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볶음밥을 좋아한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만들기는 또 얼마나 간편한가.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 쉽고 맛있는 김치볶음밥을 내가 잘... 못 만든다는 것.
다른 음식은 레시피를 보면 얼추 따라 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김치볶음밥은 그게 안된다. 매번 레시피를 찾아서 열심히 따라 하는데 먹을 때면 이게 무슨 맛이지 싶다.
그래도 나는 언제든 맛있는 김치볶음밥을 먹을 수 있다. 결혼을 함으로써! 남편이 김치볶음밥 천재였던 것. 아니 사실 남편은 요리 천재다.
연애할 땐 몰랐다. 그가 요리를 잘하는 줄은. 데이트하며 요리를 할 일이 거의 없었고, 어쩌다 여행지에서 하게 되더라도 바비큐 정도였으니까. 또 남편은 결혼 전 부모님과 살고 있었기 때문에 요리를 해본 적도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나는 오래 자취를 했고, 간단하게 국이나 볶음 정도는 곧잘 만든다. 결혼 전 당연히 식사 관련 가사는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고, 언젠가 남편에게 인심 쓰듯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내가 밥은 이렇게 저렇게 차려 줄 테니까 오빠는 설거지를 하렴."
한 2년 살아보니 저 말과는 정확하게 반대로 하고 있다. 보통 남편이 요리를 하고 내가 설거지를 한다. 남편이 요리를 잘하고 좋아하고 남편의 음식이 맛도 좋다. 또 다양하게 잘도 만든다.
얼마 전엔 라자냐를 만들더라. 식당에서 돈 주고 사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음식을 남편은 척척 만들어 낸다. 동파육이나 미트볼은 이제 밖에서 사 먹는 게 괜히 아까운 마음이다. 남편이 더 맛있게 만드니까. 우육탕면이나 똠양꿍도 곧잘 만든다. 한식은 잘 못 만드나 싶어 ‘그래, 한식은 내가 책임져야지.’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남편의 고추장찌개는 소주를 부르고, 수육은 막걸리를 부른다.
결혼 생활이 진짜 웃긴다. 결혼 전, 나는 가사분담을 정확하게 나누려 애썼다. 요리는 생색내듯 인심 쓰는 나의 영역이었는데 개뿔. 갈수록 주방에서 내 입지가 사라지고 있다. 지금은 남편이 생색을 내도 모자랄 판인데 그는 언제나 기꺼이 맛난 음식을 만들어 준다. 생각해 보면 결혼 전 뭘 그렇게 자로 잰 듯 선을 긋고 나누려 했나 싶다. 각자가 잘하는 부분을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나누어도 될 일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양심이 있으니까..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도 해야겠다.