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웨일>을 본 뒤 솔직한 마음을 생각했다.
한 달 전쯤, 영화 <더 웨일>을 보았다. 한 동안 그 영화가 맴돌았다. 운전을 할 때도, 모닝 페이지를 할 때도, 멍 때릴 때도.
영화 주인공은 온라인으로 에세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이 너무 쪄서 건강, 아니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그는 강의를 할 때 카메라가 고장이 났다고 둘러대며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강의를 한다. 강의 때마다 그는 강조한다. 에세이를 '솔직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솔직한 마음이란 무엇일까.
종종 주인공의 집을 찾아 건강을 챙겨주는 여자는 그의 건강을 늘 염려한다. 하지만 그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건강에 좋지 않은 치킨과 샌드위치를 건네기도 한다. 에세이를 솔직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주인공은 학생들에게 자기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주인공의 딸은 아빠가 자기를 버렸다며 그를 미워하지만 그의 곁을 맴돈다. 종종 집 밖에서 집 안에 있는 주인공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던 피자 배달원은 거대한 주인공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는 달아난다. 자신의 건강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난 뒤 주인공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솔직히 말해서 너무 해로운 걸 아는데도 억누르지 못하고 초코바를 미친 듯이 먹어댄다.
영화를 보고 의문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이 어떤 순간에는 솔직했고, 또 어떤 순간에는 솔직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까. 솔직하다는 것이, 마음이라는 것이 한 가지 일 수 있을까.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해로운 음식을 건네는 그녀의 솔직한 마음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면서도 '솔직하게 에세이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전하고 싶은 진심
아빠를 미워하면서도 곁을 맴도는 딸의 모순
다정한 대화를 나눴음에도 그의 모습을 마주하자 도망가는 배달원
건강에 위험한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초코바를 먹어대는 충동
한 때는 하나의 마음이 한 가지의 감정으로 채워져 있다고 믿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니라는 걸 체감한다. 한 가지 마음에 여러 감정이 섞여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한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면서도 귀찮아한다. 다정하게 대하다가도 어느 순간 쌀쌀맞게 군다. 응원하면서도 질투한다. 힘들어하면서도 뿌듯해한다. 어울리면서도 외로워한다.
하나의 마음에 여러 감정이 드는 게 괴롭기도 했다. 왜 나는 그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답답해 하나.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갖지 못하는 게 꼭 내가 모자라서 그런 것 같았다. 이제는 한 마음에 여러 감정이 있다는 걸 겸허히 받아들여야겠다. 그 또한 나의 솔직한 마음일 테니까. 마음이란 원래 한 가지로만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