운 것이 아니라.


상쾌하고 후련하고 든든한 무엇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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