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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Feb 05. 2024

#89. 나의 마지막 삼십 대를 위하여

내가 살아온 십 대, 이십 대, 삼십 대 중 삼십 대가 가장 좋으니까.

서른아홉이라니. 이 생각으로 새해를 시작했는데 벌써 2월을 살고 있다. 그렇다. 올해 마지막 삼십 대, 서른아홉으로 살게 되었다. 여태 뭐 했나 싶어 지난 삼십 대를 짧게 돌아봤다.


처음으로 대리, 과장 직급을 달았던 것도 삼십 대의 일이다. 두 번의 이직도 했다. 그 사이에 처음으로 오랜 기간 백수로도 지내보고. 오로지 나의 힘으로 독립을 한 것도 삼심 대가 되어서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 인생에 없을 것 같던 결혼도 하고 주거지를 옮겼다. 회사에서 한 달 휴가를 내어 이탈리아도 다녀왔다. 긴 휴가도 혼자서 아시아를 벗어나는 것도 처음이었다. 면허를 따고 차로 출퇴근을 하는 것도, 클라이밍이나 피아노로 취미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간헐적이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다 나의 삼십 대에 일어난 일이다.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십 년을 돌아보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름 잘 지내온 것 같아 다행한 마음이다.


서른아홉, 올해를 잘 지내며 마지막 삼십 대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먼저 일상을 잘 기록하고 싶다. 올해 다이어리는 두 개다. 하나는 친구가 선물해 준 노트로 불렛저널을 하고 있다. 아직 꽤나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습관을 트래킹하고, 하루의 감사제목과 일기, 해야 할 일을 기록하고 있다. 또 하나는 남편과의 일상을 기록하는 다이어리다. 어느덧 결혼한 지 3년 차. 처음엔 그와 함께 지내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이제는 안다. 그와 함께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와의 일상을 기록해 보기로 결심하고, 그와 함께한 것들이나 나눈 대화, 혹은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이어리에 쓰고 있다.


두 번째로는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즐겁게 지내고 싶다. 사십 대가 된다는 울적함이나 두려움으로 살기는 싫다는 뜻이다. 나이 들었다는 생각에 내가 그동안 쌓은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런 건 어린애들이나 하는 거지, 라는 태도로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나를 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탕후루도 먹어봤다...


그리고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싶다. 변화를 잘 받아들인다는 건 이런 거다. 나이를 먹으면 몸이 변한다. 지금도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이런 몸의 변화를 인지하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다. 이 변화를 관찰하면서 조금 더 건강할 수 있도록 운동이나 식단을 하며 관리하는 것, 이런 식으로 변화를 좋은 방향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사실 신체의 변화는 예시일 뿐이다. 작게는 내 주변의 관계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예전엔 이러한 변화를 인지해도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대했는데, 이제는 변화를 인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지내고 싶다. 언젠가부터 매일 쫓기고 있는 기분이다. 눈을 뜨면 얼른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두르고, 출근을 하면 일에 쫓긴다. 퇴근을 하면 꽉 막힌 도로에서 지나가는 시간에 불안해한다. 이게 뭐지 싶더라.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시간에 강박이 있는 사람처럼 서두르는 내가 이상하지 싶었다. 시간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무언가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


삼십 대가 지나간다는 건 아무래도 아쉽긴 하다. 나는 나의 삼십 대가 좋으니까. 내가 살아온 십 대, 이십 대, 삼십 대 중 삼십 대가 가장 좋으니까. 그러니 올해, 서른아홉을 잘 기록하며 즐겁게, 변화를 잘 받아들이면서도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 삼십 대를 잘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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