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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24. 2023

말은 줄이고, 글은 늘리고

글을 늘리면, 말을 줄일 수 있다.

세월은 어느새 나에게 어른이란 페르소나를 부여했다.

생각 없이, 걱정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던 그 시절은 추억의 일부일 뿐이다.


밥값을 해야 하고, 인정을 갈구해야 하고, 모든 것에 책임을 지어야 하는 나날이 반복되고 있다.

이 '반복'이 반복될수록 삶은 버거워진다. 버거워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내 존재가 희미해진다는 그 사실조차도 알 새 없이 또 하루를 반복한다. 반복은 바쁘고, 바쁨은 또 반복된다.


어릴 때의 '말'과 어른인 지금의 '말'은 다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았던 그때. 어리광도, 고집도 모두 통했다. 아니, 통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표현은 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의 결과다. 아이라면 그래야 마땅하니까. 마땅함을 부여받은 존재는 그렇게나 자유롭다.


그러나 어른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는 마땅함에서 제외된다.

제외를 넘어 금기시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산다면, 당장 속은 후련할지 모르지만 사회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도태는 어른이라는 자격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 자격을 상실할까 모두는 두렵고, 두려움의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저마다는 말을 아낀다.


그렇다.

어른은 말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줄인 말은 마음속에 남는다.

남는 것들을 쌓인다. 쌓인 것들은 억눌린다. 억압된 모든 것들은 언젠가 폭발하게 되어있다. 그것이 폭발하면 어른이라는 자격에 또 한 번 큰 위협을 받는다. 그게 다가 아니다. 이 폭발은 자신마저 다치게 할 수 있다. 자격 상실 이전에, 자아 상실이 일어날 수도 있다.


숨통을 틔어야 한다.

때론, 술과 담배 그리고 쾌락으로 그 숨을 쉬려 했다. 그러나, 그 숨의 결과는 회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잠시 잊으려는 노력은 정신이 깨어났을 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숨이 쉬어진다. 내가 스스로 억눌렀던 말을 글로 토해내면, 그렇게 호흡이 이어진다. 이어지는 호흡은 억압이라는 압력을 해제한다. 억눌렸던 것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펴 본다. 그 안엔 많은 것들이 있다. 내면아이가 하고 싶었던 말 안에는, 나를 지키려는 메시지들이 한가득이다. 그것들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 의미를 헤아리지 못했더라면 스스로는 무너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말은 줄여야 한다.

글은 늘려야 한다.


내면의 소리를 글로 풀어, 하고 싶은 말을 외칠 줄 알아야 한다.

다시, 모든 억압된 것은 폭발하기 마련이다. 글로 숨을 쉬게 하거나, 아니면 아예 글로 폭발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어른이라는 자격 상실을 선고받지 않고, 내면 아이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해도 좋다. 글쓰기가 정답은 아니다. 다만, 글쓰기만큼 내 목소리를 받아주는 좋은 수단도 없다. 나는 글쓰기를 대체할 다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말은 줄이고, 글은 늘린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어른의 자격은 유지하며, 내면 아이의 어리광은 글로 풀어낼 수 있다.


이로써, 스스로를 키워가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대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본연의 성공이라는 의미에 부합하는 일이다. 성공은 타인으로부터의 평판이 아닌, 나 자신의 인정으로 완성된다.


나를 잘 대접하면 성공의 기회는 높아진다.


글을 늘리면.

말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또 하나의 성공 열쇠가 될 것이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리는지 지혜롭게 판단하는 건 어른의 몫이다. 제대로 된 판단을 하는 어른의 슬하에서, 내면 아이는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고로, 나는 쓴다.

계속해서 쓴다. 글로 숨을 쉰다. 숨을 쉬며 억압된 모든 것을 해방한다.


이러니.

쓰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쓰지 않는 이유를 찾는 게 나는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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